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전기자전거 허용된 자전거도로 달려보니 오르막길도 평지처럼 '씽씽'..자출족(자전거 출퇴근족)에 '딱'
정확히 1년 반 전, 전기자전거 체험기를 쓴 적이 있다. 걸으랴, 기다리랴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20분 남짓 걸리던 출퇴근 시간이 단 10분으로 줄어 제법 달콤했던 기억이다. 이따금 차로에서 자동차, 오토바이 등에 치일 뻔했던, 아찔한 기억만 뺀다면. 당시 도로교통법상 원동기로 분류되던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없던 탓이다. 운전면허가 있어야 탈 수 있었다. 여전히 자전거를 장애물 취급하는 도로 위 분위기는 취재 중에도 조심스레 ‘생명수당’을 떠올리게 했다.
이번에는 좀 다를까. 올 3월 22일부터는 전기자전거도 페달보조방식(PAS)만 쓰는 전기자전거에 한해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게 됐다. 페달 보조란 운전자가 페달을 밟으면 모터가 힘을 보태주는 것을 말한다.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 등 국내 자전거 업체들이 이 시기에 맞춰 전기자전거 라인업을 대폭 늘렸다. 최근 운동이나 절약을 위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자출족’이 꾸준히 느는 추세라 전기자전거 이용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3월 5~11일 일주일간 삼천리자전거 전기자전거 ‘팬텀제로’로 생활해봤다.
팬텀제로는 지난해 6월 삼천리자전거가 100만원 이하 가격(99만원)에 내놓은 입문자용 전기자전거다. 일체형 프레임이기는 하지만 첫인상은 날렵함보다는 묵직함에 가까웠다. 자전거를 이루는 뼈대인 알루미늄 프레임 때문인 것 같다. 무게는 17.2㎏. 앞뒤 바퀴가 모두 작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비교적 수월하다. 자전거 시트 아래에는 묵직한 배터리, 왼쪽 손잡이 부분에는 아담한 LCD 디스플레이가 달려 있는 점을 빼면 여느 자전거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일반 자전거와 가장 큰 차이는 처음 올라타는 순간 알 수 있다. 팬텀제로는 페달을 밟는 순간 ‘스르륵’ 앞으로 나간다. 내 발 힘이 아니라 누군가 부드럽게 밀어주는 느낌이다. 다만 횡단보도 등에서 정차 시 습관적으로 페달에 발을 올려놓는 버릇이 있다면 신경 써서 고쳐야 할 듯싶다. 나도 모르게 앞으로 휙 움직였다가는 사고 나기 십상이니까.
대신 팬텀제로를 전기자전거로 활용하려면 LCD 화면을 항상 켜놔야 한다. 여기에는 배터리 잔량부터 현재 시각, 주행 가능 거리, 누적 주행 거리, 후미등, 단조절 변속시스템 등이 표시된다. LCD 패널 바로 아래에는 USB 포트가 있어 주행 중 휴대폰 충전도 가능하다. 왼쪽 하단에 있는 AST 단계는 모터의 도움(PAS) 정도를 나타낸다. 0~5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가령 5단계는 전기장치 도움이 가장 큰 상태다. 25㎞/h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자전거를 타기 힘든 오르막 경사에서 편리하다. 1단계는 15㎞/h까지 가능하다. 0단계는 일반 자전거라고 보면 된다.

▶전기자전거는 조작이 어렵다?
▷일반자전거와 똑같아…충전요금 100원
각설하고 일단 타보기로 한다.
참고로 사무실에서 기자의 집까지 거리는 자전거로 3.6㎞다. 차 많고 오토바이 많기로 소문난 퇴계로와 동대문까지는 평지라지만 마지막 1㎞ 구간이 쉬지 않고 자전거를 타기에는 꽤 벅찬 경삿길이다. 특히 아파트 1층 현관문 앞까지 마지막 300m 구간은 경사가 20도를 족히 넘는 ‘죽음의 레이스 코스’다.
드디어 출발. 승차감은 일반 자전거와 다를 바 없다. AST 단계를 5까지 올리면 최대 25㎞/h 속도로 달릴 수 있어 속도감이 꽤 났다. 주행 중간 가끔 오르막길이 나타났지만 페달을 세게 밟지 않고도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다. 경사가 15도가량 되는 오르막길에서는 최고 속도가 15㎞/h 정도로 준다. 15㎞/h는 평지에서 일반 자전거가 다니는 평균 속도.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 핸들 옆에 주행 속도와 거리, 운동 강도 등 다양한 주행 정보를 표시해주는 LCD를 중간중간 챙겨볼 수 있어 편리하다.
신문물에 들떴던 것도 잠시. 사람도 차도 많은 도심을 지나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일단 날씨가 최악이다. 스치는 바람에도 마음 일렁이는 봄이건만 최근 서울 미세먼지 농도는 연일 ‘나쁨’ ‘매우 나쁨’ 수준을 유지했다. 서울 사대문 안 공기를 이 폐 하나로 정화했다고 여겨야겠다.
무엇보다 괴로웠던 것은 기껏 자전거도로를 사용할 수 있게 됐건만 대부분 구간에서 편히 달릴 수 없었던 점이다. 서울 도심 자전거도로는 불법 노점상이나 주차된 오토바이가 차지하기 일쑤였고 보행자 중에서도 보도블록 대신 자전거도로를 인도 삼아 걷는 이가 대부분이었다. ‘따릉’ 신호를 보내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또 현행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자전거도로가 없을 때 인도 대신 도로에서 가장 우측 차선 가장자리로 다녀야 한다. 우측 차선 주행 중 사거리를 만나면 우회전하는 차량과 부딪힐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여전히 자전거를 장애물 취급하는 몇몇 차량 운전자가 야속할 정도다. 이외에도 자전거의 주행 방향을 수신호로 알려야 하고 횡단보도에서는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건너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많았다. 전기자전거도 ‘자전거’인지라 이런 애로사항을 고스란히 감내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전기자전거가 제 실력을 발휘하는 순간은 경사로를 지날 때다. 좀 전에 예고한 마지막 1㎞ 경사 구간 중 70%를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통과했다. 마지막 죽음의 레이스 코스(경사 20도 이상)는 조금 달랐지만. AST 5단계로 설정해놓고도 젖 먹던 힘까지 짜낸 뒤에야 겨우 집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일반 자전거를 탔다면 발을 굴러 오르는 것은 꿈도 못 꿨을 일이라 전기자전거가 내심 기특하다.
전기자전거 팬텀제로는 전기 동력을 이용해 70㎞(AST 1단계 기준)까지 이동할 수 있다. 주행 조건에 따라 AST 5단계 모드에서도 30㎞가량 이동할 수 있다. AST 모드를 0단계에 설정해놓으면 배터리가 전혀 닳지 않는다. 즉 경사로 등 필요한 구간에서만 AST 모드를 활용한다면 더욱 오래 전기자전거를 탈 수 있다. 배터리가 모두 소진되면 전기자전거가 멈추는 게 아니라 일반 자전거처럼 타면 된다.
6.5ah 용량의 배터리는 3~4시간이면 완충(완전히 충전)된다. 배터리를 한 번 완충하는 데 드는 전기요금은 50~100원에 불과하다.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의 1회 왕복 요금보다 저렴하다. 전기자전거를 매일 충전해가며 이용한다고 해도 월 1000~2000원의 비용으로 출퇴근이 가능하다. 도난 가능성 때문에 길가에 세워두기는 다소 애매하다. 도난 방지용 열쇠가 있지만 불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전기자전거는 운동이 안 된다?
▷페달링·전력 동시 이용…운동효과 ↑
“전기로 움직이면 운동은 전혀 안 되는 거 아냐?”
기분 좋은 주말, 뽀얀 미세먼지 9.3㎞를 뚫고 만난 친구가 전기자전거를 보더니 한마디 던진다. 전기자전거가 전기로 움직인다면 페달링을 하지 않아도 되고 결국 운동 효과도 없지 않느냐는 소리다. 네 눈에는 땀에 절어 벌게진 친구의 얼굴이 보이지 않니? 허벅지 대퇴부와 엉덩이 둔근은 분명 뻐근하다. 설명하자면 이렇다.
보통 전기자전거는 오토바이처럼 발을 구르지 않고 운행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전력으로만 구동하는 ‘스로틀 방식’에 해당하는 얘기다. 앞에 언급한 페달보조방식은 페달을 밟아야 모터가 그 힘을 감지해 바퀴에 동력을 보탠다. 즉 전기의 힘을 빌리기 위해서는 페달링을 해야 하고 결국 운동 효과는 있다. 다만 오르막길같이 체력 소모가 큰 구간을 주행할 때 전력의 보조를 받는 만큼 다리 근육을 한 번에 무리해서 사용하지 않는다.
무릎에 무리 없이 운동을 하고 싶은 성인이나 어린이, 자전거로 장거리 출퇴근·여행을 하고 싶은 라이딩족에게 전기자전거를 적극 추천할 만하다. 단 오로지 운동을 목적으로 전기자전거를 산다면 적극 권하고 싶지는 않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54호 (2018.04.18~04.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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