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섬을 떠난다고? "75%가 뭍에서 와요"

심명남 2018. 8. 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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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강좌 뒷이야기] 여남중·고등학교 편.. 섬사랑, 섬지킴이 되어 달라

[오마이뉴스 심명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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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교인 여남중학교에서 글쓰기 강좌후 한컷
ⓒ 심명남
전남 여수 돌산 신기항에서 여객선을 탔다. 평일이라 배가 한산해서 좋다. 지난 7월 23일 전남 여수 섬마을에 위치한 금오도 여남중·고등학교 글쓰기 특강을 다녀왔다. 내게 4시간이 주어졌다.
글쓰기 강좌 세 번째, 모교에 서다
 글쓰기 강좌를 청취중인 여남중학교 학생들의 모습
ⓒ 심명남
여남중은 나의 모교다. 내가 학교 다닐 때 섬에 중학교가 처음 생겼다. 바로 여남중 안도분교였다. 나는 여남중학교 소속이었는데 본교를 한 번도 가보지 못하고 졸업을 했다. 안타깝게도 작년부터 안도분교는 휴교에 들어갔다. 섬에 학생들이 없는 탓이다. 여남중학교는 아직 남아있다. 졸업 후라도 모교가 있어 다행이다.

요즘 난 학교에서 글쓰기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심명남의 글쓰기 강좌>다. 지난 6월부터 시작해 초중고를 비롯 약 450여명의 학생과 시민들에게 10여 년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을 통해 배운 글쓰기 재능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그동안 지역에서 글을 쓰면서 쌓아왔던 게 밑천이 됐다. 다행히 학교 선생님들께서 교과목에 있는 기사쓰기 공부와 연계해 흔쾌히 승낙해 주신 탓에 하반기까지 스케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목표는 1000여 명이다.
 여남중학교 복도에 걸린 다양한 작품들
ⓒ 심명남
전남 여수 금오도에 위치한 여남중·고등학교 학생 수는 약 100여 명이다. 현재 중학생 20명, 고등학생 73명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함께 있는 '종합학교'인 셈이다. 남면에서 가장 큰 섬 금오도로 화태,  연도, 안도 등 22개 인근 섬마을 학생들이 통학하는 것이다.

여남고는 95회 '골든벨'을 울린 주인공이 탄생한 학교다. 당시 KBS1 TV <도전! 골든벨>에서 서울대 철학과를 꿈꾸던 진성일군이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진 군은 이후 서울대에 진학했고 현재는 군 생활 중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전교생 45명 여남고... 95대 골든벨 탄생)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학교를 꿈꾸는 '여남중고등학교'
 여남중.고등학교 급식실 조리원인 네팔출신 커루띠모두마야(38세 한국이름: 이선경)씨는 올 3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 심명남
이 학교는 '대한민국 최고의 도서 통학학교 여남고등학교'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작년에는 전남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 표창도 받았다. 1인당 장학금이 가장 많은 학교로 학생1인당 평균 100만원이 지급됐다. 또한 중학교 성적 대비 중학교 성적 대비 평준화고교에 진학한 학생들보다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다. 3년 연속 대학 진학률 100%를 자랑한다.

학생 복지도 눈길을 끈다. 작년에는 2년에 걸친 공사 끝에 최신형 기숙사가 완공됐다. 여수권에서 유일하게 공동 화장실, 세탁소, 샤워장도 갖췄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급식이다. 학생들에게 하루 세끼(아침, 점심, 저녁) 식사가 제공된다. 이곳 급식실 조리원인 네팔 출신 커루띠모두마야(38세, 한국 이름: 이선경)씨는 올 3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32세 때 금오도로 시집온 그는 이곳 생활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선경씨는 "네팔은 산이 많지 않은데 한국은 섬마다 산이 있어 공기가 좋다"면서 "이곳 금오도 사람들이 다문화 가족을 사랑해줘 고맙고 학교에 취직해 일할 수 있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정규문 교장선생님이 액자에 걸린 여남중.고등학교는 졸업생들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 심명남
학생이 없는 섬에 3년 연속 대학진학률 100%, 신입생 충원률 100%의 비결은 무엇일까? 정규문 교장의 말이다.
"우리 학교는 학생(약 75%) 3분의 2가 시내에서 섬으로 진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입생 충원률이 100%입니다. 행복한 학교를 추구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밝은 학교죠. 우리 학교는 생활기록부가 풍성합니다. 학생들이 공모사업으로 비용을 충당하는 체험학습, 각종교육활동 등이 생기부에 기록됩니다. 특히 독서연극제 등 학교생활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다 보니 중도탈락자가 한 명도 없는 게 자랑입니다."
섬 학교이기에 가능한 '사제1촌 프로그램'으로 선생님 한 분이 7~8명의 학생과 한 가족이 된다. 정규수업 외에 진로상담, 체험활동, 봉사활동 등 선생님이 부모님이 되어 생활하는 격이다.
또 학생 자치활동 강화는 학생들이 주인공이 돼 이뤄진다. 그래서 졸업 및 입학식 등 학교에서 하는 대부분 행사가 학생자치활동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진행한다. 선생님은 준비과정에서 지원하는 역할만 할 뿐이다.
 채유민 학생이 관리하는 어류교실 수족관 앞에서 김채원군과 한컷. 두 친구는 여수시내에서 이 학교에 진학했다
ⓒ 심명남
이 학교 1학년 채유민 학생은 학교에서 마련해준 대형 수족관에서 어류를 키우고 있다. 수족관에는 '채유민의 어류교실'이라고 적혔다. 채군은 중학교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이 학교에 오게 됐다. 아쿠아리스트가 꿈인 그는 신입생 면접 때 선생님께 "수족관에서 어류를 키울 수 있냐"고 물어봤다. 학교 측은 채 군을 위해 수족관 시설을 마련해줬다. 지금은 채유민군이 수족관에서 물고기를 키우고 청소까지 직접 하는 등 모든 것을 관리한다. 학교 자치활동의 단면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에게 학교생활을 물으니 "섬이라 불편한 점도 많지만 딴 학교에 비해 자유롭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 "제가 수족관 갈색 이끼를 닦아주고 이틀에 한 번씩 먹이를 준다"라며 "물고기 관련 직업이 꿈인데 아쿠아리스트나 어류양식 내지 유통업자가 되고 싶다"라며 당찬 포부를 설명했다.

또 순천에서 이곳으로 진학한 1학년 김채원군은 "아빠가 추천해 이 학교에 오게 되었다"면서 "이곳 프로그램이 저한테 잘 맞는 것 같다. 중학교 때는 주야장천 수업만 했는데 다양한 교내활동이 재밌다"라고 말했다.

연간 7600만원 장학금 수여, 남면인의 '후배사랑'
 글쓰기 강좌를 마치고 화태분교 강수아양(우측)과 안도분교 신태양군(중간)과 한컷
ⓒ 심명남
여남중 화태분교에서 입학한 강수아양은 글쓰기 실력이 뛰어나다. 정규문 교장은 "수아학생이 가장 글쓰기 실력이 탁월하다"라고 칭찬했다. 여남중 안도분교에서 입학한 신태양군은 퀴즈를 맞혀 경품으로 책 한권을 선물 받았다. 그는 "제가 초등학교때 기자님의 초청으로 여수산단과 여수시의회를 방문해 의장석에서 의사봉을 쳐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라고 회상했다.
이 학교는 남면 섬지역 출신 선배들의 장학금도 풍성하다. 미포 출신인 박판식 트러스트코리아 대표는 2014년부터 매년 30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중이다. 기부천사 YC-TEC 박수관 회장은 졸업생 전원에게 100만원씩 장학금을 기탁했다. 여천항을 운항하는 한림해운 측은 연간 1000만원의 장학금 등 많은 분들의 후원으로 연간 7600만원의 장학금이 수여된다.
 여남고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이 글쓰기 강좌를 마치고 한컷
ⓒ 심명남
오늘은 꿈 많던 중고교 시절, 자연이 공존하는 섬은 아이들의 감성적인 인격형성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글쓰기 강좌를 통해 아이들과 부른 30여 년 전 중학교 교가를 함께 불렀던 뭉클함은 아직 가슴 한 켠에 잔잔하게 남아있다. 이날 내가 글쓰기 외에 아이들에게 해준 말이다.
"저도 여러분처럼 똑같이 중학교 때까지 섬에서 공부하고 꿈을 키웠습니다. 자연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섬에서 공부할 수 있는 건 축복입니다. 난 어릴 때 섬에서 태어난 걸 원망도 했지만 어른이 되어보니 섬에서 태어난 게 불행이 아니라 행복이었습니다. 섬에서 소중한 꿈과 아름다운 추억을 가득 채우기 바랍니다. 특히 섬사랑과 섬지킴이의 역할을 함께 실천해 나가는 멋진 남면인이 되길 당부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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