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비 좀 빌려주세요"..홍대입구역, 때아닌 프랑스 교포 주의보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른바 ‘차비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사례가 잇따라 올라와 주의가 요구된다. ‘차비사기’란 주로 20대 초반 사회 경험이 적은 사람을 상대로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호소해 현금을 받아 챙겨 그대로 달아나는 범행수법을 말한다.
대학생 A 씨는 2월4일 오후9시55분께 서울 홍대입구역에서 B 씨에게 ‘차비사기’를 당했다. 자신이 프랑스 교포라며 A 씨에게 접근한 B 씨는 “일 때문에 한국에 잠깐 왔고 지금 빨리 강화에 가야 하는데 인천공항에서 택시를 잘못 타 홍대입구역까지 오게 됐다”며 “내릴 때 카드 등을 놓고 내려 택시비를 빌려달라”며 접근했다.
A 씨는 이 같은 B 씨 부탁에 연락처를 요구했지만, B 씨는 자신이 교포라 현재 전화번호는 없고 이메일 밖에 없다며 지속적으로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호소했다. A 씨는 고민 끝에 B 씨에게 현금 10만원을 빌려줬다. 이후 메일로 빌려준 차비에 대해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B 씨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C 씨는 서울 디지털미디어 역에서 한 남성이 자신이 프랑스 교포라며 접근해 김포로 가는 역을 알려달라면서 역시 차비를 요구했다는 상황을 전했다. C 씨는 당시 실제로 차비를 빌려주지는 않았다면서 다른 이들에게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피해자들의 상황을 종합하면 유사 범죄수법으로 서울 홍대입구역, 건대입구역, 판교역 등 최근에만 4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 같은 ‘차비사기’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말 대전역에서는 한 50대 여성이 “차비를 주면 계좌로 보내주겠다”며 D 씨(29)에게 접근, 2만5000원가량을 받아 간 뒤 갚지 않았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바 있다.

이 같은 ‘차비사기’ 범죄에 대해 법원은 ‘사기죄’를 적용해 실형을 선고하고 있다. 2017년 5월 대전지방법원 형사3단독(김지혜 부장판사)는 이달 27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F 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F 씨는 2016년 3월25일 대전 유성구 한 미용실을 찾아가 주민 행세를 하면서 “지갑을 분실했는데 차비가 없어서 그러니 2만원만 빌려주면 다음 날 갚겠다”고 말해 2만원을 받아 챙기는 등 지난 1월까지 대전과 대구, 구미, 울산 등 전국을 돌며 모두 15차례에 걸쳐 51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가 하면 G 씨의 경우 2015년 4월12일 오후 2시30분께 대전 중구 한 편의점에서 일하던 종업원에게 접근해 “바로 앞 빌라에 사는데 출입문 열쇠가 고장 나 수리공을 불렀지만, 수리비를 현금으로 달라고 한다. 20만원을 빌려주면 바로 갖다 주겠다”며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주고 20만원을 챙겨 그대로 달아났다. G 씨가 알려준 이름과 연락처는 모두 거짓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G 씨는 2016년 11월5일까지 모두 47차례에 걸쳐 이런 방법으로 849만원을 빌리고도 갚지 않았다.
한편 ‘차비사기’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당황하지 말고 인근 지구대로 안내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이들의 범행 수법 공통점이 모두 신분을 노출하지 않고, 또 거짓으로 자신의 연락처 등 신분을 알려주고 있어 인근 지구대로 안내하는 것이 범행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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