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문 대통령 장담과 북한 얘기 왜 다르냐 물었다"
NYT "정상회담 사흘 앞두고 전화
트럼프, 불편한 심기 보였다는 해석"
WP도 "백악관 내 회담 회의론 고개"
미 정부 큰 흐름은 아직 '회담 추진'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건 전화는 문 대통령 방미 불과 사흘 전에 이뤄졌다”면서 “이는 문 대통령이 워싱턴에 올 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discomfort)’를 보여주는 것이란 해석이 미 정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트럼프는 한국을 통해 전달된 북한의 비핵화 협상 의지를 철썩같이 믿고 있었는데, 상황이 이상하게 전개되자 한국의 ‘중재 외교’에 의심을 품기 시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태도 돌변 이후 워싱턴에선 현재 북한에 대한 회의감이 급부상하고 있다. 위험을 떠안고 계속 북·미 정상회담을 진행시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트럼프가 조바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백악관 관료들 사이에선 북한에 대한 불신과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전했다.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우 주변 인사에게 ‘회담이 잘 추진될 거라고 믿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까진 미 행정부의 큰 흐름이 ‘회담 추진’에 있다는 게 지배적 분석이다. WP에 따르면 이미 미국 측 선발대가 회담 개최지인 싱가포르에 도착해 머물고 있다고 한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자신이 진정 만나고 싶어 한다는 걸 이해시킴으로써 북한과의 ‘쇼’가 계속 진행되길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린지 그레이엄(공화) 미국 상원의원도 20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흘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이것(북한의 위협)을 윈-윈(win-win) 방식으로 끝내길 원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을 가지고 놀려고 한다면 유일하게 남는 건 군사 충돌뿐”이라며 “그렇게 되면 미국이 아닌 북한이 패자가 될 것”이라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트럼프의 조바심과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그의 참모진 사이에선 크게 두 가지 우려가 떠올랐다고 NYT는 전했다. 첫째는 트럼프가 노벨상을 염두에 두면서 이번 회담을 지나치게 갈망하는 듯한 신호를 보이고 있다는 점. 이를 간파한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협상에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약속’을 준비할 것이라는 우려다. 또 하나는 트럼프가 협상에서 미국이 양보해선 안 되는 핵심 요소에 대해 과연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다. 트럼프의 경우 전임 버락 오바마나 조지 W 부시와는 달리 우라늄 농축 능력이라거나 플루토늄 재처리, 핵무기 생산 및 미사일 프로그램 등에 대한 구체적 브리핑을 받는 걸 거부하고 있다는 게 참모들의 전언이다.
NYT는 “미 정부 관계자들은 김정은이 이번 북·미 회담에서 향후 6개월 내에 핵무기 일부를 넘기고 관련 시설을 폐쇄하며 사찰을 허용하는 ‘타임 테이블’에 동의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며 “하지만 이런 일정은 과거 북한의 전통적인 협상 스타일 등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무리한 계획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NYT에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6개월 안에 북한이 아무 보상 없이 핵무기를 넘기는 것을 기대한다면 그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수십 년째 북한이 해 온 약속 파기와 기만을 생각하면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액면 그대로 믿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서울=조진형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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