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볶음탕에 감자 실종·마트서 한봉지 8천원.."안 오른 가공식품도 없다..주머니 헐렁"

이선애 2018. 5. 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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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식당에서 사라진 감자볶음·무나물…농산물 가격 들썩
가공식품도 줄줄이 올라…음료·과자·어묵·햄 등 죄다 올라
국민 주머니 헐렁…허덕이는 자영업자 '가격인상 고육지책'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남성사계시장에서 소비자가 채소를 살펴보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최근에 자주 가는 닭볶음탕집에서 회식을 했는데, 감자가 단 한개도 없더라구요. 감자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뉴스를 많이 접했는데 이정도일줄은 몰랐어요. 식당 이모가 한숨을 쉬면서 양해해달라는데, 감자도 없고 당근 조금에 닭만 덩그러니 있으니 좀 그랬어요. 요즘 식당에서 감자볶음 반찬도 없고, 좀 더 달라고 하면 째려본다고 해요."

"감자로 하는 반찬은 안만들고 있어요. 오징어볶음 반찬도 올해 들어서는 거의 제공을 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무나물을 자주 찾는 단골손님도 많은데 죄송하다고 할 뿐이죠. 땅 파서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임대료도 올랐고 인건비도 부담되는데 안오른 농산물이 없어요. 농산물 뿐이겠어요. 오징어 등 수산물 가격 오름세도 만만치 않아요. 반찬 가짓수를 줄여야 하는지 원."

여의도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회사원 김모씨와 종로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사장 이모씨의 푸념은 똑같았다. 요즘 감자와 무 등 농산물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껑충 뛰었다. 감자 가격이 지난해보다 2배나 치솟자 식당에서는 감자 반찬이 아예 실종됐다.

현장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밥상 물가 인상 폭은 공식 통계치보다 훨씬 가파르다. 대형마트 등에서는 무와 감자, 당근 등이 한국농수산식품공사(aT)가 집계한 가격보다 최소 300원 이상 비싸게 팔리고 있다. 롯데마트에서 폭등 품목인 무를 고르던 한 손님은 "요즘 물가상승률이 낮아서 걱정이라면서 왜 무와 감잣값은 떨어지지 않느냐"며 역정을 내기도 했다. 이마트에서 만난 한 주부는 "감자 1봉지가 8000원에 육박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우리 아들 말로 이게 실화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가공식품 가격 인상은 5월 들어서도 멈출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부터 동아오츠카의 데미소다(250㎖) 가격이 1000원에서 1200원으로 20% 올랐다. 포카리스웨트 630㎖ 용량 가격은 2200원에서 2300원으로 4.5% 인상됐고, 1.5ℓ 용량 제품 가격은 3300원에서 3500원으로 6.1% 비싸졌다. 생수 가격도 올랐다. 해태htb(옛 해태음료)의 평창수 프리미엄(500㎖)은 850원에서 950원으로 11.8%, 강원평창수(2.0ℓ)는 1200원에서 1400원으로 16.7% 각각 인상됐다. 코카콜라음료는 지난 2월 콜라 등 17개 품목 출고가를 평균 4.8% 올렸다.

과자 가격도 예외는 아니다. 롯데제과 목캔디 가격은 700원에서 800원으로 14.3% 뛰었다. 해태제과는 오예스와 맛동산 등 5개 제품의 가격과 중량을 조정해 중량당 가격을 평균 12.7% 인상했다. 이에 따라 오예스 딸기의 경우 권장소비자가격이 기존 4800원에서 6000원으로 인상됐다.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과자.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부터 냉동만두 5종 가격을 평균 6.4% 인상했다. CJ제일제당의 인기 제품인 햇반은 평균 9%, 스팸은 평균 7.3% 가격이 올랐다. 어묵 10종은 가격이 평균 9.8% 인상됐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숏다리, 찡오랑 등 오징어 관련 마른 안주류 품목 가격도 최대 20%가량 인상됐고, 편의점표 김밥과 도시락, 샌드위치 상당수도 가격이 올랐다.

새로운 간판을 적용한 명동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

빵값도 일제히 올랐다. 업계 1위·2위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2~3월 주요 제품의 가격을 올렸다. 동네 빵 가게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영등포구의 한 빵 가게 사장은 "인건비보다 임대료 부담이 너무 심해 제품 가격을 평균 200원가량 올렸다"며 "자영업자들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해를 해줬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00원 이하 제품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때 이제 동네 빵 가게에서도 제품을 찾아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밀가루 가격 인상과 맞물려 주요 식품ㆍ제과ㆍ제빵 업체들의 가격 인상 품목이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주요 제과 및 라면업체들의 과자와 라면 가격 인상이 예고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마트에서 만난 주부 박모씨는 "안 오른 품목을 찾기기 힘든 상황"이라며 "외식물가도 급등해 외식하기가 겁나고 직접 해먹자고 해도 안오른 게 없어 뭘 해먹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장을 보러오면 올때마다 20만원이 훌쩍 나간다"며 "예전에는 같은 품목을 사도 10만원 후반대면 충분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농산물 가격 대란에 가장 직격탄을 맞은 것은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고육지책으로 가격인상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동작구의 한 감자탕 가게 사장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식당들이 가격 인상한다고 들썩일 때도 버텼는데 채솟값이 너무 뛰는 바람에 얼마 전 500원을 인상했다"며 "마음 같아선 1000원 올리고 싶었지만 손님들 주머니 사정도 있으니 우리가 더 많이 팔아서 충당하는 수밖에 없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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