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 먹고 사는 아이돌 산업, '탈덕' 만이 답인가요?
[오마이뉴스 유지영 기자]
"페미니스트로서 정체화를 하려면 결국 '탈덕'('脫+덕후'의 준말. 아이돌 팬을 그만둔다 혹은 벗어난다는 의미로 쓰인다)을 해야 하나요? 케이팝이 망하는 게 정답인가요?"
지난 3일 한국여성민우회가 주최한 황효진 칼럼니스트의 '걸그룹과 여성혐오' 강연이 끝나고 객석에서 질문이 나왔다. 이날 강연에 모인 여러 참석자들은 이 질문을 듣고 공감의 웃음을 터트렸다. 걸그룹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유구한 여성 혐오를 보고 있으면 질문이 자연스럽게 들 법하다. '정말 이대로 걸그룹을 정말 좋아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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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나은은 'Girls can do anything'이라고 적힌 폰케이스를 들고 있었다는 이유로 '페미니즘 논란' 혹은 '메갈리아 논란'에 휩싸였다. |
| ⓒ 손나은 인스타그램 |
엠넷 <프로듀스101>을 연출한 한동철 피디는 자신이 연출한 프로그램을 두고 "남자들에게 건전한 야동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걸그룹(연습생)을 동등한 인격체로 취급하지 않는 대중들, 여성혐오를 묵인하거나 '셀링 포인트'로 삼는 소속사·관계자들... 걸그룹을 둘러싼 이러한 맥락 속에서 과연 수용자들은 이들의 '무대'만 혹은 '노래'만, '사람'만 떼어서 순수하게 좋아할 수 있을까.
서바이벌 리얼리티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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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미디어 속 여성혐오를 다룬 연속 특강 '미디어씨 여성혐오 없이는 뭘 못해요?'를 열었다. 지난 3일 첫 특강으로 황효진 칼럼니스트가 나와 '걸그룹과 여성혐오'를 다루었다.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해 2시간 동안 진행된 강연은 늦은 시간임에도 100명이 넘는 참석자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
| ⓒ 한국여성민우회 |
황효진 칼럼니스트는 대중문화 전문지인 텐아시아와 아이즈를 거쳐 현재 프리랜서 칼럼니스트로 일하고 있다. 황효진 칼럼니스트는 걸그룹 취재를 오래 하면서도 과거 걸그룹에 가해지는 성적 대상화에 대해 큰 고민이 없었으며 아이돌의 교복 콘셉트 역시 그저 새로운 유행으로 지켜보았다는 고백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걸그룹에 가해지는 성적 대상화에 큰 고민이 없었던 것 같다. 걸그룹의 혹독한 다이어트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으면서도 이것이 공론화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걸그룹 교복 콘셉트 역시 그저 새로운 콘셉트가 유행하기 시작하는구나 생각하면서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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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15년 걸그룹 여자친구 중 한 멤버는 빗 속에서 노래 '오늘부터 우리는'을 부르다가 다섯 번 여를 미끄러져 넘어져 다시 일어났다. 이 영상은 후에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고 걸그룹 여자친구는 "프로 정신"이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
| ⓒ 유튜브 영상 캡처본 |
그 무렵부터 대중문화계에는 문제적인 걸그룹 서바이벌 리얼리티쇼가 이어졌다. 황 칼럼니스트는 최근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걸그룹 트와이스의 데뷔 프로그램 <식스틴>을 언급하면서 "<식스틴>은 <프로듀스101>의 시험판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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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돌학교' 꿈을 향해 출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Mnet <아이돌학교> 제작발표회에서 입학생들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아이돌학교>는 걸그룹 전문 교육 기관을 콘셉트로, 아이돌이 되기 위해 배우고 익히며 성장해가는 11주의 과정을 통해 최종 성적 우수자 9명을 프로그램 종료와 함께 걸그룹으로 데뷔시키는 프로그램이다. 13일 목요일 오후 9시 30분 첫 방송. |
| ⓒ 이정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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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돌학교' 꿈을 향해 출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Mnet <아이돌학교> 제작발표회에서 입학생들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아이돌학교>는 걸그룹 전문 교육 기관을 콘셉트로, 아이돌이 되기 위해 배우고 익히며 성장해가는 11주의 과정을 통해 최종 성적 우수자 9명을 프로그램 종료와 함께 걸그룹으로 데뷔시키는 프로그램이다. 13일 목요일 오후 9시 30분 첫 방송. |
| ⓒ 이정민 |
황효진 칼럼니스트는 "한국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미스코리아 대회 등으로) 여성의 외모를 줄세우면서 경쟁을 시키는 전통이 있는데 이게 걸그룹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를 통해 똑같이 실현됐다"고 주장한다. 또 <프로듀스101> 등을 통해 기획사 내부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대중에게 공개됐던 건 "인권 침해 수준의 대우를 연습생들에게 해도 비난을 받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 프로그램들이 내세우는 '시청자 투표'가 "완전한 착각"임을 강조하면서 "사실 방송 시청률을 올리고 사람을 상품으로 내세워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 목적임에도 연습생들의 간절한 꿈이 목적인양 착각하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황 칼럼니스트는 "아이돌 프로듀싱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회사가 해야 하고 시청자에게 맡겨야 할 이유가 없는데 권리를 주는 척 생색을 내고, 시청자들은 소비자의 마인드로 접근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프로그램에서는 참가자들의 춤과 노래, 얼굴만이 아니라 인성도 평가를 당한다. 조금만 행동을 잘못해도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가거나 문제가 되니까. 모든 부분에서 평가를 당하는 것이다. 또 시청자나 팬에게 '국민 프로듀서님'이라면서 직접 말을 걸고 소통하는 것처럼 연출해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게 핵심이다. 시청자들은 '미성년자를 이렇게 소비하고 평가해도 되나?'라는 고민보다 스스로에게 '나는 그저 프로그램을 보고 있을뿐'이라는 면죄부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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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 브이라이브에서 제공하는 '눕방' 콘텐츠. 소녀시대도 예외는 아니다. |
| ⓒ 브이라이브 |
황효진 칼럼니스트는 아이돌 산업의 여성혐오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말하면서 "산업 안의 당사자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고, 업계 관계자들이 아무도 비판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상품 보다는 사람을 파는 산업이라 인간적인 감정이 섞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예시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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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엠넷의 한일 합작 프로젝트 '프로듀스 48'의 센터로 선택된 AKB48 멤버 미야와키 사쿠라 (방송화면 캡쳐) |
| ⓒ CJ E&M |
"어떤 걸그룹의 팬 분이 여성혐오적 콘셉트도 다 알겠는데 일단 이 걸그룹을 성공시켜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지적하지 말자는 말을 해주신 적이 있다. 이 걸그룹을 좋아하고 계속 이들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금 꼭 문제를 만들어야겠냐는 뜻이었다. 하지만 아이돌의 성공은 팬들에게 달려있는 게 아니라 기획사가 이들을 내놓는 순간에 달려있다. 아이돌의 인생은 아이돌의 인생이고, 아이돌의 성공을 팬들이 대신 책임져 줄 수는 없다. 무엇보다 대중적으로 성공을 하고 나면 과연 여성혐오의 구조에서 빠져나올 수 있나. 소녀시대나 수지가 여성혐오에서 자유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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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든디스크어워즈' 아이오아이, 헤어지기 싫은 하트! 아이오아이 정채연, 전소미, 김세정, 김청하, 최유정이 1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킨덱스에서 열린 <제31회 골든디스크어워즈> 포토월에서 하트를 만들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 이정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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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미디어 속 여성혐오를 다룬 연속 특강 '미디어씨 여성혐오 없이는 뭘 못해요?'를 열었다. 지난 3일 첫 특강으로 황효진 칼럼니스트가 나와 '걸그룹과 여성혐오'를 다루었다.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해 2시간 동안 진행된 강연은 늦은 시간임에도 100명이 넘는 참석자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
| ⓒ 한국여성민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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