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인터스텔라' '마션', 귀농인 볼 만한 농업 영화
홀로 귀농한 젊은 처녀 이야기 그려
'집으로''워낭소리'도 농촌 현실 반영
━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13) 임순례 감독이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를 들고 돌아왔다. ‘세 친구’,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같은 작은 영화에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남쪽으로 튀어’, ‘글로리데이’와 같은 규모 있는 상업영화까지 만든 감독이라 이름 정도는 아는 터였다. 이번에 개봉하는 ‘리틀 포레스트’가 귀농·귀촌 영화인지라 흥미롭다.
주인공은 엄마가 가르쳐준 레시피 대로 요리한다. 그래서 더 맛있나 보다. 왜 집을 나갔는지 몰라 원망스러운 엄마다. 하지만 엄마와 함께 먹던 음식을 떠올리며 식재료를 재배하고 수확하고 다듬어 차근차근 조리해 한 상 차리고 친구와 마을 아주머니들과 나눠 먹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귀농·귀촌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보통 귀농·귀촌 목적은 세속의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농촌 생활을 즐기려는 것일진데, 뭐하는 걸까.
‘한계 취락’은 한계에 다다른 마을을 뜻한다. 일본 농촌 마을의 성공 사례를 모아 NHK가 드라마로 만들었다. 전원일기류가 아니라 팍팍한 농촌을 어떻게 재건할지 고민이 묻어난다.
━ 도시 청년의 벌목장 에피소드 ‘우드잡’ 도시에 일자리가 없어 노는 청년이 산으로 가 벌목장에서 일하면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찍은 ‘우드잡’이라는 영화도 재미있다. 도시에선 청년 실업이 문제이지만 지금 농·산·어촌은 일 할 사람이 없다. 일자리가 없다는 젊은이들이 벌목공의 세계를 영화를 통해 간접 경험해보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직업엔 귀하고 천한 게 없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농촌에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마션’은 화성에 불시착한 우주인이 구조를 기다리며 버티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우주인(맷 데이먼)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먹는 것이다. 그래서 직접 비닐하우스에서 감자를 재배한다. 그것도 화성에서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농사를 저렇게 지어도 되나 걱정했던 기억이 난다. 맷 데이먼의 감자를 생태 분야에서는 ‘우주 식량’이라고 부른다. 우주인이 지구에서 우주로 날아가면서 먹는 압축된 음식과 우주의 척박한 상황에서 직접 길러 먹는 식량이 ‘우주 식량’이다.
우리는 이미 만화영화 ‘밀림의 왕 레오’에서 육식 동물이 초식 동물을 잡아먹지 말고 곤충을 먹자며 애벌레를 나무 둥지에서 키우는 장면을 보았다.
우리나라도 귀농·귀촌과 농촌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나 영화가 꽤 있다. ‘전원 일기’나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와 같은 드라마는 전설이다. 2014년 방영된 ‘모던 파머’는 매우 유쾌한 귀농·귀촌 드라마다. 이하늬, 이홍기, 이시언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워낭 소리’를 통해 인간과 소의 교감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가축을 식구처럼 생각하며 사는 게 웰빙 라이프이라는 것이다.
━ 최연소 귀농인 영화 ‘집으로’ 배우 유승호의 데뷔작인 ‘집으로’는 최연소 귀농·귀촌인의 모습을 그린 영화다. 어린이 유승호는 시골 생활이 낯설어 투덜거리지만 응석을 받아 주며 너그러이 대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생생하다. 어릴 적 지금은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나에게 커서 뭐하고 싶으냐고 하길래 “영화처럼 멋지게 살고 싶어요”라고 대답하니 그냥 웃으셨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한국판과 일본 원작을 비교하며 보는 것이 포인트다. 우리의 농촌이 아무리 팍팍하고 힘들더라도 아름답고 뜻 있는 인생을 누리는 곳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기회다. 귀농·귀촌인들이 영화 한 편 보면서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길 바란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sungz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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