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은 절제하고 아름다움은 양보하지 않은 조성진
정석대로 연주한 베토벤 소나타
음색과 기술 면에서는 자유로움 과시
14일까지 전국 4개 도시 연주
![7일 부산에서 국내 투어 독주회를 시작한 조성진. 부산을 포함해 4개 도시에서 5번 공연한다. [사진 부산일보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1/07/joongang/20180107221417858kycw.jpg)
첫 전국 순회 공연의 첫 무대에서 조성진은 앞서가거나 과장하지 않는 태도를 가지고 연주했다. ‘비창’ 소나타 2악장에서는 자칫 신파로 갈 수 있는 음악으로부터 감정적인 거리를 유지하며 우아한 느린 노래를 했다. 박자대로, 담백한 톤으로 연주했기 때문이다. 3악장에서는 좀 더 테크닉을 과시할 수도 있었겠지만 악보에 적힌대로 또박또박 연주했다. 소나타 30번에선 이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태도가 더 분명했다. 1악장에서는 마치 연습곡이라도 되는 듯 한음한음을 분명히 들려줬다. 이 곡 3악장의 후기 베토벤의 단순하지만 감상적인 주제 선율이 나온다. 조성진의 해석은 담담했다. 복잡하고 장대한 이야기가 끝나는 듯한 마지막 부분에서 주제가 반복될 때 마치 의미를 거의 두지 않은 듯 음악이 그대로 흘러가도록 뒀다. 작품의 마지막임을 강조하기 위해 느려지지도 않았고, 감정을 만들기 위해 푹빠져 노래하지도 않았다.
![첫 전국투어의 프로그램으로 베토벤, 드뷔시, 쇼팽을 고른 조성진. 최근 세계 무대에서 자주 연주하는 조합이다. [사진 부산일보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1/07/joongang/20180107221418325hfzl.jpg)
음악 해석에서 본인의 강한 주장을 빼거나 가진 모든 재능을 보이지 않도록 자제하는 것은 확신과 훈련이 있어야 가능하다. 즉 덜 보여줄 수 있는 것이야말로 실력이다. 조성진은 이번 독주회에서 피아노로 원하는 것은 거의 모두 해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화려함의 정도를 원하는 만큼 세팅할 수 있고, 두터운 화음들 사이에서 뚫고 나와 청중이 집중할 수 있는 멜로디를 만들 수 있었다. 건반 다루는 기술이 늘어난 그는 그걸 과시하는 대신 음악 속으로 숨기는 편을 선택했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음악을 추구한다”는 본인의 말에 맞는 스타일이다.
다만 앙코르에서만큼은 절제도 거리두기도 없이 모든 것을 다 했다. 쇼팽 전주곡 17번에서는 쇼팽 콩쿠르 우승자다운 낭만적 해석을 선보였다. ‘영웅’ 폴로네이즈와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10번에서는 얼마나 빠르고 크게 칠 수 있는지, 즉 마음 먹으면 얼마나 기교적이 될 수 있는 피아니스트인지를 과시하다시피 연주했다. 드뷔시 ‘골리웍의 케이크 워크’에서는 우스꽝스럽게 망가지는 음악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슈베르트 즉흥곡 D.899의 2번엔 템포를 변화시키면서 연주하는 과감함을 슬쩍 섞었다. 베토벤 소나타, 드뷔시, 쇼팽 소나타로 이어지는 ‘정찬’에서 기교적이고 과시적인 것을 절제해 왔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한 앙코르 무대였다.
![7일 부산에서는 앙코르로 5곡을 연주했다. [사진 부산일보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1/07/joongang/20180107221418641nyqc.jpg)
부산=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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