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증권 쇼크]사라진 방화벽..'예탁결제원 패싱' 부른 업무 약정
15년 전 약정 체결한 이후…발행사, 우리사주 현금배당분 직접 처리
업무 효율성 고려한 결정이었지만 금융사고 방화벽 사라졌다는 지적도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한국예탁결제원이 우리사주조합 현금 배당분에 대한 전권을 발행사에 넘기는 약정을 15년 전에 우리사주 수탁기관인 한국증권금융과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약정이 없었다면 삼성증권 '유령주식' 발행 사태를 사전에 방지할 수도 있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예탁결제원은 우리사주 조합분 현금 배당권에 대해서는 발행사가 직접 처리하는 약정을 2003년 맺었다. 약정 대상은 증권사 뿐 아니라 우리사주조합이 설립된 기업 모두다.
약정에 따라 우리사주 조합분 현금 배당은 주식 배당과 달리 발행사가 직원들 계좌에 직접 배당금을 넣는 구조가 됐다. 예탁결제원 업무 지침서에 따르면 현금배당 시 발행사는 예탁결제원에 배당금 지급 일정, 배당금 지급통지서를 발송하고 예탁결제원은 배당금 지급 명세 확정, 예탁자에 통지 등 일련의 업무 처리 과정이 필요하다. 또 배당금 지급일에는 발행사로부터 배당금을 일괄 수령해 예탁자별로 지급해야 한다.
규정 대신 별도의 약정을 맺게 된 계기는 실무적인 어려움 때문으로 파악된다. 원천징수를 하려면 대상자 확정이 필요한데, 예탁결제원과 증권금융 등 외부기관은 대상자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주명부상에는 우리사주조합장 명의만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 확정을 위해 발행사로부터 몇 단계를 거쳐 내부 정보를 넘겨 받아야 해 업무상 효율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증권금융 측은 "현금배당의 경우 배당금에 대한 원청징수가 이뤄져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현금과 주식 배당을 구분해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무상 효율을 위해 금융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던 '방화벽' 하나를 없앤 게 아니냐는 지적도 가능하다. 현금배당도 주식배당과 마찬가지로 외부기관을 거쳤다면 '삼성증권 배당 착오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예탁결제원 측은 "우리사주조합 배당 절차는 관련 기관끼리 약속된 대로 움직이는 것"이라며 "예탁결제원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정해진 일을 하는 기관일 뿐, 관리감독의 책임은 없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 가능성은 내비쳤다. 증권금융 측은 "(삼성증권 배당 착오 사태 관련) 논의가 끝난 후 방향이 결정되면, 추진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했다. 예탁결제원은 "전체적인 내용이 파악되고, 조사가 끝난 후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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