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과잉진압으로 백남기 농민 사망..수술 과정에 청와대 개입"

김다영 2018. 8. 2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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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위 조사 결과 발표
"집회 주최 측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취하해야"
"집회 현장에서 경찰 살수차 사용 말아야"

고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당시 백씨의 머리를 가격했다는 의혹이 일었던 일명 ‘빨간우의’와 관련, 경찰이 범죄혐의점이 없다는 사실을 수사를 통해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백씨의 부검영장 신청에 이용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백남기씨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주변 도움을 받는 모습. [연합뉴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1일 이런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백 씨가 사망한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국가가 집회 주최 측에게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취하 및 유가족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를 권고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경찰은 2015년 11월 19일 당시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백씨가 빨간우의를 입은 시위대의 외부가격에 의해 사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정보 라인을 동원해 빨간우의 신원을 특정한 뒤 이를 수사라인으로 넘겼다. 이를 넘겨받은 수사과는 빨간우의를 직접 조사해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및 교통방해 혐의로만 검찰에 송치했다.

조사위 관계자는 "경찰이 빨간우의가 백씨를 가격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안 남겼지만 범죄 혐의점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집시법 위반 등으로만 송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이 이듬해 백씨에 대한 부검영장 기각되자 2차 부검영장을 신청하면서 "빨간우의의 외부 가격으로 인해 사망했을 가능성" 내용을 영장신청서에 넣었다는 것이 조사위의 설명이다.

조사위는 또 백남기 농민 수술 당시 혜화경찰서장뿐 아니라 청와대 인사가 직접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혜화경찰서장이 오모 서울대병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전문의의 수술을 요청했을 뿐 아니라 노모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서울대병원 비서실장에게 전화로 수술 상황을 문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남영 조사위원장은 "백남기 농민을 수술한 집도의의 개인적 판단도 있었겠으나 백씨가 바로 사망할 경우 현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정황속에서 수술을 진행했을 것이라는 게 조사위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백씨는 병원 도착 당시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보존적 치료만 받고 1주 이내에 퇴원키로 돼 있었으나 서울대병원 백모 신경외과 전문의의 수술을 받은 뒤 사망시까지 입원해있었다.

조사위는 또 경찰의 경비계획 수립과정에서 1·2·3차 저지선을 설정한 것 자체가 집회시위의 자유를 인정하는 헌법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았다. 조사위 관계자는 "사건 발생 당일 집회신고에 대한 금지 통고 자체가 경찰의 재량에 따른 것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숨구멍 차단 작전' 및 '솥뚜껑 작전' 등의 봉쇄 작전을 진행한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조사위는 집회ㆍ시위 현장에서 살수차와 방수포의 배치ㆍ사용을 금지하고, 이 장비 사용과 기준에 관한 법령상 근거 규정을 명확을 세울 것을 권고했다. 또 집회시위 현장의 책무성을 보장하기 위해 현장 무전, 정보보고 및 위해성 장비 운용사항 등에 대한 자료를 일정 기간 보관토록 했다.
이철성 전 경찰청장이 2017년 6월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경찰청 대청마루에서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통해 백남기 농민 사망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중앙포토]

다만 조사위는 당시 경찰이 청와대와 정부 부처에 의해 수립된 집회시위 엄정대응 기조에 거부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당시 집회 대응 방침은 청와대 비서실장 지시사항으로, 5개 부처 장관이 엄정대응에 대한 담화문 발표한 상황이었다. 이후 검경이 공안 대책을 협의했고, 여기에서 불법 집단행동에 대한 엄중 처벌이라는 기조가 수립돼 있었다.

조사위 관계자는 ”경찰이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바람막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조사위의 판단“이라며 ”경찰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 형식의 거버넌스를 갖추고 국회 여야 의원 및 외부단체에서 선출된 위원들이 인사부터 자체감찰, 집행체계 등 독립적 시스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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