[우리말 바루기] '전화 받다'와 '전화받다'의 차이

이은희 2018. 9. 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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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버림받은 세대다.” 40대들의 이유 있는 푸념이다. IMF 직후 취업대란 속에 20대를 보내고 30대엔 글로벌 금융위기로 고용 불안에 시달리다 또다시 폐업과 실직의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심경을 대변하는 말 ‘버림받다’는 한 단어로 사전에 올라 있는데도 띄어 쓰는 경우가 많다. ‘받다’는 동사이므로 앞말과 띄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받다’가 피동의 뜻을 더하고 동사를 만드는 접사일 때는 붙여야 한다. ‘버림받다’는 사전에 올라 있어 띄어쓰기에 대한 답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모든 낱말이 그런 건 아니다. ‘고통받다’ ‘눈총받다’의 경우 사전에 한 단어로 나와 있지 않다. 접사 ‘-받다’의 용례에도 없어 ‘고통 받다’ ‘눈총 받다’로 띄워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접사가 붙는 말은 확장 가능 범위가 넓어 사전에 전부 등재하지 못한다. 사전에 없어도 ‘고통받다’ ‘눈총받다’도 ‘버림받다’처럼 한 단어로 볼 수 있으므로 붙여야 한다. ‘감동받다·사랑받다·놀림받다·할인받다’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들 단어 뒤의 ‘받다’가 접사인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것이다. 앞의 단어가 구체적인 사물이냐 아니냐를 판단 근거로 삼는다. ‘감동·사랑·놀림·할인’은 실제 주고받을 수 있는 사물이 아니라 추상적인 개념이다. 이러한 단어 뒤의 ‘-받다’는 접사이므로 앞말에 붙인다.

‘상·편지·월급·선물’ 뒤에 ‘받다’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 받다’ ‘편지 받다’ ‘월급 받다’ ‘선물 받다’로 띄어야 한다. ‘상·편지·월급·선물’은 구체적인 형태가 있어서 실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사물이기 때문이다. 이때는 ‘받다’가 접사가 아니라 동사이므로 앞말과 띄는 것이다.

‘전화받다’와 ‘전화 받다’는 두 가지 형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아까 탁자에 두고 가셨죠. 손님, 전화 받으세요”와 같이 ‘전화’가 전화기라는 구체적인 사물을 가리킬 때는 띄어 쓴다. “거래처에서 전화 왔어요. 전화받으세요”처럼 통화하다는 추상적인 의미일 때는 붙여야 한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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