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경매로 9000억 원 기부한 록펠러 가문
생전 모은 1550점 크리스티서 완판
주칠장 등 조선시대 공예품도 포함
뉴욕 언론이 ‘세기의 경매’라고 명명한 ‘페기·데이비드 컬렉션’은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8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진행된 경매를 통해 총 8억2800만 달러(약 8800억원)에 낙찰돼 단일 소장자의 컬렉션으로는 사상 최고기록을 세웠다.
1~12일 온라인을 통해 판매된 600여점의 소액 컬렉션 낙찰금액 460만 달러까지 포함하면 8억3000만 달러 이상이다. 경매 수익금은 전액 기부된다. 유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록펠러 부부의 뜻에 따른 것이다. 부부는 생전에 컬렉션 경매를 계획했다. 기부금을 받을 12개 단체도 20년에 걸쳐 골라놓은 상태다. MoMA와 하버드대, 록펠러대, 음식과 농업을 연구하는 스톤반스센터 등이 포함됐다.
록펠러 컬렉션 가운데 최고가는 파블로 피카소의 1905년 작품인 ‘꽃바구니를 든 소녀’. 1억1500만 달러(약 1240억원)에 낙찰됐다. 피카소 작품 가운데 2015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당시 경매가 1억7937만 달러(약 2025억원)에 낙찰된 ‘알제의 여인들’에 이어 두번째로 비싼 작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작품은 데이비드가 죽기까지 그의 65번가 자택 서재에 걸려 있었다.
마티스의 ‘오달리스크’ 역시 예상가 7000만 달러를 뛰어넘으면서 마티스 작품 가운데 최고 낙찰 기록을 경신했다. 록펠러 부부가 후원한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 ‘경쟁자들’은 980만 달러에 낙찰돼 남미 작가의 작품으로는 최고 기록을 세웠다.
코너 조던 크리스티 부회장은 “이번 컬렉션을 보면 한국은 데이비드와 페기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면서 “허드슨 파인스 집의 2층 복도에 주칠장을 세워뒀고, 메인주 집 마당을 한국 조각상들로 장식했다”고 말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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