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황당선]①실탄 사격해도 돌진하는 中 어선, 왜 그렇게 저항할까?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해경에 나포된 어선을 탈취할 목적으로 수십척이 떼를 지어 해경 단속선을 공격했던 중국어선들이 해경의 총탄사격을 받고서야 달아났다. 서해 금어기가 풀린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과 행패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4일 오전, 전남 신안군 가거도 남서쪽 35해리 해상에서 60∼80톤(t)급 중국어선 50여척이 떼를 지어 몰려와 불법조업을 했다. 이에 서해지방해양경찰청 기동단대는 퇴거를 명령하는 경고 방송을 했지만, 이를 듣지 않자 단속에 나서 먼저 어선 2척을 나포했다. 그러자 나머지 중국 어선들이 해경 단속선을 들이받으면서 전쟁터와 다름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철망과 쇠창살로 무장한 중국 어선 수십척이 목포해양경찰서 소속의 1500톤(t)급 1508함을 둘러싸자, 결국 해경은 개인화기인 K2 소총으로 위협사격을 한 뒤 공용화기인 M-60 기관총 450여발을 발사했다. 총격을 받고서야 중국어선들은 물러갔고, 해경은 나포한 선박 2척을 목포로 이송했다. 앞서 지난달에도 가거도 북서쪽 해안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어선 40여척이 적발돼 해경이 실탄 200여발을 발사해 저지한 바 있다.
사실 중국 어선들의 행패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조선왕조실록에도 '황당선(荒唐船)'이라 하여 숙종과 영조 때 중국 어선들이 부린 행패에 대한 기록이 나와있으며, 암행어사로 유명한 박문수가 단속을 위해 지원을 요청했다는 기록도 있다. 현대에 와서도 6.25 전쟁 이후부터 우리 수역을 침범한 중국 어선들과 해경들의 사투가 계속돼왔다.

1955년 12월에는 우리 해안경비대 경비정 견우호와 무장한 중국 어선들 사이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에는 현대 중국 건국 초인데다 6.25 전쟁이 끝난 직후라 중국 어선들 중에 아예 총기를 달고 해적질을 벌이던 배들도 많았다고 한다. 양자가 공방을 벌이다가 중국 어선은 우리 경비대원 4명을 태운채 그대로 중국으로 도주했고, 경비대원들은 12년이나 중국에 억류됐다가 돌아오기도 했다. 이후 70년 가까운 세월동안 해경과 중국 어선간 교전은 계속 이어졌다.
중국 불법조업 어선들의 행패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중국 어선들이 실탄을 쏘는 상황에서도 저항하는 이유는 배가 나포되면 일단 벌금을 물고, 중국에 돌아가서는 중국 공안에 이중처벌을 받게되기 때문이다. 보통 벌금을 물게 되면 선주가 선원들에게 벌금을 부담시키고, 중국 공안의 처벌은 한국에 비해 엄청나게 무거운 편이기 때문에 더 강하게 저항한다는 것.
하지만 중국정부가 자국의 해양 분쟁수역에 어선들을 동원한 인해전술을 쓰는 경우도 많이 있었기 때문에 이중처벌보다는 중국정부가 방조하고 있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15년,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인 라센함이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중인 인공섬 주비자오(渚碧礁) 근역 12해리에 접근해 초계작전을 진행하자, 수백척의 어선단을 동원해 방해하고 인해전술을 쓴 바 있다. 미국 뿐만 아니라 베트남, 일본과의 분쟁 수역에서도 군함 파견이전에 어선단을 일종의 민간 해상의용대처럼 조직해 동원했다는 의혹도 받은 바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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