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금감원 대응 '오락가락'

조계원 2018. 5. 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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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특별감리 결과 분식회계가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1년 3개월전 진웅섭 전 금감원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다는 발언과 정반대의 결과다. 금감원의 입장이 변하는 사이, 장미대선에서 승리한 문재인 대통령은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감리를 완료하고 조치사전통지서를 회사 및 감사인에게 통보했다고 2일 밝혔다. 조치사전통지란 금감원의 감리결과 조치가 예상되는 경우 증선위에 감리안건 상정을 요청하기 전에 위반사실 및 예정된 조치의 내용 등을 안내하는 절차를 말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은 지난해 초 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비롯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 지난해 2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잇따라 제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내던 중 2015년 갑자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면서 1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뀌면서 처음 지분을 샀을 때 가격(취득가액)이 아니라 4조8000억원의 시장 가치로 재평가된 가격으로 회계장부에 반영됐다. 이로 인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조5000억원대의 투자 이익이 발생했다. 이는 실제이익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장부상으로만 잡히는 이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러한 회계 처리를 두고 심상정 의원이나 시민단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부풀려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 가치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주장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한 배경에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가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진웅섭 전 금감원장은 지난해 2월 국회 정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에 큰 문제가 없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당시 여러 외부평가를 통해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고 감리는 구체적인 혐의가 나와야 가능하다”면서도 “의혹을 제시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금융위원회, 유관기관과 (감리 착수 여부를) 협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는 2015년, 2016년 반기보고서에 대한 감사나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에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진웅섭 전 원장의 발언 이후 지난해 3월 29일 열린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특별감리 결정이 내려졌다. 진 원장의 발언과 달리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이유다. 증선위의 결정 이후 금감원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한 달 전인 4월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본격적인 특별감리에 나섰다.

금감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특별감리는 잠정 결과가 나오기까지 1년의 기간이 소요됐다. 금감원이 특별감리에 돌입한 이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고, 9월에는 금감원장이 최흥식 전 금감원장으로 교체됐다. 금감원과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가 금감원장 교체 후 신속히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잇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취임 후 한달이 지나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특별감리를) 신속하고 확실하게 하겠다”고 발언했다.

금감원은 결국 진웅섭 전 원장의 발언 후 1년 3개월, 최흥식 전 원장의 발언 후 6개월만에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분식회계가 인정된다는 특별감리 결과를 내놓은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러한 감리 결과에 대해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입장문을 통해 “회계처리에 대해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적정하다는 의견을 받은 바 있다”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제외시킨 이유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성과가 가시화됨에 따라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 대상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의 가치가 콜옵션 행사가격 보다 현저히 큰 상태인 ‘깊은 내가격 상태'에 해당됐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성공에 따라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져 관계회사로 회계처리했다는 해명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금감원의 감리 결과를 두고 금감원이 정권의 재벌개혁 의지에 부응해 감리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는 보는 관점에 따라 정상적인 회계처리이거나 분식회계로 구분된다. 금감원이 채용비리나 금감원장 낙마 등 줄어든 입지 만큼 문재인 정부의 정책방향에 부응해 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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