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좌석 모자라 아우성인데..KTX, SRT 열차 못 늘리는 까닭은?
━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KTX는 평일에도 열차표 구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승객이 몰린다. [중앙포토]](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3/07/joongang/20180307164802280lpfw.jpg)
![도로가 좁아지면서 차량이 한꺼번에 몰려 극심한 정체를 빚는 병목 현상. [중앙포토]](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3/07/joongang/20180307164802531mbwr.jpg)
철도에도 이런 병목 현상이 있습니다. 고속철도 노선도를 잘 살펴보면 서울역,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노선과 수서에서 출발하는 노선이 평택에서 만나서 오송역까지 이어지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후 오송역에서는 다시 호남선과 경부선으로 철로가 갈라집니다.
━ 평택~오송 구간에 막혀 열차 증편 못해
문제는 평택~오송의 45.7㎞ 구간입니다. 이 구간은 2004년 KTX 개통 당시 모습 그대로인데요. 수서발 SRT가 더 보태졌지만, 도로로 치자면 확장공사를 전혀 하지 않은 겁니다. 선로 용량이라는 용어가 있는데요. 일정한 구간에서 1일 투입 가능한 최대 열차 운행 횟수를 의미합니다.

현재 평택~오송 구간은 선로 용량의 93%인 176회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도 비정상적인 상황입니다. 선로는 유지보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선로 용량의 최대 80%까지만 열차를 운행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과거 선로가 하나인 단선(單線)이 많던 시절에는 유지 보수를 위해 선로 용량의 50%만 열차를 운행했다고 합니다. 요즘은 대부분 선로가 둘 이상인 복선(複線)인 데다 신호 시스템이 발달한 덕에 선로 용량 활용률이 그나마 80%까지 올랐다는 설명입니다.
━ 정부의 뒤늦은 대처가 사태 키워
사실 이런 문제는 2010년 수서~평택 간에 고속철도 건설을 추진할 때부터 예견됐던 겁니다. 정부가 병목 현상을 고려해 미리 평택~오송 구간의 선로 용량을 늘리는 작업을 준비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겁니다. 뒤늦게 지난해 '고속철도 평택~오송 2복선' 건설사업을 민자 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적격성 심사를 했지만,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KTX 산천이 고속철로를 달리고 있다. [중앙포토]](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3/07/joongang/20180307164803048ceac.jpg)
![2016년 말 운행을 시작한 SRT고속열차. 주말 수서~부산 노선은 좌석점유율이 100%다. [중앙포토]](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3/07/joongang/20180307164803502iklw.jpg)
━ 평택~오송 2복선 서둘러 착수해야
대부분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SOC 사업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도입된 제도가 예비타당성 조사이고 경제성 분석입니다. 하지만 경제성 분석이 모든 걸 좌우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많습니다. 실질적으로 필요하고 많은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경제성이 다소 안 나오더라도 추진해야 한다는 겁니다.
호남고속철도가 좋은 예인데요. 2000년대 초반 실시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0.3 정도로 극히 적게 나왔습니다. 원칙대로라면 호남고속철도 사업은 폐기돼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사업"이라며 건설 추진을 결정했고, 지금의 호남고속철도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우선 급한 곳이 평택~오송의 병목 해소이지만 사실 수도권에는 병목 구간이 몇 곳 더 있습니다. 서울~금천구청, 서울~수색, 청량리~망우 구간 등입니다. 이곳들은 고속열차뿐 아니라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일반 열차에 수도권 전철, 화물 열차까지 몰리면서 상당히 혼잡합니다. 경춘선 열차의 상당수가 상봉역에서 출발하게 된 것도 청량리~망우 구간의 병목 현상이 큰 이유였다고 합니다.
새로운 철도를 건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있는 구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재정비하는 것 역시 무척 중요합니다. 평택~오송 2복선 사업이 조속히 결정되고 추진돼 보다 편하고 여유 있게 KTX와 SRT를 이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 용어사전 > 병목 현상(bottleneck)
도로가 넓은 곳에서 갑자기 좁은 곳으로 차량이 몰려들면 좁아진 도로로 인해 교통 혼잡이 빚어지는 등 차량 정체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를 병의 좁은 목에 비유해 병목현상이라고 부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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