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따지겠다"→"文 리더십 경의"..'일본패싱' 두려움에 돌변한 아베
한달 전 "문 대통령 대화론 따지러 평창간다"던 아베
트럼프-김정은 회담 가능성에 180도 달라진 태도
'닥치고 압박'만 주장하다 北문제 미아될까 우려
기존 입장 바꿔 "북한, 시간 벌기용 아닐 것"
━ 갑자기 "문 대통령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는 아베,왜?
시계를 조금만 과거로 돌려보면 서 원장에게 한 아베 총리의 발언이 얼마나 이례적인 지를 곧바로 알 수 있다.
평창을 방문했던 펜스 부통령이 귀국길에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내비치자 마음이 급해진 아베 총리는 1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곧바로 통화를 했다. 그는 “완전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한 북한과 의미있는 대화를 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 정부의 대화 노선을 줄기차게 견제해온 그가 북한의 변화를 자신의 성과로 부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이날 서 원장에게 “문 대통령 리더십에 경의”,“모든 협력과 협조”라는 발언까지 하게 된 것이다.
서 원장을 만난 아베 총리의 말은 과거와 180도 달라져 있었다. 그에게서 “앞으로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큰 담판을 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북한이 이 기회를 단순히 시간 벌기용으로 이용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시간 끌기용'이라던 자신의 주장을 뒤집은 것이다.
서 원장도 분위기를 맞췄다. 아베 총리에게 “한반도 평화의 물결이 좋은 흐름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한·일간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문 대통령의 뜻”이라며 “두 정상간 의지의 결합과 긴밀한 협력이 중요한 때”라고 했다. 이어 “이런 흐름이 시작된 건 아베 총리와 펜스 부통령이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좋은 분위기에서였다”고 덕담을 했다. 한국 정부로선 트럼프 대통령과 탄탄한 '핫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를 ‘큰 틀’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당초 15분 정도, 길어야 30분 정도로 예상했던 아베 총리와 서 원장과의 면담은 결국 1시간 가까이(10시54분~11시50분)로 불어났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