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획]"10년 모은 1억 날린다" .. '권리금 금지' 쇼크에 빠진 지하도상가
서울시, "공유 재산, 매매 대상 안돼"
"권리금 대체 경제적 이득 보장해야"
지난 30일 오후 점포 60여 개가 모여 있는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 지하도상가. 33년째 사무기기 판매·대여점을 운영하는 성모(65)씨는 최근 딴 자격증 하나를 꺼내 보여줬다. ‘화물운송 종사자 자격증’이었다. 그는 “점포 임차권을 팔고 받을 권리금으로 화물차를 산 후 운전기사로 새 인생을 시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점포에선 요즘 한 달에 월 임차료(100만원)도 벌지 못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공유재산인 지하상가는 매매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빈 점포는 경쟁 입찰에 부친다. 성씨는 “아파트를 샀으면 몇 배가 됐을 돈을 내고 장사를 시작한 것”이라면서 “억울한 마음에 이대로 장사를 접을 수도 없어 막막하다”고 말했다.
‘권리금 금지’를 맞닥뜨린 서울 지하상가들은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이모(52)씨는 지난해 권리금 1억원을 주고 을지로입구 지하상가에 꽃 가게를 차렸다. 1억원은 그가 인근 상가 건물에서 꽃 가게를 운영하며 10년간 모은 돈이었다. 그는 “권리금은 성실히 점포를 잘 일군 것에 대한 보상과도 같은 것이다. 장사 잘되는 점포가 높은 값을 받는 시장의 논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쟁 입찰을 하면 오히려 수억 원의 입찰가를 감당할 수 있는 일부 사람들만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점포를 공개 입찰하는 서울 지하철상가(1~8호선 1905개)의 경우 공실률은 10.2%에 이른다. 5년 기준 최대 입찰가가 약 15억9000만원인 강남역 상가의 공실률은 14.3%다. 점포 7개 중 1개가 빈 점포다.
![전국지하도상가 상인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지난 6월 28일 서울시의 권리금 금지 조례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7/31/joongang/20180731000206987yuur.jpg)


전문가들은 “공익적 관점에서 맞는 방향이지만, 상인들의 재산권을 보호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간을 제공한 건 서울시이지만, 그 안에서 상권을 형성한 상인들의 노력도 인정해야 한다”면서 “몇 년간 임대료 상한선을 정하는 식으로 상인들이 손해를 본 권리금을 보전(補塡)할 방안도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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