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너지 수소혁명 눈앞

배준희 2017. 12. 2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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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2002년 그의 저서 ‘수소경제(The Hydrogen Economy)’에서 수소혁명을 예고했다. 무한한 에너지원인 수소가 인류사회의 전통적인 사회구조를 뒤흔들 것이란 진단이었다. 출간 당시만 해도 먼 미래의 일로 치부됐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에너지 선진국인 미국, 유럽 등은 물론 에너지 자립도가 낮은 이웃 일본은 수소에 큰 판돈을 걸었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겨냥해 여러 수소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벌이는 중이다. 이에 반해 한국의 현실은 척박하기 짝이 없다. ‘탈원전’에만 매몰된 채 에너지 전략의 백년대계는 찾아볼 수 없다. 최근 발표된 신재생에너지 육성 계획에서 수소는 아예 이름도 못 올렸다. 수소경제 실현의 최대 장애물은 높은 생산 비용과 부족한 인프라다. 지난 12월 중순 찾은 일본은 정부, 기업 등 주요 경제 주체들이 합심해 돌파구를 찾느라 분주했다. 한국보다 몇 걸음 앞서 수소경제 실현에 성큼 다가간 일본을 찾아 그 가능성을 미리 살펴봤다.

유럽·미국·일본, 수소 ‘패권’ 진검승부 韓 에너지 백년대계 실종…수소는 찬밥

일본은 수소경제사회 진입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있다. 분기점은 2020년 도쿄올림픽이 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수소 산업 본격 확산을 기대하고 있다. (사진 : 배준희 기자)
세계적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그렸던 ‘수소경제(The Hydrogen Economy, 2002년)’ 시대가 다가오는 것일까. 리프킨은 저서 ‘수소경제’에서 “수소는 어디서나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사상 초유의 진정한 민주 에너지로 등장할 것이다. 수소에너지가 기존의 경제, 정치,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수소경제사회는 더 이상 허황된 수사가 아니다. 유럽, 미국 등 서구 선진국뿐 아니라 우리와 자연조건이나 에너지 자립도가 유사한 일본도 수소사회 실현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왜 수소일까. 최대 장점은 무한함이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의 전통 연료는 쓴 만큼 고갈된다. 수소는 그렇지 않다. 자연 상태에서 산소(O)나 탄소(C) 등과 결합된 형태로 우주 질량의 75%가량을 차지한다. 수소는 산소와 만나 물로 변할 때 나오는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수소연료전지)하거나, 수소 자체를 연소(로켓)시켜 쓴다. 수소를 쓰고 나면 물로 재순환된다. 기술만 있다면 무한정 뽑아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수소사회 실현의 최대 난제는 높은 생산 비용이다. 수소 대량생산과 활용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 현재 수소를 인위적으로 얻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천연가스인 메탄을 고온·고압에서 수증기로 분해(CH4+H2O→H2+CO2)하거나, 물을 전기분해(2H2O→2H2+O2)하면 된다. 그러나 전자는 수소 생산과 동시에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후자는 물분해에 쓰이는 전기를 생산하는 데 원자력 같은 에너지를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 한계다. 제철 공장이나 석유화학 공장의 공정 과정에서도 수소가 발생한다. 이게 바로 부생수소(副生水素)다. 마찬가지로 친환경적이지 않은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는 점이 근본적 한계다. 궁극의 친환경에너지임에도 실제 활용이 드물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까지는 정부 예산 지원 없이는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 그러나 생산, 이송, 인프라 확충 등 수소 생태계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에너지 혁명이라 이름 붙여도 손색이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

이런 가능성에 주목한 유럽과 미국 등 에너지 선진국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전개 중이다. 유럽에서는 2025~2040년을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시점으로 잡고 수소 인프라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독일은 정부 차원에서 수소를 미래 핵심 에너지원으로 보고 장기 로드맵 수립을 통해 경제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이미 2008년 수소연료전지협회(NOW)가 출범해 다양한 수소에너지 관련 교통 프로그램을 운용해왔다. 수소 관련 대표적 프로젝트로는 클린에너지 파트너십(CEP)이 꼽힌다. 이 프로젝트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9개 고속도로를 연결해 독일 전역을 수소차 운영 권역으로 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2025년까지 330만대의 수소전기차를 보급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자연환경이 유사하고, 에너지 자립도가 낮은 일본의 행보를 주목할 것을 조언한다. 일본은 이미 2014년 4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수소사회 진입을 못 박았다. 일본은 2030년 수소충전소 900곳 구축, 수소차 80만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12월 중순 방문했던 일본은 수소경제 실현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생산 비용 절감 이슈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찾은 듯 보였다.

무엇보다 기업 간 느슨한 형태의 연계가 돋보인다. 수소경제 관련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기업들 간 제휴를 들여다보면 머리가 아플 정도다. 지난 12월 12일에도 토요타·닛산·혼다·JXTG에너지 등 일본 11개 회사가 연합해 2022년 3월 말까지 수소충전소 80곳을 건설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수소충전소는 1기당 건설비가 4억~5억엔(약 50억원)으로 비용이 많이 든다. 신설 법인이 일괄적으로 관련 설비를 발주해 수소충전소 건설 비용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이 같은 제휴 시도가 잇따르는 이유는 명확하다.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불황을 극복하자는 것이다. 니시무라 모토히코 가와사키중공업 이사는 “상대를 무너뜨려야 생존한다는 식의 경영 전략은 과거의 유산일 뿐 요즘 같은 비상 국면에서는 공존의식이 더 강하게 작용한 결과”라고 귀띔했다.

정부, 지자체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와 ‘넛지효과’(느슨한 개입주의)도 차별점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지난 12월 12일 찾은 일본 가와사키시 무사시미조노쿠치역에는 도시바에서 만든 수소연료전지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당장 이 연료전지를 역에 설치할 때 이를 건축물로 봐야 할지, 설비로 봐야 할지, 소방법 규제는 받아야 하는지부터가 불명확했다. 법을 개정하려면 최소 수년이 걸린다. 때문에 무조건 현 법령 테두리에서 추진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다카사키 토모히로 가와사키시 임해부사업추진부 매니저는 “지자체, 기업 실무진이 거의 매일 머리를 맞댄 결과 2014년 10월 처음 아이디어가 제시된 뒤 이듬해 4월 최종 설치가 이뤄질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수소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일본도 수소를 연료로 생산한 전력을 도심에 있는 복수 시설에 공급하는 수소발전소가 지난 12월 10일 효고현 고베시에 완성되긴 했지만 아직 실증 운전 단계다.

이에 비춰 한국의 현주소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현재 국내에는 수소차 충전소가 11개(연구용 5개 포함)뿐이다.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기에는 수소에너지의 장래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지원을 주저한다.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 정책의 일환으로 2025년 수소차 10만대 보급과 충전소 210곳 확충 계획을 밝혔지만, 현재로는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송경열 맥킨지 한국사무소 에너지센터 디렉터는 “정부가 중심을 잡고 정책 불확실성을 줄여줘야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뷰 | 카와무라 신야 일본 경제산업성 수소연료전지전략실 과장보좌

10년 뒤 수소로 자급자족 시스템 구축 박차

Q경제산업성이 그리고 있는 수소연료전지 전략 로드맵의 핵심 내용은.

A 크게 3단계다. 1단계는 연료전지자동차, 수소충전소 확충 등의 과제다. 수소차의 경우 도쿄올림픽이 개최되는 2020년 4만대, 2025년 20만대, 2030년 80만대 보급이 목표다. 수소충전소는 2020년 160곳, 2025년 320곳 건설을 목표로 세워뒀다. 2단계는 2020년 후반까지 수소 공급망 구축을 통해 자급자족(self-sustaining)이 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하는 것이다. 3단계는 204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수소 제조 공정 확립이 목표다.

Q현재 일본 내 수소차량, 충전소 규모는.

A지난 10월 기준 일본 전체 수소연료전지차량은 2200대 정도다. 현재 수소버스 2대도 도쿄 도심을 달리고 있다. 수소버스는 도쿄도 교통국이 운영 중이다. 수소충전소는 현재 91곳이 문을 열었다. 이외 10개소가 공사 중이거나 정비 중이다. 이들 101곳은 상용 충전소로 3분이면 완충이 가능하다. 상용 충전소에서는 석유화학이나 제철 과정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를 주로 쓴다. 이외 지자체를 중심으로 태양열 등 순수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만들어 공급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Q인프라 확충이 쉽지 않아 보인다.

A 수소충전소 1곳을 짓는 데 약 4억엔(약 40억원)이 든다. 기존 주유소는 1억엔(약 10억원)이면 된다. 비용이 높은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재료가 비싸다. 설계도 힘들다. 또 충전소 숫자가 적어 특별 제작을 해야 한다. 때문에 민간 기업에서도 여러 대안이 논의된다. 지난 12월 12일 11개 기업이 양해각서를 맺고 수소충전소 설립을 위한 일종의 조인트벤처를 만들기로 했다. 규제 완화·정비, 연구개발, 전략적 추진을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게 함으로써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Q규제 완화가 우선적으로 시급하다고 보는 내용이 있다면.

A 수소충전소의 경우 연 1회 정기 검사가 필요하다. 검사하는 데 최소 2~3주가 소용돼 이 기간은 아예 영업을 못 한다. 위험시설이다 보니 각종 기기를 지정 검사 업체에 맡겨 검사한 뒤 안전기준에 합격하면 다시 돌아오는 구조다. 이 검사를 보다 간단한 방식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다. 규제 완화를 위한 공개회의를 수시로 열고 있다.

[특별취재팀 = 배준희(팀장)·노승욱·류지민·김기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39호 (2017.12.27~2017.01.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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