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는 어떻게 만들어" 아수라장 된 성평등 교육 토론회

박정훈 입력 2017. 12. 8.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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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성평등 교육 정책 토론회, 질의응답 시간에 '성평등 반대 세력'이 토론회 마비시켜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

  <디지털시대 우리를 물들인 차별과 혐오의 성문화, 교육의 역할을 찾다>에 참여한 토론 패널들
ⓒ 박정훈
"일방적으로 한쪽에 있는 분들만 토론에 나왔잖아요."
"나도 토론회 나가고 싶었는데 안 받아줬어요."

질의응답 순서를 시작하려고 하자 한 시민이 다짜고짜 항의를 시작했다. 토론 진행자의 만류에도 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일방적인 토론이고, 내 의견을 안 받아준다"는 항의에 토론은 사실상 중단됐다. 토론 진행자가 '퇴장하라'고 말했으나, 계속 항의를 이어갔다.

혼란한 가운데 토론회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양성평등과 성평등 관련 부분은 왜 답변 안 하느냐", "(성소수자 인정하면) 애는 어떻게 만드느냐", "토론자가 문제니까 항의하는 거다", "여자도 군대 가면 되잖아" 등의 발언이 쏟아졌다. 이들의 말에 반박하는 시민들도 점점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곳곳에서 말싸움이 벌어지며 토론회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시대 우리를 물들인 차별과 혐오의 성문화, 교육의 역할을 찾다' 토론회 막바지에 일어난 일이다. 학생과 교사, 시민을 대상으로 한 토론회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린 서울시교육청 주최 성평등 교육정책 토론회였다.

인터넷 개인 방송과 커뮤니티의 영향으로 욕설과 성적비하, 혐오 발언이 학생들 사이에 퍼지는 현상이 사회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학교 안의 성폭력, 성차별 문제도 심각해지는 추세다. 여성계와 교육 관계자들이 이같은 상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성평등 교육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이 토론회를 방해한 것이다.

"촛불은 반동이지, 어떻게 혁명이야" 소리친 이도

  <디지털시대 우리를 물들인 차별과 혐오의 성문화, 교육의 역할을 찾다>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박정훈
토론회는 질의응답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채 소란 속에 끝났다. 행사가 끝났지만 진행을 방해했던 시민들과 이를 제지했던 시민들 사이의 고성이 오갔다. 옷깃을 잡고 길을 막는 수준의 물리적인 충돌까지 이어졌다.

이밖에도 토론에 참여한 한 패널이 말을 이어가면서 '촛불 혁명'이라는 표현을 쓰자, "촛불은 반동이지" "촛불이 어떻게 혁명이야" 소리치는 시민도 있었다. 또 토론회를 방해하며 고성을 질렀던 시민 중 한 명은 '동성애 반대'를 슬로건으로 내건 한 인터넷 방송국과 인터뷰를 하며 이날 토론회를 비난했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시대 우리를 물들인 차별과 혐오의 성문화, 교육의 역할을 찾다'토론회를 방해했던 한 시민이 주변 시민들과 말다툼을 하고 있다.
ⓒ 박정훈
'성평등'이라는 말에 민감... 일관되게 '동성애 반대'

성평등 교육정책에 반대하며, 토론회를 방해한 시민들로 추측되는 이들은 토론 패널들을 향한 질문지를 통해 '성평등'과 '양성평등'의 차이에 대해 물고 늘어졌다.

"(성평등 정책은) 남자와 여자의 구분을 없애는 거냐?"
"양성평등일 때는 남자와 여자, 성평등을 이야기할 때는 왜 여성만을 말하냐. 평등한 게 아니다"
"성평등 관점이냐, 양성평등 관점에서의 교육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이냐"

지난달 29일 서울 동대문 바비엥스위트에서 열린 '성평등 2차토론회'에서도 시민 수명이 "양성평등과 성평등의 차이가 무엇인지 밝혀라" "동성애가 에이즈를 전파시키는데 에이즈 예방 교육은 안 하냐"고 따지면서 토론회를 소란스럽게 만들었다. 특히 일부 항의자는 이날 토론에 나온 고등학생 패널을 향해 "성평등에는 소아성애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지까지 보내, 시민들에게 야유를 받기도 했다.

두 번에 걸친 토론회에서 토론 내용을 부정하고 방해한 이들은 대부분 '성평등'이라는 말을 '양성평등'이라는 말과 비교하며 문제삼고, '동성애'를 우려했다. 동성애 반대 시민단체들의 주장과 동일한 입장이다.

동성애·동성혼 개헌반대 국민연합과 같은 '동성애 반대' 시민단체는 "양성평등은 생물학적 남녀평등을 의미하지만 성평등은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를 포함한 평등을 의미한다"다며 여성가족부의 '성평등 정책' 역시 "동성애를 합법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시대 우리를 물들인 차별과 혐오의 성문화, 교육의 역할을 찾다>에서 토론회가 끝난 직후, '성평등 반대'를 주장하는 한 시민이 주변 시민들과 다투다가 관계자의 제지를 받고 토론장을 나가고 있다.
ⓒ 박정훈
한 성소수자 활동가는 "오늘 토론회를 방해했던 시민들은 '동성애 반대'라는 맥락에서 성평등 교육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런 주장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여성가족부 토론회에도 자주 온다"고 들었다며 "토론회를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이들을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육감 임기 중 가장 잘한 일 중에 하나로 꼽는 것이 성평등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성인권정책전문관'을 임용한 일이다. 그럼에도 쌓여있는 성평등 의제를 풀어나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진보라는 방향성만으로 교육에서 필요한 성평등 의제를 다룰 수 없으며, 학생들의 삶을 위해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며 성평등 교육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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