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여행만리]장엄한 이 바다 태초에 호수였다니..

여행전문 조용준기자 2018. 5. 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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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떠나는 여정, 태종대와 다대포가 달라졌다
100년 세월의 영도 등대와 주변의 깎아지른 기암이 바다와 어우러지는 장엄한 풍경을 보여주는 태종대
부산을 대표하는 지질공원인 태종대
다대포해변은 부산의 여는 해수욕장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태종대 암석바위...태풍피해로 2017년부터 입장이 금지됐다.
몰운대 해안산책길
달맞이길에서 바라본 부산의 고층빌딩
감천문화마을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부산은 언제 찾아도 볼거리, 먹거리가 풍성하고 즐거운 곳입니다. 낭만이 가득한 해운대를 비롯해 광안리, 영도다리, 감천문화마을, 국제시장 등 역사와 사연을 간직한 곳들도 수두룩합니다. 아름다운 바다와 해안산책길은 또 어떻습니까. 하지만 쇠락을 길을 걷다 다시 각광받는 여행지들도 있습니다. 한때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지였던 태종대가 그렇습니다. 낡은 관광지 취급을 받던 태종대는 시설을 개보수하고 산책로를 단장하고 전기차를 들이는 등 예전의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백악기시대 공룡이 뛰놀던 곳으로 알려지면서 땅의 역사를 찾아가는 시간여행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꼭 지질여행이 아니어도 태종대는 장엄한 해안절경과 바다 산책길로 유명합니다. 또 한 곳이 있습니다. 부산도심에서 8km정도 떨어진 다대포와 몰운대입니다. 몰운대는 태종대와 함께 부산 지질명소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대포는 해운대가 주목받기 전 부산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던 해변이었습니다. 조금씩 옛 명성을 되찾아 가고 있는 두 곳을 다녀왔습니다.

◇백악기 호수에서 태어난 태종대-장엄한 해안절경, 시간과 물, 바람이 만든 장관
태종대의 갯바위와 바다가 보여주는 경관은 장엄하고 힘차다. 최근에 해운대와 광안리 주변 '이기대'의 경관이 조명 받고 있지만, 바다 풍경이 힘차기로는 태종대에 어림도 없다. 곳곳에 바다가 있는 부산에서 태종대가 일찌감치 대표 관광지로 이름을 알린 이유다.

이런 태종대는 공룡이 지배하던 백악기에 만들어졌다. 공룡의 제왕 티라노사우루스가 살던 시대다. 태종대 앞 푸른 물이 그때는 바다가 아니라 호수였다니 상상이 가지 않는다. 백악기 말 부산 일대에서 화산활동이 격렬했다. 이후 휴식기에 들어가면서 호수에 퇴적물이 쌓였다. 퇴적층이 굳어 바위가 되고, 해수면이 상승함에 따라 오랜 시간 물과 바람에 씻기고 깎여 태종대가 탄생했다. 그 오묘한 모습에 반해 신라 태종무열왕이 한동안 머물며 활을 쏘았다고 하여 '태종대'라는 지명이 생겼다.

태종대는 부산국가지질공원 중 하나다. 낙동강하구, 몰운대, 두송반도, 송도반도, 두도, 오륙도, 이기대, 장산, 금정산, 구상반려암, 백양산 등 부산에는 모두 12군데 지질 명소가 있다.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도등대 주변에 명소가 집중된다. 해식 절벽, 파식대지, 해식동굴, 역빈 등 아름다운 지질 환경을 갖췄다. 숨 막히는 절경에 깃든 흥미진진한 땅의 역사는 여행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암석해안이 파도에 침식되어 평평해진 파식대지가 장관이다. 망부석이 서 있는 신선바위, 넓고 평평한 태종바위에는 녹색, 흰색, 붉은색 지층이 겹겹이 쌓인 퇴적암 층리가 선명하다. 태풍으로 암석이 무너져 2017년부터 태종바위에 올라가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등대에서 계단을 지나 동쪽으로 내려가면 자갈이 파도에 동글동글해진 역빈(현생 자갈 마당), 약한 암석이 파도에 깎인 해식동굴도 있다. 다양한 지질 환경을 차례로 둘러볼 수 있도록 지질트레일 코스를 개발해서 지도에 표시해뒀다.

태종대 곳곳에 비경이 가득하다. 바다가 유독 짙푸른 전망대에는 식당과 카페, 매점이 있어 쉬어 가기 좋고, 태종사도 들러볼 만하다. 6월말과 7월이면 수국이 활짝 피어 장관을 이룬다.

태종대에서 동쪽으로 보이는 몇 개 섬이 오륙도다. 동래의 지리를 다룬 책 '동래부지'에 '동쪽에서 보면 여섯 봉우리, 서쪽에서 보면 다섯 봉우리'라고 오륙도 이름의 유래가 나온다. 오륙도스카이워크에 오르면 오륙도는 물론 왼편으로 길게 이어지는 이기대와 그 너머 해운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태종대까지 전망이 시원하다.

부산은 대중교통으로 여행하기를 권한다. 주요 여행지를 지나고 이용도 간편한 시티투어버스는 관광객에게 인기다. 태종대는 시티투어버스 중에서 2층으로 된 점보버스가 운행한다. 영도에서 오륙도로 넘어갈 때 부산항대교에서 바라보는 부산항 풍광에 입이 딱 벌어진다.

◇지질명소 물운대와 다대포 해변에서 추억의 바다를 만나다
우리나라에서 안개와 구름에 잠긴다는 이름을 가진 몰운대(沒雲臺)는 두 곳이다. 강원도 심심산골 정선의 몰운대가 있고 부산 바닷가에 또 하나 있다. 둘 다 한자는 같지만 그 뜻은 사뭇 다르다. 정선의 것은 내륙에 도끼로 잘라낸 듯 깎아지른 절벽이라 협곡을 굽어보는 맛이 있다. 부산은 전혀 다르다. 원래 드넓은 모래톱과 망망대해가 만나는 곳에 떠 있던 외딴섬이다. 하지만 지금은 낙동강에서 내려오는 흙과 모래가 퇴적되어 다대포와 이어졌다. 그러니까 섬과 육지가 연결된 육계도다. 쇠뿔모양으로 굽은 다대포해변을 돌아 몰운대로 오르는 길에는 소나무가 빽빽하다. 멋드러진 갈맷길 4코스 구간이다. 굽은 해송만 있는 게 아니라 키가 껑충한 소나무 숲길과 데크로 이어지는 해안길도 있다.

객사까지 올랐다 다시 내려오면 자갈 해안이 펼쳐지다. 땀을 식히고 있노라면 양쪽으로 맑은 바닷물이 밀려와 산산이 포말로 부서지는 풍광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몰운대를 나서면 다대포해변으로 이어진다. 한때 전성기를 누리다가 쇠퇴의 길을 걸었던, 그러다가 다시 명소로 되살아나고 있는 곳이다. 다대포는 송도보다는 멀지만 그래도 부산 도심에서 불과 8㎞ 거리에 있어, 송도가 쇠락했을 때 부산 시민들이 단골로 찾던 곳이었다.

다대포는 낙동강이 바다와 만나는 자리여서 강물이 싣고 내려온 모래가 유독 곱다. 부산의 다른 해수욕장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다른 곳들이 도시적인 느낌이라면 다대포는 상업화된 느낌이 훨씬 덜하고 적막하며 그윽하다. 또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노는 해변이라기보다는 한참을 걸어 들어가도 종아리를 넘지 않는 낮은 수심으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즐기는 게 더 어울린다.

특히 노을이 질 무렵의 백사장은 온통 붉게 물들어 황홀한 풍경을 선사한다. 특히 다대포에서 낙동강하굿둑으로 이어지는 길은 '노을 나루길'이라고 불린다. 노을이 내린 강나루 길, 즉 노을 풍경이 있는 길을 뜻한다. 낙조(落照)가 아름다운 다대포와 낙동강에 붙일만한 명칭이다. 고기잡이를 나갔던 돛단배들이 금빛 물결을 저으며 나루로 들어오고, 조각배를 탄 연인들이 석양에 물들어 발갛게 얼굴 붉히는 풍경은 운치가 그만이다.

부산=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수도권에서 가면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구서IC를 나와 번영로, 충장고가로, 구덕로, 중구로를 지나면 태종대가 나온다. 부산지하철 1호선을 타면 부산역과 남포동, 자갈치시장을 지나 다대포까지 갈 수 있다.

△볼거리=대표적 관광지는 해운대다. 해가 넘어간 뒤 화려하게 반짝이는 마린 시티의 불빛과 시원한 파도 소리가 어우러져 낭만적이다. 이외에도 깡통시장, 송정 바다케이블카, 갈맷길, 영도다리, 금정산성, 보수동책방거리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시내 일주를 즐겨도 된다.

부산돼지국밥, 씨앗호떡, 비빔당면,냉채족발(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먹거리=먹거리는 넘쳐난다. 돼지국밥, 광복동 씨앗호떡, 비빔당면, 밀면, 카레맛으로 유명한 거인통닭, 삼진어묵체험ㆍ역사관, 냉채족발 등이 있다. 자갈치시장의 생선구이도 맛보자. 생선구이 골목에 들어서면 생선을 산더미만큼 쌓아놓고 껍질은 노릇노릇, 속은 보들보들하게 구워내는 생선구이의 달인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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