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을 대 을' 갈등 우려..택시 노조, '사측 맞불집회' 예고(종합)

정동훈 2018. 7. 2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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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사측 규탄 성명
"업종별 차등화 방안 주장 등 최저임금 개악 시도…맞불집회 고려할 것"

지난해 7월 27일 국회 앞에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택시업종 노동시간 특례 폐지와 노동관계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최저임금 인상 결정 과정부터 우려됐던 '을 대 을' 대결구도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택시노동자들로 구성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이 사측인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의 박복규 회장을 규탄하고 나섰다. 두 노조는 다음달 29일 예고된 소상공인업계의 최저임금 불복 집회에 대응하는 맞불집회까지 고려하고 있다.

26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은 공동 성명을 내고 "택시 사업주의 이익만을 위해 최저임금제를 파산시키려는 박복규 회장의 악의적인 행태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며 "만일 사용자 측에서 택시노동자 최저임금 개악을 계속적으로 시도해나간다면, 강력한 투쟁으로 이를 분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이후 노조가 나서서 해당 업계 사측의 최저임금 입장을 정면 반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택시 노조 "경영난 최저임금 탓 아냐…13만 택시노동자 기만"=성명을 낸 두 택시노조는 전국 13만명의 택시노동자가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은 한국노총,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은 민주노총 산하 노조다. 임승운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 제도가 택시업계에 적용되는 부분들이 다른 소상공인업계와 현저하게 다름에도 함께 집회를 하는 것은 택시노동자를 기만하는 처사"라며 "다음달 29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최저임금 불복 집회에 참가한다면 맞불집회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박복규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장은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이자 지난 24일 출범한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공동대표다. 택시운송사업조합은 소규모 택시 운송 업체들이 모인 연합단체다. 대표적인 소기업·자영업 단체 중 하나다. 박복규 회장은 소상공인 연대 출범식에서 "최저임금법에서 정한 전국 현장실습도 공익위원들끼리 진행하는 등 공익위원들은 무성의하게 최저임금위에 임했다"며 "재심을 요구하고 있고 최저임금 정책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외식업중앙회·택시운송조합연합회 등이 참여한 소상공인 연대는 다음달 29일 '최저임금 제도 개선 촉구 국민대회'를 열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택시노조연맹은 "박복규 회장이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다음달 29일 대규모 최저임금 불복 시위를 개최하기로 밝혀 우리 택시노동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며 "(박 회장은)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줄기차게 주장해오며 택시 최저임금 하향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들은 사납금제로 매일 일정한 수입을 받도록 보장해 놓고 택시노동자들은 사납금납부 탓에 하루 11시간 이상 장시간노동을 함에도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태"라며 "유사택시영업, 불법택시영업행위, 가동률 악화, 수요 감소 등 대내외적으로 택시 생존권을 위협하는 과제들이 산적해있음에도 택시업계의 경영난이 마치 최저임금 때문인 것처럼 택시노동자들에게 이를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4일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출범식에서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왼쪽 두 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두 손을 들어 결의를 다지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근로자는 사업장 고발, 영세 소상공인은 범법자 몰리나=택시 업계의 갈등처럼 최저임금 제도를 둘러싸고 노동자와 사용자 측이 서로 대립해 사회적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어느때 보다 갈등의 골이 깊었다. 노동계는 지난 5월 복리후생비 등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실질인상률이 2.2%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반면 소상공인 등 경영계는 급격한 인건비 상승으로 존폐기로에 섰다며 '모라토리움(불이행)'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문제는 최저임금이 2년새 30%포인트 가까이 오르고 소상공인 업계가 최저임금 불이행을 선언하면서 영세 소상공인들이 범법자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불이행은 실정법 위반에 해당한다. 실제 올해 상반기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 크게 늘어났다. 고용노동부의 '2018년 상반기 최저임금 위반 현황'에 따르면, 올해 1~6월 근로감독에서 최저임금 위반으로 적발된 업체는 928곳이었다. 지난해 1~6월 위반 업체(646곳)보다 43.7%(282곳) 늘었다. 같은 기간 고용부의 근로감독을 받은 업체 수는 지난해 8263곳, 올해 9081곳이다. 올해 근로감독 업체 수는 전년 대비 9.9% 늘었는데 위반 업체 수는 43.7%나 늘어난 것이다. 근로자가 최저임금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사업장을 신고한 건수도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17만6960건에서 올해 18만9882건으로 7.3% 증가했다.

소상공인 대표자격으로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에 참여한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약 대 약', '을 대 을' 대결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권 부회장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적용되면)근로자들이 소상공인을 고발하고 소상공인들도 반발해 알바 수당을 쪼개고 하는 형태가 나타날 것 으로 보인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구조적 폭탄을 돌리고 있다고 본다. 사회적 약자들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최저임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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