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그 좋던 곳이 왜 이렇게"..무법천지로 변한 야간 창원 상남시장

정치섭 2018. 8. 17. 12:15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성별
말하기 속도
번역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불법 포장마차 몸살... 보행로 빼앗긴 시민은 차도로

세금 안 내고 위생점검 대상 제외된 사각지대 

인근 상인 "불법 포장마차가 부러울 지경" 토로

성산구청, 무신고 영업·도로 점용 단속하지만...

10여년간 운영한 포차도 수두룩, 실질적 대책 요구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사는 김모(34)씨는 회식을 위해 성산구 상남동에 있는 상남시장 일대를 찾을 때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김씨는 "시장 바로 옆 도로에서부터 분수광장까지 10여대의 포장마차가 서 있고 일부는 보행로를 물린 상태로 장사를 한다"며 "길을 지나다가 통행문제로 포장마차에 앉은 취객과 괜히 시비가 붙을까봐 차도로 걷는데 사고가 날까 무섭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데 이처럼 심기가 불편한 이들은 김씨만이 아니다.

창원의 대표적인 상권인 상남시장 일대가 심야에는 그야말로 무법천지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오래 전부터 각종 전단에 주점 호객행위 때문에 길 가는 행인들이 큰 불편을 겪어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언제부터 들어섰는지 알기 어려울 정도의 즐비한 불법 포장마차로 시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상남동 유탑사거리에서 상남시장을 거쳐 분수광장까지 이어지는 불법 포장마차는 너저분한 술판과 취객들로 뒤섞여 시민들이 보행로를 제대로 걷기 힘들 정도다.

게다가 영업 자체가 불법인 특성 탓에 납세는커녕 위생점검마저 사각지대여서 특히 여름철 식품 안전에도 구멍이 큰 셈이다.

16일 오후 10시를 전후로 상남시장 일대에는 음식을 실은 포장마차 트럭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자리를 펼치는 데는 한 포차당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포차 트럭 뒤로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인 1~2개의 간이 천막이 놓였다.

천막 아래엔 7~8개의 간이 테이블과 10여개의 의자도 놓였다.

약 300m 구간에 길게 늘어선 포차 트럭은 10대, 간이천막은 13개였고 이 중 5~6개 정도의 간이천막에 테이블, 의자, 냉장고 등이 보행로를 점령하다시피 놓여있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폭이 1.5m 남짓한 보행로를 시민들이 제대로 걸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이뿐 아니라 일대 도로는 편도 1차로의 좁은 도로여서 차량이 수시로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구간이다.

심야에 근처를 지나가는 시민들 입장에선 보행로에선 포차를, 차도에선 차량을 신경쓸 수밖에 없다.

취객에게는 이런 상황이 더욱 위태롭게 보이는 이유다.

문제는 이 외에도 시민들을 위협하는 것이 또 있다는 점이다.

바로 위생이다.

기초지자체는 여름철 식중독 예방 차원이라며 음식점을 대상으로 위생점검에 나서지만 정작 불법 포장마차는 논외다.

상남시장을 담당하는 성산구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시민 이모(47)씨는 "포장마차도 시민들이 이용하는 곳이고 뻔히 구청에서도 이곳에 포장마차가 있다는 사실을 알텐데 왜 이 곳은 위생점검 대상이 안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불법 포장마차 장사에 속이 타들어가기는 인근 상인들도 마찬가지.

인근에서 음식점을 하는 업주 A씨는 "상남동은 비싼 임대료 탓에 음식점이 자주 바뀌는 곳이다"며 "임대료에 각종 세금까지 내며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솔직히 포장마차를 보면 억울하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호소했다.

또다른 인근 상인 B씨는 "임대료 등을 생각해서 불법 포장마차로 전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산구청에 확인한 결과 상남시장 일대에 포장마차로 정식 허가를 받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 때문에 시민들과 상인들은 불법 포장마차 단속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행정기관에서 단속 나올 때만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생각이 뿌리 깊은 탓이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장사를 했다는 한 포장마차 상인은 "단속이 나와도 대비해 장사를 금방 접을 수 있을 정도로 그 방면에 도가 텄다"며 "오랫동안 장사를 해온 사람을 이제 와서 나가라고 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세금 문제에 대해 또 다른 포장마차 상인은 "우리가 그걸 다 내면서 이렇게 막일을 할 이유가 있겠나"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성산구청 문화위생과 관계자는 "식품위생법상 무신고 영업으로 경찰에 고발 조치를 할 수는 있지만 위생점검 대상은 아니다"며 "도로 무단점용이라 안전건설과에서 우선적으로 조치하고 협조 요청이 오면 함께 단속한다"고 말했다.

무단점용 관련 부서인 안전건설과 관계자는 "관내 18개 전통시장의 도로 무단점용을 단속하는 인원이 2명뿐인데다 단속을 나가면 불법 포장마차 업주들이 짐을 싸서 옮긴다"며 "과태료를 부과해도 점용면적에 따른 10만원 내외라 업주들이 과태료만 내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성산구청 문화위생과는 지난 3월 상남시장 인근 불법 포장마차 업주 5명을 무신고 영업으로 경찰에 고발했고, 안전건설과는 도로법상 무단 점유로 지난 3월과 6월 단속을 실시했다.

하지만 무단 점유로 인한 과태료 처분은 없었다.

창원=정치섭 기자 cs@kukinews.com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