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나폴레옹 때문에 철도 폭이 달라졌다고?
수원~인천을 오가던 추억 속의 수인선 협궤열차는 지난 1995년 말에 운행을 중단했습니다. 이 열차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철도 폭이 762㎜로 다른 철도(1435㎜)의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름에도 좁은 철로라는 뜻을 담은 '협궤'가 붙어 있는데요. 열차 내부도 다른 기차에 비해 꽤 좁습니다.
국내의 다른 철도는 폭이 국제 표준(1435㎜)에 맞는다고 해서 '표준궤'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러시아, 스페인 등에는 국내에는 낯선 '광궤'라는 철도도 있습니다. 폭이 넓은 철로라는 의미인데요. 한가지로만 통일되면 열차가 서로 다니기 편할 텐데 왜 이렇게 철로 폭을 다르게 했을까요? 그 사연들을 알아봅니다.
━ 돈 덜 들고, 산악지역에 놓기 쉬운 협궤
우리나라 주변 국가 중 협궤를 많이 쓰는 나라는 단연 일본입니다. 지금도 고속열차인 신칸센과 사철(민간 철도) 등을 제외하면 철도 폭이 1067㎜인 협궤가 많습니다. 협궤는 건설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곡선구간 등의 범위가 작기 때문에 험준한 산골짜기나 수풀이 우거진 험지 등을 개척할 때 유용했다고 하는데요. 광산에서 채굴한 광석이나 현지 산물을 운송할 때 자주 사용했다고 합니다.
![1995년말 운행을 중단한 수인선 협궤 열차. [ 사진 코레일]](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1/09/joongang/20180109100423387omlg.jpg)
용어는 협궤로 통일돼 있지만, 철도 폭은 400㎜~1400㎜까지 다양합니다. 하지만 협궤는 대게 구조적으로 기관차나 화차가 작기 때문에 운송능력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 표준궤, 마차폭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설 유력
![국내 철도는 표준궤가 기본이다. 표준궤 철도를 달리는 새마을호 열차. [중앙포토]](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1/09/joongang/20180109100423882pddg.jpg)
![사상 최초의 증기기관차인 로코모션 1호. [중앙포토]](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1/09/joongang/20180109100424335afmu.jpg)
━ 나폴레옹과 독일 두려워 탄생한 광궤
광궤를 깐 나라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나라가 러시아인데요. 아마도 시베리아횡단철도(TSR·Trans siberian railway) 때문일 겁니다. 러시아의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9288km의 세계 최장의 철도로 바로 철로 폭이 1520㎜인 광궤가 깔려있습니다. TSR은 남북간에 경의선 등 철도연결 논의가 한창이던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 상당히 자주 언급이 된 바 있습니다.
![시베리아횡단철도는 광궤 철도를 달린다. 9288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다. [중앙포토]](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1/09/joongang/20180109100424577ezol.jpg)
18세기 후반~19세 초반 나폴레옹의 침략으로 혼쭐이 난 기억이 있는 러시아로서는 프랑스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그래서 철도를 놓을 때 표준궤를 쓰는 프랑스와 바로 연결이 되지 않도록 광궤를 깔았다는 겁니다. 자칫 직결됐다가는 철도를 이용해 대량으로 병력과 무기를 실어 나르며 침략해오지 않을까 우려가 된겁니다.
![나폴레옹 전쟁의 여파로 러시아와 스페인은 철도 폭을 프랑스와 다르게 만들었다. [중앙포토]](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1/09/joongang/20180109100424934lqwi.jpg)

━ 열차 바퀴 교체, 짐 환적으로 철도 폭 차이 극복
철도 폭이 달라지면 열차는 더 이상 달릴 수가 없습니다. 부산을 출발해 북한 땅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철도가 시작하는 블라디보스톡 부근까지 가더라도 그 너머로는 바로 갈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시베리아대륙횡단철도를 이용하면 배로 갈때보다 유럽까지 가는 거리와 시간이 훨씬 단축됩니다. 그래서 나온 방식이 ^대차(바퀴 교체) 또는 ^환적입니다. 철도 폭이 달라지는 곳에서 그에 맞는 바퀴를 갈아 끼우는 겁니다. 이를 대차라고 합니다. 또 한가지는 짐을 아예 다른 열차에 옮겨싣는 겁니다.
대차 시스템은 시베리아횡단철도에서 많이 쓰이는데요.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하면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시작되는 곳에서 광궤로 바퀴를 바꾸고, 이어 표준궤가 시작되는 벨라루스 등 동유럽에서 다시 한번 표준궤로 갈아야 합니다.
이런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 통행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유럽에서는 자동으로 철도 폭에 따라 바퀴가 조정되는 '가변궤간 대차'를 개발 또는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구간이 스페인~프랑스 구간으로 표준궤와 광궤 모두를 달릴 수 있는 고속열차가 운행 중입니다.
국내에서도 유라시아 철도와의 연결을 대비해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궤간가변 대차' 를 2014년 개발했습니다. 대차에 설치한 스프링 등 여러 장치를 통해 바퀴를 움직이며 표준궤와 광궤를 자유로이 달릴 수 있도록 한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대륙철도와 연결되려면 큰 난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북한입니다. 북한 철도 구간을 이용해야만 제대로 연결이 가능한데요. 언젠가 통일이 되거나, 아니면 안정적인 교류협력이 가능해진다면 정말로 부산에서 출발해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 기차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기대해봅니다.
강갑생 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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