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선언..시진핑식 '남순강화' 성공할까

베이징 김혜원 2018. 4. 1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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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의 하와이'로 불리는 하이난(海南)섬에 자유무역항을 건설하겠다고 정식으로 선언했다.

시 주석은 13일(현지시간) 하이난 경제 특구 건설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당 중앙은 하이난에 자유무역실험구를 건설하기로 했고 이를 지지한다"면서 "단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중국 특색 자유무역항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은 당 중앙이 국제 및 국내 발전의 전반적인 정세에 착안해 심도 있게 연구하고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학적인 계획에 따라 내린 중대한 결정"이라며 "이는 중국의 대외 개방 확대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경제 세계화에 관한 중대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당 중앙은 하이난의 전면적이고 심화한 개혁 개방을 지지한다"면서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생동감 있는 사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하이난 경제특구는 초심을 잊지 말고 사명을 마음에 새겨 계속해서 개혁·개방의 중요한 창구이자 실험 플랫폼이 돼야 한다"면서 "또 개혁·개방의 개척자이자 착실한 일꾼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10일 보아오포럼 개막 연설에서 올해가 중국의 개혁·개방 40주년이자 하이난 경제특구 30년이 되는 해라는 점을 내세워 하이난을 중국의 새로운 개혁·개방 시험지로 삼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 4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시 주석이 지난해 10월 직접 제안한 새 자유무역항은 상품과 인적 자원, 자본, 투자의 자유로운 흐름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적인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하이난 자유무역항의 개방성은 상하이 자유무역지대는 물론 심지어 홍콩보다도 더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 주석의 하이난을 통한 개혁·개방 의지 표명은 덩샤오핑(鄧小平)의 '남순강화(南巡講話)'를 연상케 한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한 후 중국 지도부의 개혁·개방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자 1992년 초 덩샤오핑은 직접 상하이, 선전, 주하이 등을 순시하면서 개혁과 개방을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남순강화는 결국 성공을 거뒀고 중국은 이후 남동부 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고도의 경제 성장을 실현했다.

하지만 하이난은 덩샤오핑도 개발에 실패한 곳이다. 남중국해의 북서부이자 베트남·필리핀 등과 인접한 3만4000㎢ 면적의 섬인 하이난은 그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잠수함 기지 등 각종 군사 시설이 밀집한 곳이기도 하다.

하이난은 1998년 광둥성에서 독립해 새로운 성(省)이자 중국 최대의 경제특구로 지정됐으나 개발과 관련된 각종 부패 사건이 끊이지 않았고 1992년까지 주택 가격이 3배로 뛰어오르는 등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렸다.

결국 덩샤오핑은 하이난 개발의 실패를 인정하고 1993년 모든 개발 계획에 대한 지원을 철회했다. 2009년 중국 정부는 하이난을 국제적인 관광 지역으로 개발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다시 내놨고 고속도로·고속철·공항 등 각종 인프라 투자와 자금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하이난을 찾은 6700만명의 관광객 중 외국인 관광객은 100만명에 그치는 등 '중국의 하와이'라는 수색어가 무색할 정도다. 지난 5년 동안 하이난이 유치한 외국인 투자액은 100억달러(약 11조원)에도 못 미쳐 중국 전체 투자 유치액의 1.5%에 지나지 않았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중국 평균을 밑돌며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31개 성 중 22위에 머물렀다.

중국 국무원 산하 개발연구센터의 류융 연구원은 "우호적인 정책과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하이난 개발은 수차례 실패했다"며 "하이난 개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물가, 낮은 서비스 질, 불충분한 인프라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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