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에너지 시대 앞당기려면..정부 재생에너지 로드맵에 '수소' 넣고 충전소 인프라·보조금 투자 선도해야

노승욱,김기진 2017. 12. 2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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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에너지에 대한 정책 방향성이 안 보인다.”

정부의 수소에너지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겠다면서도, 수소에너지에 대해선 아무런 구상이나 비전이 없음을 꼬집는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 12월 20일 ‘제2회 재생에너지 정책협의회’를 열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0%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지만, 이 중 수소에너지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었다. 2020년을 ‘수소사회 진입 원년’으로 삼겠다고 천명할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일본과 대조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확고한 비전과 방향성 제시가 선행돼야만 민간 기업들의 투자가 활기를 띨 수 있다고 강조한다. 송경열 맥킨지 에너지센터 디렉터는 “수소에너지만 집중 육성하라는 게 아니다. 에너지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양한 에너지를 조화롭게 운용하는 ‘에너지 믹스’ 또는 ‘에너지 포트폴리오’다. 그런 점에서 중요한 에너지원 중 하나인 수소에 대해 정부의 정책 방향성이 모호한 건 아쉽다. 에너지는 손익분기점 도달까지 10년 넘게 걸릴 만큼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사업이어서 정부의 명확한 비전 제시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 우리나라에 최적화된 에너지 정책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새로 늘리는 에너지 설비용량의 95% 이상이 태양광과 풍력, 단 두 가지 에너지원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이들은 다른 에너지원 대비 넓은 부지를 필요로 해 산이 많고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 특성상 적합하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송경열 디렉터는 “전기 1㎿(메가와트)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부지 면적의 경우 태양광은 일반 연료전지의 40배가 필요하다. 또 태양광은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없으면 첨두부하(에너지 수요가 급증할 때 단기간에 에너지를 생산·공급하는 방식)로만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지를 확보한다 해도 풍력과 태양광은 기상 조건에 민감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해내기 어렵다. 이중희 전북대 대학원 BIN융합공학과 교수는 “풍력은 바람이 불 때만, 태양광은 해가 떠 있을 때만 발전할 수 있다. 반면 수소는 날씨 조건과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태양광과 풍력이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사실도 수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오인환 녹색기술센터 소장(한국수소및신에너지학회장)은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위한 설비를 만들고 전력으로 전환할 때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물론 수소를 이용해도 어느 정도 공해가 배출되지만 태양광이나 풍력에 비해 훨씬 덜하다”고 설명했다. 홍성안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는 “수소는 풍력이나 태양광보다 친환경적인 만큼 수소발전 비율을 높이면 지난 몇 년간 유독 심각해진 미세먼지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인다.

수소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포기할 수 없다. 한국은 에너지원 빈국이다. 석유나 석탄 등 국내에서 쓰이는 에너지원 대부분은 해외에서 수입된다. 홍성안 석좌교수는 “수소는 국내에서도 만들어낼 수 있다. 수소 활용도를 높이면 에너지원의 해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수소에너지의 장점이 명확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이중희 교수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은 수소 분야 선두주자였다. 정부도 수소에너지 산업을 키우는 데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정부 지원이 줄어들며 뒤처지기 시작했다.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 기술 수준과 산업 규모를 100이라 볼 때 우리나라는 80 정도다. 선진국은 수소 산업을 키우는 데 적극 나서고 있어 한국이 현재 상황을 좌시하기만 하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송경열 디렉터는 “에너지는 생산, 저장, 운송, 열병합 발전 등의 생애주기를 갖는다. 수소에너지의 경우 우리나라는 생애주기의 뒤로 갈수록 기술 경쟁력이 높지만, 전 단계에선 밀리는 편이다. 특히 수소 생산, 저장, 운송 분야는 세계적으로 5개 안팎 회사가 장악하고 있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면 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소에너지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선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것을 주문한다. 수소 시장은 아직 태동기라 수익을 많이 내기 어려운 만큼, 시장 원리에만 맡겨둬서는 기업들의 진출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수소차가 대표적인 예다. 아직은 수소차를 타는 사람이 많지 않아 수소충전소를 지어도 큰 수익이 나지 않는다. 기업은 자연스레 충전소를 짓지 않게 되고 소비자는 충전소가 없어 수소차 구매를 꺼리게 된다. 이택홍 호서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이 같은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수소충전소를 지을 때에도 정부가 더 큰 비용을 부담하고 수소차 구매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줘 인위적으로 시장을 키워야 한다. 시장이 커지고 일정 수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정부가 관여하지 않아도 기업이 관심을 갖게 되고 산업은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수소에너지 분야에서 앞서 나가는 국가들 역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에 힘입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인재 양성과 연구 지원 또한 시급한 과제다. 이택홍 교수는 “수소 산업이 발전하려면 학계에서도 연구가 활발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는 지원금이 거의 없다 보니 관련 연구를 하려는 교수도 많지 않고 연구 인력을 모으기도 어렵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인터뷰 | 백종훈 메타비스타 대표

‘수소 부국’ 기회 날릴 판…日과 기술격차 심각

메타비스타는 수소를 고밀도로 압축한 액체수소 기반 신재생 수소에너지 전문기업이다. 액체수소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수소 산업 전반에 걸쳐 특화된 제품과 솔루션·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백종훈 메타비스타 대표에게 한국 수소에너지 산업의 현재와 발전 방안을 물었다.

Q우리나라의 수소액화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A 거의 제로에 가깝다. 내가 참여해 1996년 3~5ℓ, 2012년 120ℓ 수준의 소형 수소액화를 시도한 게 거의 전부다. 수소연료전지차의 수소에너지 용량이 5㎏ 정도인데 이 정도면 8㎏이 겨우 나오는 수준이니 굉장히 초소형으로 실험한 것이다. 상용화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충전소가 이윤이 나려면 하루에 최소 250㎏ 이상은 충전을 해야 한다. 수소에너지는 기체 형태로는 부피가 너무 커서 반드시 액화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적어도 중형 규모의 수소액화 플랜트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소형 플랜트 수준에 그치고, 그마저도 완벽하지 않다.

Q수소차 부문 기술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A 수소차는 전기차보다 경제성이 좋다. 현대차가 수소차를 연 3000대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는데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3000대를 만들어도 우리나라에선 팔기 힘들다는 것이다. 수소충전소 등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액체수소를 운송할 전용 트럭은 물론, 저장탱크를 설계한 경험도 없다.

Q현재 액화 기술로 수소에너지를 상용화할 수 있는 분야는.

A 자동차는 아직 무리고 드론 정도는 가능하다. 드론은 3~20ℓ면 충분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농약 살포, 택배 배송, 구조용품 전달, 산불 진화, 영상 촬영, 군용 정찰 등에 드론을 활용할 때 수소에너지로 운용해볼 만하다. 하지만 아직 연구비 지원이 부족해 관련 실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험을 통해 실패 경험을 쌓아야 그 결과를 갖고 제품을 상용화할 기업도 생겨난다. 미국은 액체수소를 활용한 로켓을 개발한 경험이 민간 상용 기술로 확산되면서 관련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로켓도 등유로 만들어서 그런 기회를 날렸다.

Q일본은 어떻게 수소사회를 준비하고 있나.

A 일본은 호주에 많이 매장돼 있는 갈탄을 대량 확보, 갈탄에서 수소를 뽑아내 일본에 들여오려 한다. 이를 위해 대형 특수선을 건조 중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도 선수촌의 전기, 난방, 온수 등을 수소에너지로 제공해 수소올림픽으로 치른다는 계획이다. 원유는 산유국만 생산 가능하지만, 수소는 기술만 있으면 자원부국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비즈니스 외교를 해야 한다. 아직 수소에너지 기술이 부족하고 관련 자원이 풍부한 나라와 접촉해 자원을 무상임대해주면 이익을 공유해주는 식으로 거래해야 한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39호 (2017.12.27~2017.01.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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