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차 캣맘이 말하는 '캣맘의 자세'.. "이웃과 절대 싸우지 마세요"

민다솜 2017. 11.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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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고양이? 길고양이!”
“캣맘은 밥만 주는 존재가 아니라, 개체수 조절을 통해 사람과 함께 공생하는 것을 돕는 사람”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이라 하면 너나 할 것없이 반려견부터 떠올렸다. 하지만 이제는 고양이도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 반려동물이 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 통계(2015년 기준)를 보면 고양이는 국내 반려동물 702만 마리 중 189만 마리로 27%나 차지한다. 최근에는 반려묘를 소재로 하는 콘텐츠가 크게 인기를 끌고, 고양이 애호가들을 위한 고양이 카페를 찾는 일도 어렵지 않다. 온라인에는 고양이를 기르고 싶다는 의미에서 ‘나만 없어. 진짜 사람들 고양이 다 있고 나만 없어’라는 유행어가 떠돌 정도로 고양이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

언제부턴가 ‘도둑고양이’보다 ‘길고양이’ ‘길냥이’라는 애정 어린 호칭이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시대가 됐다. 배고픈 길고양이를 우연히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항상 고양이 간식을 들고 다닌다는 사람들이 생겨날 정도다.

길고양이나 유기묘 등 주인 없는 고양이의 사료를 정기적으로 챙겨주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이들을 ‘캣맘’이라고 부른다. 애묘인이 늘어남에 따라 활동하는 캣맘의 수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캣맘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캣맘으로 인해 주거지역에 길고양이가 늘어나고, 이 때문에 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캣맘들은 인간과 길고양이가 공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배고픈 고양이에게 깨끗한 물과 사료를 제공함으로써 고양이들은 쓰레기봉투를 뜯지 않게 되고, 중성화 수술을 통해 개체수 증가와 ‘아기 울음소리’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중성화수술사업(TNR) 대부분이 캣맘의 도움으로 진행된다.

TNR은 길고양이들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포획(Trap)-중성화 수술(Neuter)-방사(Return)를 이르는 용어다. TNR을 마친 고양이는 왼쪽 귀 끝을 0.9cm 정도 잘라 표식을 남긴다. 쉽게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고양이와 구분할 수 있다. TNR은 지금까지 시행해온 길고양이 관리 방법 중 가장 인도적이고 국제적으로도 검증받은 방식이다.

길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개체수 조절을 위해 안락사 등을 논하기도 하지만, 의외로 안락사는 TNR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 또 안락사를 시킬 경우 영역동물인 고양이가 사라진 자리에 인접 지역 고양이들이 들어와 번식하면 개체수가 더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 동물복지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적 대안으로도 TNR이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지난 8월 한 아파트에 “고양이에게 물과 밥을 주는 것을 삼가라”는 공고문이 걸렸다. 한 캣맘은 ‘TNR과 같은 근본적은 해결은 어디로?’라는 반박글을 남겨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진 적이 있다.

캣맘 그리고 길고양이를 바라보는 상반된 두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요즘, 경기지역에서 4년째 캣맘 활동을 하고 있는 A씨를 만났다. 캣맘의 역할과 TNR의 중요성 등을 생생히 들어볼 수 있었다.

먼저 A씨는 캣맘이란 “길고양이들에게 밥만 주는 존재가 아니라, 개체수 조절을 통해 사람과 함께 공생하는 것을 돕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A씨는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밖에 있는 고양이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캣맘 활동을 한지 벌써 4년이 다 돼가고 있었다. 긴 인터뷰 중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점을 세 가지로 꼽았다. 첫째, TNR의 중요성. 둘째, 주민들과 타협점 찾기. 셋째, 수술 후 처지 개선이었다.

Q. 먹이를 정기적으로 주는 편인가요? 먹이를 주는 방식에 대해서 좀 알려주세요(언제, 어디서, 어떻게).
A. 아파트 살 때는 아침저녁으로 2번 줘요. 원칙은 절대 길가나 사람 눈에 잘 보이는 곳에는 두지 않는다는 것. 아파트 조경이 있으면 수풀 안쪽에 둬요. 주택으로 이사온 지금은 사람이 없는 곳에 밤늦게 한번만 줘요. 밥자리는 우리 집 마당과 원래 살던 아파트 6군데예요.

Q. 음식물 쓰레기, 소음, 기물파손 등 길고양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다보니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에 대한 불만도 많습니다. 주민들과의 마찰은 없었나요?
A. 가끔 어린 아이들이 밥그릇을 엎는 해코지를 해놓은 적은 있지만 아주 심한 마찰은 없었어요. 여기서 주면 안 된다고 하시는 분도 있긴 했어요. 그럼 저는 ‘되도록 안 보이는데 피해서 줄게요’라고 말해요. 절대적으로 싸우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타협을 해야 해요. 피하는 게 답이 아니라는 캣맘들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타협점을 찾으려 한발 뺐어요. 제 생각에는 주민들을 상대로 너무 강하게 나가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닌것 같아요. 고양이들에게 해코지를 할 수도 있으니까. 일단 내가 당신의 의견을 수렴한다는걸 보여주기 위해 ‘더 늦은시간에 주겠다’ ‘다른 곳에 주겠다’ 라고 말하는 편이죠. 실제로 밥자리를 옮기기도 해요. 빌라촌은 숨길 때가 없어서 트러블이 많다더라구요. 빌라의 경우는 봉지밥을 주고 수거하든가, 그 자리에서 다 먹기를 기다렸다가 치우고 가는게 나아요. 봉지밥을 줬을 경우 봉지를 꼭 수거하고, 쓰레기나 주변을 깨끗이 치우는 게 캣맘의 덕목이에요

Q. 캣맘활동을 하시며 TNR에도 적극적이라고 들었어요. TNR을 하고 달라진 점이 있나요?
A. 고양이를 좋아하는 저조차도 울음소리 때문에 시끄러워서 자기 힘든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TNR을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엔 고양이 울음소리 민원이 많았는데 TNR하고 1년 뒤부터 민원이 없어졌어요. 싸우는 소리가 줄고 중성화를 시키니 발정이 없어져 교성도 없어졌죠. 요즘은 그래서 관리실에서도 호의적인 편이에요. 4일 연속 밥그릇에 해코지를 하는 사람이 있어 관리실에 CCTV를 요청했더니, 예전같았으면 밥을 주지 말라고 하셨을텐데 CCTV에서 잘 보이는 데에 밥을 주라고 하시더라구요. TNR이후 편해진 부분이 많으니까요.

A씨는 ‘원래 있던 고양이들이 외부 고양이들에게 밀리게 된다’는 이유로 TNR을 반대하는 캣맘들에 대해 “TNR을 한다고해서 영역을 안지키는게 아니고, 개체수의 70%이상을 중성화해야 효과가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 A씨는 자신이 돌보는 고양이의 90%이상에게 중성화 수술을 마쳤다. 다른 영역 고양이까지 합치면 총 20마리 정도의 고양이에게 중성화수술을 시켜줬다.

A씨는 “TNR이 근본적으로는 사람을 위한 사업이지만 고양이들 삶의 질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수컷들은 영역을 옮기거나, 암컷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떠돌다가 심한 부상을 입기 쉽다. 8차선, 10차선을 건너다 ‘로드킬’을 당하는 고양이들이 적지 않다. 암컷은 잦은 임신으로 건강을 해친다.

A씨는 길고양이들의 영역싸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급식소를 분산시켜놓는다고 했다. “캣맘들마다 생각이 달라서 ‘급식소를 그렇게 많이 두면 개체수가 늘어난다’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4년간 캣맘 활동을 해본 결과 급식소 분산이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A씨는 아파트 경계 언저리에도 일부러 맛있는 간식을 둔다. 굳이 영역을 침범하지말고 가끔씩 여기서 먹고 지나치라는 것이다.

Q. TNR 과정에 대해서 좀 알려주세요. (방법, 비용 등)
A. 시청(혹은 구청)에서 하는 TNR은 전화 한통이면 무료로 가능해요. 각 시청마다 가축방역과, 동물사랑과 같은 부서가 있어요. 그럼 포획대원이 나와서 포획틀을 설치해주죠. 보통 발판을 밟으면 자동으로 문이 닫히는 포획틀을 사용하지만 필요에 따라 수동 포획틀을 이용하기도 해요. 포획틀에 고양이가 들어오면 병원으로 데려가 중성화 수술을 해요. 수컷은 24시간이후 암컷은 72시간 이후 방사하는게 원칙이에요.

Q. 조금 더 자세히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우선 전화로 시청에 접수를 하면 포획대원한테 전화가 와요. 그리고 “언제 거기로 가겠다”고 알려줘요. 보통 캣맘이 가서 포획틀을 놓는 과정을 지켜보죠. 저같은 경우는 더 안전하게 하려고 포획틀을 받아놨다가 밤에 사람들이 안다닐 때 제가 직접 설치해요. 다음날 포획대원 아저씨가 오셔서 수거를 해가시구요. 저는 포획할 때, 방사할 때 모든 과정을 다 봐요. 실수로 다른 곳에 방사할 경우가 있기 때문에 ‘우리 애’가 맞는지 확인해야 해요. TNR하면 그날 밤 바로 오는 아이들도 있지만, 며칠동안 안보일 때도 있어요. 고양이들은 죽을 때 혼자 몰래 외진데 가서 죽는데, 수술을 받고 나면 몸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해 한동안 멀리 있다가 오는거죠. 그렇게 되면 캣맘은 포획대원이 다른 곳에 방사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돼요. 근데 포획대원 입장에서는 너무 바쁘고 일일이 전화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에요. 보통 지역에 한 두명의 포획대원 밖에 없어요.
시즌은 봄에 한번 가을에 한번있어요. 봄에 접수해도 너무 바빠서 가을에 하기도 해요. 아저씨(포획대원)는 아저씨대로 너무 바빠서 감당하기 힘들어요. 몇 달을 기다려도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사이에 암컷이 임신하고 그러면 개체수가 늘어나죠. 그래서 개인적으로 포획틀을 사서 중성화 수술을 시키는 분들도 있어요.

Q. 시청 TNR로 진행을 못하게 된 경우는 어떻게 하나요?
A. 보통 집냥이(집에서 키우는 반려묘) 중성화 수술을 하는데 드는 비용은 30~45만원. 하지만 길고양이의 경우 좋은 수의사 선생님을 만나서 얘기를 하면 수컷 8만원 암컷은 15만 정도에 중성화 수술을 시킬 수 있어요. 고양이보호협회를 통해서도 가능해요. 수컷 만원, 암컷 2만원에 입원비 1만원정도로 접수-포획-지점 병원 이동까지 가능해요. 하지만 근처에 지정병원이 없을 경우에는 조금 힘들 때도 있죠. 윤승아, 이효리 등이 활동하는 ‘동물자유연대 카라’에서도 한 사람 당 한 번, 15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어요.

Q. TNR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을까요?
A. 우리 단지 대장냥 ‘나비’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영역싸움 때문에 엄청 싸우는 애였어요. 어느 날은 피를 철철흘리면서 와서 항생제 치료를 4번이나 했어요. 그래서 얘를 잡겠다고 포획틀을 들고 몇 번이나 시도를 했는데 포획틀에 안들어가서 혹시나 철통을 바꾸면 될까 해서 바꿔보기도 하고 그랬어요. 결국 고양이보호협회에서 5시간 기다렸다가 포획에 성공했어요. 협회에 죄송한 마음도 많이 들었는데 그 분들은 “그렇게 해서 못잡은 애들도 있다”며 괜찮다고 해주셨어요. 중성화 때문에 포획했는데 다른 아픈 곳(엉덩이 곪기)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아파서 잡았다가 중성화하기도 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에도 중성화는 필수적으로 해야죠.

Q. 이렇게 TNR을 적극적으로 하시다보면 누구보다 불편사항, 개선점을 잘 알 것 같아요.
A. 우리 ○○시 같은 경우는 할당된 예산이 남아 있음에도 일손이 부족해서 TNR접수를 못따라 가요. (임시직으로라도) 포획대원을 늘릴 필요가 있죠. 그리고 수컷은 24시간 암컷은 72시간 이후 방사라고 했는데 그 시간으로는 부족해요. 수컷은 피부절개 수술이라 그럴 수 있다 해도 암컷은 마취하고, 개복 수술을 했는데 이틀만 지켜보고 방사한다는게 좀... 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야생으로 내보냈다가 실밥이 터질 수도 있고 감염될 수도 있고. 그래서 후처치 기간은 꼭 늘려야해요. 하루 이틀만 소독 더해도 훨씬 안전해질 수 있어요. 시에서도 세금으로 돈들여서 해놓고 후처치 기간에 방사해서 잘못되면 고양이의 생명 뿐만 아니라 세금도 날리는 거잖아요. 그리고 중성화수술을 보편화 시키기 위해서는 개인 TNR 비용도 좀 낮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Q. “왜 고양이만 생명이냐? 다른 동물들은?”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A. 저는 사실 모기도 못죽이는 사람이에요. 육식도 줄이려고 노력중이에요. 개 식용도 반대운동을 하고 있어요. 개 식용반대하면 항상 따라오는 말이 ‘그럼 돼지는? 소는?’이에요. 저로서는 ‘먹을게 이렇게 많은데 굳이 반려동물까지 먹어야 하나’라는 대답 뿐이에요. 고양이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야생동물이자 사람과 친숙한 동물이잖아요.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관리만 잘하면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캣맘들이 자원봉사로 더 노력하고 싫어하는 분들이 좀만 더 이해해주신다면요.

Q. 마지막으로 캣맘으로서 같은 캣맘 혹은 이제 캣맘을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A. 가끔 캣맘인걸 자랑하려고, 알리려고, 책임감없이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니 나중까지 생각하고 시작을 했으면 좋겠어요. 혹시라도 내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도록, 야생성을 살려둘 수 있게, 사람 손 안타고 안전하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만약에 손을 탔다면, 끝까지 책임을 져줘야 겠죠.

A씨는 길고양이들의 생명이 달린 일인만큼 캣맘들이 주민들과 너무 충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당부했다. 또한 캣맘이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존중해야하는 만큼, 주민들도 캣맘의 활동을 이해해주기를 바랐다.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밥 주는 일을 신고해야 하는 잘못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나눠주는 일은 불법이 아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오히려 ‘고의로 밥을 주지 못하게해서 죽음을 방치할 경우’ 동물보호법 제 8조(동물학대 등의 금지)1항 3호를 위반해, 46조에 의해 2년이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캣맘의 활동이 불법적인 일이 아닌만큼, 서로 조금만 더 이해하고 타협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게 A씨의 소망이다. 실제로 강동구에서는 몇 년 전부터 구청과 주민, 그리고 수의사회와 캣맘협의회가 협의해 60여곳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TNR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잠정적인 자체평가이기는 하지만 길고양이 관련 민원도 대폭 줄고 개체수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생태환경사업에 캣맘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말한다.

민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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