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을 왜 뿌려요? 우리는 집들이 선물로 주는데


[오마이뉴스 글:김현자, 편집:이주영]
건강을 위해 지나친 염분 섭취를 염려하며 소금은 멀리해야 하는 물질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소금은 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물과 함께 인체 내 생리작용의 기본이 되는, 생존에 꼭 필요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일정 함량이 유지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래서 먹는 것은 물론 약도 변변치 못했던 옛날엔 소금을 비상약으로 지니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땀을 많이 흘리거나, 오랜 시간 음식물을 먹지 못하는 등과 같은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물과 소금을 섭취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저염 혹은 무염식단을 강조하는 지금도 간혹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는 소금을 일부러 먹어줘야 한다"와 같은 말을 하는 어른들이 있다.
여하간 소금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물질이고, 인류는 이미 아주 오래전에 그 중요함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소금은 금보다 귀한 물질로 대접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소금 채취는 발달하지 못했고 게다가 운반에도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그만큼 귀한 물질이 된 것은 당연했다. 귀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것들은 권력이 있거나, 돈이 많은 사람들의 우선 차지가 되면서 종종 권력과 부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소금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귀한 것들은 돈을 대신하기도 했다. 물물교환 혹은 세금이 되기도 했고, 국가가 특정인들에게 대가로 지급하는 것이 되기도 했다. 로마시대에는 오늘날의 공무원과 같은 사람들에게 월급을 소금으로 지급했는데, 그래서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 'Sal'->Salary(봉급)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소금에 대한 아주 간략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모든 인간에게 필요한 물질인 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인류와 함께 해왔을 것이고, 그만큼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집들이 선물로 소금을 들고 가는 나라


국립민속박물관의 '호모 소금 사피엔스'(기획전시실 1관, 2018.5.1~10.31)는 인류와 함께해온 소금과 현재의 소금, 그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전시회다. 소금을 가진 지혜의 인간이란 부제의 '세계 소금 특별전'이다.
소금은 현재 바다이거나 과거에 바다였던 곳에서 만들어진다. 현재 바다인 곳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해염'이고, 과거에 바다였던 곳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암염이다. 암염은 바닷물 속에 녹아있는 해염과는 달리 광물의 형태로 남아 있다. 이외에도 지하수를 유입하여 고농도의 함수로 추출하거나 자연적으로 형성된 소금호수 또는 소금연못 등의 형태로도 존재한다.
소금은 최종 결정방식에 따라 네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함수를 햇볕에 증발시키는 천일염과 가열하는 자염, 소금광물을 채굴하는 암염, 그리고 소금 연못에 절인 나무를 태워 얻는 회염이다. 이처럼 소금은 자연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지만, 그것을 얻는 방식은 사회적 환경과 역사적 경험, 인간의 의지와 노력이 만들어 낸 총체적 결과이다. - 전시회 자료
전시회는 크게 1부와 2부, 그리고 에필로그로 구성됐다. 1부에선 '자연, 소금을 허락하다'를 주제로 다양한 형태의 소금과 채취방법, 염전 종사자들의 삶을 들려준다. 2부 '소금, 일상과 함께하다'에서는 소금의 여러 속성에 따라 발달한 세계의 역사, 문화, 풍습 등을 들려준다.



인도는 소금 생산 3위의 나라다. 대표적인 생산지는 구자라트 주. 인도의 소금 생산 70%를 차지하는데,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 독특한 지역으로 우기에는 물웅덩이가 되고 건기에는 소금사막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소금 채취를 하려면 매번 염전을 다시 일궈야만 한다. 극도의 인내와 노력을 해야만 소금 채취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인도에서 염전 종사자(아가리야)는 인도의 가장 낮은 신분인 불가촉천민에게조차 속하지 못할 정도로 매우 낮은 신분이란다. 게다가 구자라트는 델리에서도 10시간 이상 차를 타고 가야만 할 정도의 오지로 척박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곳을 삶의 터전 삼아 대대로 소금을 채취해 먹고 사는 일꾼들이 많다고 한다.
10만이 넘는 구자라트의 염전 종사자들은 소금사막으로 변하는 건기에 온 가족이 이 지역으로 이주, 천막 가옥을 짓고 생활한다. 이들의 천막 가옥을 전시했다. 신발 등처럼 염전 종사자 가족들이 사용하는 물건들과 살림살이 일체를 현지 일꾼들이 거주하는 모습과 형태 그대로 전시한다. 정확히는 재현한 것이 아니라 현지인과 어렵게 구매,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생생하다.
전시 위해 2년간 11개국 취재



소금의 속성이다. 이와 같은 소금의 속성들은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풍습과 문화를 만들어 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정을 막기 위해 소금을 뿌린다. 반면에 독일에서는 귀하고 꼭 필요한 것을 선물한다는 의미로 소금과 빵을 집들이 선물로 한다. 그리고 폴란드에서는 영원히 변하지 말 것을 약속하는 의미로 신랑과 신부, 그리고 하객들에게 소금을 나눠준다고 한다.
이외에도 소금은 부패방지와 정화, 우정과 평화, 권력과 부의 상징, 물물교환의 수단 등으로 다양하게 쓰였다. 유럽에서는 구하기 힘든 값비싼 물건이다 보니 화려하게 치장되었거나, 비싼 재료로 만들어 값이 나가는 용기에 담아두고 먹거나 보관했다. 우리나라에서만 독특하게 나타나는 것은 소금이 화재를 방지하는 상징으로도 쓰인다는 것. 그리고 인류에게 중요한 존재인 만큼 소금으로 만든 공예품도 생겨났다. 그림이나 글의 주제가 되기도 한다.
관련 물건들도 전시됐다. 통도사와 해인사의 방재용 소금, 독일의 집들이 소금, 유럽 여러 나라들의 소금 그릇들, 소금으로 만든 배, 파푸아뉴기니 엥가부족의 원형 소금과 바루야 부족의 막대 소금, 폴란드의 소금 운반용 수레와 소금 벽돌, 여러 생산지들의 소금 생산 도구들 등 세계 각지의 소금과 관련된 다양한 물건들을 만날 수 있다.
이번 행사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전 세계인들에게 영향을 미친 특정 물건을 주제로 진행하는 두 번째 기획전시다. 첫 전시는 청바지였다. 전시를 위해 세계 여러 곳을 오랜 기간에 걸쳐 취재하고 있단다. 이번 전시도 마찬가지. 2년 동안 인도, 볼리비아, 라오스, 파푸아뉴기니 등 11개국 15개 지역을 취재했다고 한다.
세계 주요 소금 생산지들을 클릭하면 해당 국가의 대표적인 소금 생산지 환경과 생산과정, 도구들을 쉽게 알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 회염이나 암염을 채취하는 과정이나 통도사와 해인사의 화재막이 과정을 담은 영상, 세계 여러 나라의 소금 관련 속담 큐브, 일상에서의 쓰임을 한 눈으로 파악할 수 있는 벽면 자료, 세계적으로 유명한 5가지 소금을 직접 맛보며 비교해볼 수 있는 코너 등... 관련 다양한 장치와 영상들도 기억에 남는다.
| ▲ <호모 소금 사피엔스>와 연계 전시인 기획전시관 2의 <소금, 빛깔 맛깔 때깔> 일부. |
| ⓒ 김현자 |
| ▲ <소금, 빛깔 맛깔 때깔>은 <호모 소금 사피엔스> 연계 전시로 국립민속박물관 야외전시관인 오촌댁과 기획전시실 2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촌댁 풍경 일부다. |
| ⓒ 김현자 |
전시, 에필로그에 이런 문구의 영상이 있다. 한번 관람(5월 25일)으로 아무래도 아쉬워 다시 가게 된 일요일 오후 관람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영상이 자꾸 아른거렸다. 구자라트 염전 종사자들의 절실한 소금 채취, 그 고단한 삶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천막 가옥 속 때 묻은 일상용품들과 함께. 소금과 인간의 관계를 이처럼 적절하게 표현한 말이 또 있을까 싶었다.
기획전시실 2관과 야외전시장인 오촌댁에서는 '소금, 빛깔 맛깔 때깔'이라는 주제로 우리나라의 소금과 식생활 문화를 알 수 있는 자료, 이를 담아내는 우리의 공예품 등을 연계 전시 중이다.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 여유 있게 둘러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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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국립민속박물관 세계의 소금 특별전 '호모 소금 사피엔스', 2018.5.1~2018.10.31(당초 8.19까지였는데 연장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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