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그 후] 일본 편의점엔 '사장님'이 없습니다
[오마이뉴스 최성록 기자]
지난번 <임금, 수수료 더 높은 일본 편의점이 쉽게 망하지 않는 까닭> 기사에 많은 관심 가져 주셔서 지면상 더 자세하게 쓰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추가로 설명드립니다.
저는 일본 현지에서 법인을 직접 설립하여 무역업 및 일본 진출을 위한 한국 기업의 컨설팅 업무를 10년 이상 해 온 경력이 있습니다. 앞선 기사를 두고 '전문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이 정확한 자료조사 없이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서 일본 현지의 사정과 특히 유통업의 특징에 대해서는 많은 실무 경험이 있음을 밝혀두고자 합니다.
[질문①] 한일 물가수준이 다르지 않나요?
여러분들이 지적해주신 내용 중에는 과연 소득수준, 화폐가치가 다른 일본과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한 것인가 전제부터 틀린 것이 아닌가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일본이 한국보다 소득수준이 높고 GDP도 월등하기 때문에 임금이나 전기료가 더 비싼 게 당연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표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이 전제가 맞기 위해서는 편의점에서 파는 물건의 가격, 다시 말해 일본의 물가가 한국보다 비싸야 합니다.
그러나 편의점에서 파는 물건만 한정했을 경우 오히려 한국의 물가가 더 높은 수준입니다. 실례를 들어 말씀드리자면, 두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판매되는 대표적인 제품 코카콜라 500mL의 경우 한국은 2000원 일본은 약 1500원(151엔)정도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한국이 500원가량 비쌉니다. 비교 가능한 다른 품목들도 대부분 두 나라의 가격이 비슷하거나 한국에서 판매하는 가격이 10~20% 정도가 비쌉니다.
마진율을 30%로 적용해 계산해보면, 콜라 하나를 일본 편의점에서 팔았을 때는 450원의 이익이 생깁니다. 반면 한국 편의점에선 600원의 이익을 얻습니다. 이렇게 한국 쪽 이익이 더 많은 데다 이전 기사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임금과 전기료 등도 한국이 더 저렴한 편이니 한국 편의점이 일본보다 점주에겐 여건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유리한 조건들이 마구잡이 점포확대로 인해서 절대 매출이 줄면서 모든 장점이 사라지고 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따라서 편의점 경영악화의 실질적인 원인이 최저임금이 아닌 본사의 무분별한 신규점포 늘리기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 일본과 한국 편의점의 콜라 가격 비교 좌측이 일본의 세븐일레븐, 우측이 한국의 CU 편의점의 콜라가격표입니다. 약 500원 정도로 한국이 더 비쌉니다. |
ⓒ 최성록 |
일본 편의점의 최저수입 보장제도를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일본업계 1위인 세븐일레븐 사례를 살펴볼까요.
▲ 일본 세븐일레븐 홈페이지에 나오는 최저수입 보장제도 내용. |
ⓒ 일본 세븐일레븐 홈페이지 갈무리 |
그런데 이 금액이 점주의 순수익은 아닙니다. 여기서 전기료, 아르바이트 인건비 등을 제외해야 실제 순수익이 됩니다. 따라서 본사가 최저수입을 보장해도 점주가 일을 하지 않고 아르바이트생을 많이 고용하고 방만하게 운영하면 적자가 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계약대로 가족 2명이 전념해서 일하는 경우라면, 일본 편의점 대부분은 본사가 임대료를 부담하기 때문에 점포주가 안정적인 수준의 소득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일본은 이런 최저수입 보장제도가 있기 때문에 아무나 편의점주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점포 매출이 안 나올 경우에는 본사에 직접적인 피해가 오기 때문에 편의점 본사들은 까다롭게 심사해서 점포를 내주고 있습니다.
[질문③] '사장님' 없는 일본 편의점, 계약 형태는?
편의점 계약 형태도 볼까요? 한국은 대부분 편의점을 창업하는 분들이 임대료를 부담하지만, 일본은 정반대입니다. 자신이 토지나 건물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점주가 건물을 임대하지 않고 운영만 합니다. 본사에서 임대료를 다 부담하는 대신 점포주는 더 비싼 수수료를 지급합니다. 리스크 있는 고소득보다는 안정적인 수입을 중요시하는 일본인들의 특징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합니다.
일본에는 '편의점 창업'이라는 말이 없습니다. 편의점 창업을 둘러싼 두 나라 간 인식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일본은 창업 대신 '출점'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편의점 사장님'이라는 표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유학생인 제 지인은 다니던 일본어학교에서 '부친이 편의점 사장'이라고 말했다가 편의점 본사 사장 아들로 오해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편의점 점포 개설을 자영업보다 본사와의 특별한 고용관계 중 하나로 인식합니다. 따라서 일반 회사가 직원들의 급여를 보장하듯이 편의점 본사가 점포주의 일정수준 소득을 보장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전 기사에서 말씀드린 대로, 편의점 문제의 근본 원인은 포화상태의 점포 수라 생각합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본처럼 최저수입 보장제도를 지금이라도 소급 적용하여 실시해야 하고, 일정 수준의 매출이 불가능한 점포는 계약기간 만료 전이라도 위약금 없이 계약 해제를 유도하는 등 편의점 본사가 결자해지의 모습을 보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동안 무지막지하게 점포 수를 늘려온 폐단에 스스로 책임져야 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만평] 갑의 빨대
- 임금·수수료 더 높은 일본 편의점이 쉽게 망하지 않는 까닭
- 사용자-노동자 단체 모여 '최저임금 상생 길 찾기'
- 전직 편의점 본사 직원의 폭로 "건물주 편의점 사장은 차별대우"
- [만평] 두더지 게임 "잡을 건 안 잡고"
- "트랙터는 멈추지 않는다, '윤석열 체포' 한남동으로 진격"
- "남태령고개 대치 상황에 뜬눈으로 밤새워... 서울간다"
- "저들에겐 총, 우리에겐 빛"… 8년 전 머문 '태극기', 진화한 '응원봉'
- [단독] 한전KPS 신임 사장이 '윤석열 내란' 공범 동문?
- 태극기집회 참석한 충남도의회부의장 "탄핵 반대 집회인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