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ICT R&D평가시 '실패' 단어 안 쓴다

황준호 2018. 1. 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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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정부의 ICT 연구개발(R&D) 방향이 '기술 공급' 중심에서 '국민 생활 문제 해결'로 전환된다. 이를 위해 고위험ㆍ불확실 분야에 예산 배정을 늘리고, 연구자의 자율성 강화를 위해 R&D 평가 때 '실패'라는 단어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고용 창출 친화적 과제에는 기술료를 감면하는 등 일자리 확보에도 나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술혁신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이런 내용을 담은 'I-Korea 4.0: ICT R&D 혁신전략'을 30일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전략을 통해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정부 주도의 R&D 큰 방향으로 설정했다. 이런 맥락에서 생활 문제를 해결해주는 R&D를 집중 지원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교통혼잡 개선이나 복지사각지대 제거ㆍ미세먼지 감소 등에 기여할 R&D 과제를 발굴하고 지원한다. 범죄ㆍ사고 예방이나 감시시스템 개선 등도 해당된다.

과기정통부는 이 같은 정책방향 전환을 두고 "성장을 위한 기술공급 위주의 R&D에서 사람 중심의 R&D로 패러다임을 변화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0년간 정부 주도의 ICT R&D는 한국형 전전자교환기 TDX(1987), 메모리반도체 DRAM(1992), 디지털 통화 방식인 코드분할 다중접속 CDMA(1996) 등이 대표적이며 이들 기술은 경제 성장의 기틀을 제공했다. 그러나 시장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민관의 비효율적 중복투자와 정부 R&D에만 의존하는 한계기업 증가 등 문제가 발생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정부의 R&D 분야 역할도 최소한으로 축소한다. 정부는 R&D로 해결해야 할 과제설정에만 집중하고, 직접적인 문제 해결은 연구자가 주도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연구자가 직접 문제 해결에 필요한 기술ㆍ예산을 결정해 과제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정부ㆍ민간 사이 ICT R&D 역할을 재정의한다. 특히 연구 평가 때 '실패'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등 연구자의 자율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과제 설정도 단기 상용화 기술보다는 민간에서 쉽게 시도할 수 없는 도전적ㆍ고위험 기술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구자가 10년 이상 한 분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연구환경 조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정부가 복지사각지대에 대한 R&D에 나설 경우, 정부는 '저소득계층 건강관리'라는 목표만 제시하고 연구자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을 활용해 AI 로봇, 건강관리 소프트웨어 등 무엇을 개발할 지 스스로 결정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예산 결정도 연구자 몫이다.
과기정통부 측은 "정부의 만능ㆍ간섭주의 R&D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R&D와 관련한 권한을 연구자에게 과감하게 이양하겠다"며 "이를 통해 시장과 경쟁하는 R&D가 아닌 정부 고유 목적에 충실한 R&D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의 R&D 효율화도 역점 사업으로 낙점됐다. 시장이 우수기업을 선발하고 중소기업이 자율적으로 R&D를 수행하는 ICT R&D 전용펀드를 통해 중기 R&D를 지원한다. 정부는 R&D 관련 고용 창출을 위해 고용우수기업에 가점을 주는 등 고용 친화적 ICT R&D 체계도 갖추기로 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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