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통신사 바꾸면' 이동통신폰 vs '기기만 바꾸면' 자급제폰
[자급제폰, 통신사폰 비교해보니]
#직장인 최 모(38) 씨는 지난해에만 스마트폰 3대를 잃어버렸다. 그때마다 최 씨는 별다른 가격 할인을 받지 못하고 새 스마트폰을 사야 했고, 스마트폰 구매 비용으로만 200만원을 넘게 썼다. 전화번호나 통신사를 바꾸면 최대 40%까지 가격 할인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10년이 넘게 사용하고 있는 전화번호를 바꾸고 싶지 않아서다. 그렇다고 통신사를 바꾸자니 스마트폰‧인터넷‧TV 결합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어 위약금이 이중으로 부과되는 문제가 있었다. 최 씨는 “스마트폰 위약금에 결합요금제 위약금까지 물게 되면 가격 할인이 의미가 없고 복잡해서 매번 비싼 값을 치르고 기기를 샀다”고 말했다.
#아빠를 데면데면 대하는 고등학생 아들과의 관계를 바꾸고 싶은 한상필(52) 씨. 곧 돌아오는 아들의 생일에 깜짝 선물로 최신 스마트폰을 선물하고 싶지만, 방법이 마땅찮다. 스마트폰을 바꾸려면 아들과 함께 통신사 대리점을 방문해야 하는 데다, 현재 아들의 통신요금을 내는 아내의 동의가 필요해서다.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일명 ‘공기기’를 사려고 했지만, 아들이 갖고 싶어 하는 최신 제품을 찾을 수 없었다. 한 씨는 “생일날 최신 스마트폰을 보고 좋아하는 아들의 얼굴이 보고 싶은데 아내가 탐탁해 하지 않아 하는 데다, 원하는 제품을 구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소비자들은 이런 고민이 줄어들게 됐다. 일반 가전제품을 사듯이 살 수 있는 '완전 자급제폰'이 본격적으로 출시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오는 9일 개통(사전예약)하는 갤럭시 S9(S9 플러스 포함)이 포문을 열었다.
현재 국내에서 새 스마트폰을 사려면 대부분 이동통신사 대리점으로 간다. 통신사가 통신서비스에 스마트폰 단말기를 끼워 파는 방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이동통신폰’이다. 해당 통신사의 특정 요금제를 일정 기간 이용한다는 약정을 하면, 공시지원금 등의 혜택이 제공돼 가격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자급제폰, 유통매장서 가전제품 사듯이 구매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유통매장(온라인쇼핑 포함)에서 일반 가전제품을 사듯이 살 수 있는 스마트폰을 '완전 자급제폰'이라고 한다.

최신 스마트폰이 아예 이동통신폰과 완전 자급제폰(이하 자급제폰)으로 나눠서 동시에 출시된 것은 갤럭시 S9이 처음이다.
통신사 제약이 없어 원하는 통신사의 원하는 요금제를 자유롭게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고 약정 기간의 부담도 없다. 노트북을 사듯이 온라인이나 유통매장에서 바로 사면 된다.
출고가는 이동통신폰과 자급제폰이 같다. 갤럭시 S9(64GB)는 각각 95만7000원, 갤럭시 S9+(64GB)는 각각 105만6000원이다.
가격 조건만을 따진다면 이동통신폰이 유리할 수 있다. 당장 자급제폰은 값을 한꺼번에 치러야 하므로 자금 부담이 크다. 일부 온라인쇼핑몰에서 제공하는 무이자 할부 혜택(최대 22개월)을 이용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특정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제품 가격을 최대 8%까지 깎아주는 혜택(청구할인)도 있다.
통신사·번호이동 한다면 이동통신폰이 가격 할인폭 커
이동통신폰은 약정 기간(평균 24개월) 동안 비용을 나눠서 내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다. 단, 해당 기간에 따른 할부 이자가 6% 가까이 부과된다. 얼마인지 따져보면 갤럭시 S9의 경우 5만원 선이다. 사실상 제품 가격이 오르는 셈이다.
이동통신폰은 공시지원금(최대 24만7000원)이나 선택약정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자급제폰은 공시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자급제폰도 원하는 통신사를 골라 선택약정을 한다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자급제폰은 이전에 사용하던 가입자식별모듈(유심‧USIM)을 이용할 수 있다. 새 스마트폰에 끼우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이전에는 해당 통신사 대리점을 방문해 별도의 개통 과정을 거쳐야 했다.
자급제폰 사서 요금 싼 알뜰폰 유심요금제 이용 가능

한편 현재 국회에는 자급제폰 공급을 법으로 규정하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와 관련된 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있다. 이 법안은 단말기를 통신사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구매해 통신사 서비스 품질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궁극적으로 요금 인하 효과를 노린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갤럭시 S9 자급폰이 얼마나 큰 호응을 얻는 지가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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