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더 좋은 때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오마이뉴스 오창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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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의 겨울추위가 아니더라도 양파의 월동력은 다른 작물에 비해 추위를 견디는 힘이 약하다. 농장의 양파농사는 9월달이 시작되면서 씨앗을 50일 정도 모종으로 키운 것을 10월중순(10월20일)부터 11월초순(11월10일)사이에 밭으로 옮겨 심는다.
같은 시기에 마늘도 파종을 하는데 양파와 달리 모종으로 키우지 않고 흙속에 묻어서 냉해피해는 거의 없다. 물론, 양파도 모종을 하지 않고 밭에 씨앗을 넣어서 키우면 뿌리활착이 빨라서 냉해피해가 없다. 하지만 텃밭 수준을 넘는 농사에서는 솎아내고 풀관리 등의 일손이 많이 필요하므로 실효성은 떨어진다.
늦가을에 심는 양파는 겨울이 시작되기까지 한달 정도의 시간에 뿌리를 내려야 봄기운을 받으며 성장한다. 그러나, 심는 시기가 늦거나 모종의 발육상태가 미숙하면 뿌리활착이 불량하여 냉해 피해를 받거나 흙이 수축하고 팽창하는 과정에서 뿌리가 들떠 말라죽는다. 피해를 본 농장의 양파도 늦게 심어지고 발육 상태가 미숙했던 모종이었다.
양파를 늦게 심더라도 겨울 추위의 대책으로 보온터널을 씌워주면 찬바람을 막아서 냉해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물론, 보온비닐을 씌우는 것도 재배규모가 큰 농사에서는 농자재비용과 일손을 필요로 하는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월동양파를 봄에 심는다
요즘은 따뜻한 봄햇살을 맞으며 쭈그리고 앉아 양파모종을 다시 심는 보식을 하고 있다. 지나가던 인근의 농부들이 모종을 지금 심어도 되느냐? 양파모종이 봄에 어떻게 있을수 있냐고 묻는다.
양파는 얼었던 흙이 풀리는 봄까지 생육을 멈추고 월동을 하므로 3월에 모종을 다시 심어도 수확이 가능하다. 물론, 가을에 심었던 양파보다는 다시 뿌리를 활착하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성장이 늦을수도 있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다.
봄에 모종을 심을 수 있었던 것은 가을에 남은 모종을 비닐을 씌워서 보온을 했기 때문이다. 해마다 어쩔 수 없이 적게나마 피해를 보는 양파를 보전할 방법으로 모종을 남겨둔 것이다. 냉해피해를 본 양파를 보식하거나 봄에 모종을 사용하려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플러그트레이(plug tray)육묘상자가 아닌 노지의 흙에서 모종을 키워야 봄에 사용할 수 있다.
양파는 모종으로 키우는 기간이 50일 정도로 밭으로 옮겨 심는 시기에 맞춰서 모종을 시작한다. 가을에 심는 모종은 줄기가 굵고 튼튼한 것을 먼저 사용해야 뿌리활착이 빠르고 무난하게 월동을 할 수 있다. 남겨진 모종은 비닐터널을 만들어주면 봄에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도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에 농사가 수월하지는 않을 테지만 변화무쌍한 날씨 탓만 할수도 없다. 농사는 더 좋은 때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더 안 좋은 때를 대비하는 필요성을 농사의 경험이 깊어갈수록 많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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