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지난해 1인당 소득 2018만으로 서울(2081만원)에 밀려 지난해 실질 경제성장률(0.9%)도 전국 평균(2.8%)보다 낮아 경제성장률, 수출액 등 경제 지표 '빨간 불' "기존 주력산업에 의존, 신사업 발굴 늦어"
━ [이슈추적]개인소득 1위 10년 만에 빼앗긴 울산시, 그동안 무슨 일이
지난 18일 울산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 앞 먹자골목.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는데도 썰렁하다. 최은경 기자
“최악입니다.” 지난 18일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시 동구 전하동 먹자골목에서 만난 치킨집 사장 신영옥(58)씨는 “지난해보다 장사가 더 안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1~2년 전부터 내년이면 경기가 나아질 거라는 말이 돌았음에도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 이 지역 상인들의 얘기다.
‘한국의 산업수도’라고 불리던 울산이 장기 경기 침체에 빠졌다. ‘전국 최고 부자 도시’라는 명성도 잃었다. 지난 22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의 1인당 개인소득은 2018만원으로 10년 만에 서울(2081만원)에 1위를 내줬다.
지난해 수출액이 10년 전 수준으로 줄었다.
이는 하루아침에 나온 결과가 아니다. 지난해 울산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전국 평균(2.8%)을 크게 밑도는 0.9%였다. 지난 10월 울산의 수출액은 38억5000만 달러로 지자체 순위를 집계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전국 5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청년실업률은 2011년 5.7%에서 지난해 10.1%로 치솟았다. 지난 3분기 9.8%로 소폭 나아졌지만, 전국 평균(9.3%)보다는 여전히 높다.
실업자 수와 실업률 역시 악화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실업자 수는 2만2000명으로 2013년보다 1만 명 늘었다. 실업률 역시 2.1%에서 3.8%로 상승했다. 경기 침체로 인구 유출도 계속되고 있다. 2015년 12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순유출을 보이는 가운데 올해만 1만899명이 울산을 떠났다. 전출 사유는 ‘직업’이 38.7%로 가장 많았다.
지난 10년 동안 울산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전문가들은 경제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의 성장세 둔화를 꼽았다. 중후장대한 장치산업에 의존하다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뒤처졌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울산 전체 수출액에서 자동차, 석유제품, 석유화학, 선박, 자동차 부품 등 주요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72%였다. 울산 전체 수출 가운데 대기업 비중은 87.1%로 매우 높다. 전국의 로봇·바이오 헬스 등 8대 신산업 수출에서 울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0.9%에 불과하다. 여전히 3대 산업을 이끄는 대기업의 흥망에 따라 지역 경제가 흔들리는 구조다.
울산 수출액은 2011년 1015억 달러를 기록한 뒤로 감소 추세다. [연합뉴스]
최찬호 울산상공회의소 경제총괄본부장은 “현대중공업의 수주 가뭄에 따른 물량 부족과 구조조정, 현대자동차의 중국·미국시장 판매 부진이 협력업체·소상공인 등 지역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울산이 2011년 이후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울산은 2011년 수출액 1015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수출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15~20%씩 감소해 지난해 652억 달러에 머물렀다.
삐걱거리는 노사관계도 지역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년째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수십 년 동안 거의 매해 파업을 해오던 현대차 노조는 올해 역시 파업 끝에 지난 19일 회사 측과 잠정협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
현대차 공장이 있는 울산 북구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6.9%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고령화 속도가 전국에서 가장 빠르고 노동 인력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 맹점이다. 최근 3년 동안 울산에 살던 청년(1982년~1997년생) 1186명이 ‘직업’을 이유로 울산을 떠났다.
지난 12월 5일 현대자동차 노조가 울산공장 본관 광장에서 임단협 관련 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시는 이런 위기 상황에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2022년까지 4차 산업혁명 기반 구축에 5조1959억원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 4~5년 전부터 신성장 동력 발굴에 힘쓰고 있다. 이에 대해 최 본부장은 “주력산업 호황기였던 2000년대 새 시대를 준비했어야 했다”고 평하며 “이미 울산 경제는 저성장기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정태석 울산과학기술원 산학협력중점교수는 위기를 타개하려면 지역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해 단순 제조를 뛰어넘는 제조 서비스업을 발달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정 교수는 “최악의 경우 현대차가 울산 공장을 닫으면 도시는 바로 슬럼화될 것”이라며 “주력산업 고도화와 함께 신산업을 육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 글로벌 기반의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