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참사 키운 건 '드라이비트' 아닌 '스티로폼'이다
타지 않는 단열재 사용 신축건물에만 의무화
2015년 이전, 5층 이하 건물 여전히 사각지대
우리나라에선 유명 미국 회사의 이름인 ‘드라이비트’가 이 공법을 뜻하는 일반 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다. 1987년 한 국내 회사가 미국의 드라이비트사와 합작해 처음 이 공법을 들여오면서부터 업계 사람들이 ‘드라이비트’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단열재를 외벽으로 쓰는만큼 공사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 적은 비용으로 내단열보다 단열 효과도 우수해 미국과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제천 화재참사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른바 ‘드라이비트’ 공법이 반드시 화재에 취약한 것은 아니다. 단열재로 무엇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2015년 의정부 화재(5명 사망,125명 부상), 2008년 이천 창고 화재(40명 사망,9명 부상), 1999년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23명 사망) 모두 당시 건물에 가연성 단열재에 사용된 것이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가연성 단열재는 불이 붙으면 불연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연소하고 유해성 가스도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 ◆신축 건물에만 의무인 ‘불연성 단열재’ 2015년 의정부 화재 이후 정부는 건축물 외벽에 불에 타지 않는 불연성 소재나 준불연성 소재를 사용해야 하는 대상을 30층 이상 건축물에서 6층 이상 건축물로 확대했다. 하지만 이번 제천 화재처럼 이미 지어진 건축물은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미 가연성 단열재를 사용해 지어진 건축물이 훨씬 많은 게 현실이다. 이 건물들에 대한 안전 대책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기존 건축물을 정부가 모든 비용을 대면서 바꿔줄 수는 없어 난처한 상황이다. 계도나 안내 등 여러 방법을 고민 중이다”고 설명했다.
━ ◆“5층 이하 건축물도 가연성 단열재 사용 막아야” 5층 이하의 건축물도 안전성을 위해 가연성 단열재의 사용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건설 업계 관계자는 “다세대주택 등 최근 짓는 5층 이하의 건축물은 거의 대부분 스티로폼으로 만든다고 보면 된다. 건물주가 특별한 안전 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돈을 더 들여 불연성 단열재를 쓰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층 이하도 불이 붙으면 위험한 건 마찬가지다. 안전성 측면에선 모든 건축물로 확대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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