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홍영표, 문빠에 찍혔다..특검 합의에 문자폭탄 공격

하준호 2018. 5. 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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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20대 국회 3기 원내대표에 당선된 홍영표 의원이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강정현 기자
대표적인 친(親)문재인계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최근 문 대통령 극렬 지지자, 이른바 ‘문빠’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이들의 ‘문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4일 여야 갈등으로 얼어붙었던 국회가 42일 만에 정상화된 이후부터다.

홍 원내대표의 휴대전화는 문빠에게 '좌표'가 찍혔다. 배터리가 방전될 정도로 문자 메시지가 쏟아지고 의원 사무실로 항의 전화가 온다. 내용은 비판 일색이다. 친문 핵심은 왜 '문빠'의 먹잇감이 됐을까.

민주당 원내 관계자가 전해준 얘기는 이랬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노웅래 의원을 누르고 새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투표 전만 해도 '문빠'들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친문 핵심 홍영표를 원내대표로 뽑아야 한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돌렸다고 한다.

당시는 여당의 추경안 처리와 야당의 ‘드루킹 특검’ 요구가 강하게 충돌하던 때였다. 여야 ‘강 대 강’ 대치 속에서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국회의원 4인(김경수·박남춘·양승조·이철우)의 사직 안 표결과 민생법안은 뒷전이었다.

여야는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과 원내수석부대표 간 실무 협상, 각 당의 의원총회 등을 거쳐 지난 14일 국회 정상화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추경안과 특검은 지난 18일 심야 협상 끝에 19일 본회의를 열고 동시에 처리하기로 했다. 특검 합의안에는 여당의 요구대로 문 대통령이나 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의 이름은 빠졌다. 그러나, 야당의 강력한 요구로 ‘의혹 등과 관련한’ 등의 표현이 추가됐다. 사건에 관련된 김 후보가 수사 대상이 될 여지를 남긴 합의였던 셈이다.

노회찬 평화와 정의의 모임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지난 18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8주년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묵념 마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뉴스1]
그때부터 홍 원내대표에게 비난 문자가 쏟아졌다. 믿었던 친문계가 ‘드루킹 특검’에 덜컥 합의했다고 본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전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추경안과 특검법안을 놓고 일괄 협상을 시도하던 중에도 ‘문빠’들은 홍 원내대표 등 민주당 원내지도부에게 압박을 가했다.

많을 땐 하루 수백 건씩 ‘특검 반대’ 문자 폭탄이 날아왔다. 일부 의원들은 대대적인 문자 공세에 ‘특검’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메시지의 수신을 차단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원내 관계자는 “야당이 요구하는 특검을 받았다는 이유로 홍 원내대표 휴대전화는 문자 폭탄에 배터리가 순식간에 방전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합의로 문빠들 사이에서 반문으로 찍힌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전임 원내대표인 우원식 의원은 국회 교착 상태를 풀지 못하고 임기를 마치기는 했지만, 극렬 지지층으로부터는 야당의 특검 요구를 끝까지 수용하지 않았다는 명분을 쌓았다는 평가도 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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