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中國] 중국 지한파(知韓派)의 중요성..현지 사정 밝은 인재들 韓·中 가교 역할 '톡톡'

김대기 2018. 6. 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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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4일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 완다호텔에서 열린 ‘세계 제조산업 컨벤션 2018’ 개막식 전야제. 매일경제신문이 미디어 파트너사로 참여한 이번 행사에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사 BOE,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BYD, 삼성전자, 현대차, 독일 폭스바겐 등 글로벌 500대 기업 108개사, 4000여명이 참석하며 대성황을 이뤘다.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행사장에서 왕촨푸 BYD 회장 등 거물급 기업인들과 만나며 대화를 나누던 중 기자의 이목을 사로잡은 광경이 있었다. 행사장 입구 건너편 구석에서 포럼 대행업체 관계자 A씨와 안후이성 정부 실무자가 얼굴을 붉히며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 대행사는 이번 포럼에 참석한 한국 기업인들을 전문으로 영접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A씨는 “100여명에 달하는 한국 기업인이 어렵게 시간을 내 먼 이국땅에서 열리는 포럼에 참석했는데 안후이성에서 더욱 큰 관심과 성의를 보여야 한다”며 안후이성 정부 실무자를 설득하고 있었다. 특히 A씨의 다음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포럼 전반을 기획한 안후이성 정부가 너무 중국식으로 일처리를 하면 한국을 비롯한 외국 손님들에게 도리어 반감을 살 수 있다”며 “포럼 이름대로 ‘글로벌’을 지향한다면 외국 기업인, 특히 한국 기업인들에게 맞는 서비스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A씨의 압박은 실제로 통했다. 안후이성 정부 실무 관계자는 A씨 제안대로 이튿날인 5월 25일 만찬 메뉴를 전통 중국식에서 한식을 곁들인 퓨전요리 코스로 바꿨다. 또 각종 비효율적인 통제 장치도 풀었다. 안후이성 고위층에 맞게 짜인 배차 시간표, VIP 동선 등을 수정해 한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인이 행사장 안팎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조치했다.

▶소통창구 ‘지한파 중국인’ 집중관리를

A씨는 “중국 공산당이나 성정부가 행사를 주최하는 경우 대부분 상대방보다는 자신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준비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은 한국을 포함한 외국에 대한 세부적인 이해가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한족인 A씨는 포럼 대행 사업을 하는 동시에 중국 학생을 한국으로 유치하는 유학센터를 운영한다. 이 유학센터는 매년 1000여명의 중국 학생을 한국의 중·고등학교, 대학교에 보내고 있다. 또 중국 유학생을 위해 한국어 전문 교육, 한국 문화 강습 등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한파(知韓派)’ 육성에도 힘쓴다. A씨 또한 지한파다. 그는 한국 대기업이 중국에서 주최한 장학 퀴즈 프로그램에서 우승해 장학금을 받으며 총 6년간 한국 대학을 다녔다. 졸업 이후 3년간 한국 회사에 근무한 뒤 한중 가교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에 유학센터를 차렸다.

또 다른 지한파 B씨는 지난 2016년 중국 사모펀드가 한국 연예기획사를 인수합병(M&A)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 역시 한국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까지 밟은 우수 인재다. 그는 2015년부터 회사 인수를 위한 시장조사를 시작으로 한국 연예기획사 관계자들과 1년 가까이 실무 협상을 펼친 끝에 300억원짜리 딜을 성사시켰다. 이후 중국 사모펀드를 대표해 연예기획사의 중국 진출 업무를 도왔다. 한국 연예기획사는 중국 자본에 인수된 이후에도 조직 내 이질감이나 경영상 어려움 없이 잘 돌아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B씨가 중국 사모펀드를 떠난 이후 두 회사 간 소통 채널이 사라지자 한국 연예기획사는 고역을 치르게 된다. 한국 조직문화와 업무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지 못했던 중국 사모펀드가 경영 부문에서 한국 연예기획사와 마찰을 빚게 된 것. 이 여파로 한국 회사는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의 회원사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칭기즈칸의 몽골군이나 스파르타 군대는 전장에 나서기 전 현지 사정에 가장 정통한 최정예 정찰부대를 선발대로 보내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승리 전략을 짰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지한파 자원을 중국이 우리보다 앞서 관리할까 두렵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daekey1@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61호 (2018.05.31~06.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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