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수능]"삶의 주체가 되기 위해 수능을 거부한다"

정준영 2017. 11. 2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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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무언가를 제 의지와 상관없이 영문도 모른 채 행하고 싶지 않습니다.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해, 선택의 주체가 되기 위해 저는 오늘 수능시험장에 가지 않았습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3일 전국 85개 시험지구, 1180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행되고 있지만 고등학교 3학년인 박성우(18)군이 찾은 곳은 시험장이 아닌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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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3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2017 수험생 대학입시 거부선언'에서 어린이들이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사진=강진형 기자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저는 무언가를 제 의지와 상관없이 영문도 모른 채 행하고 싶지 않습니다.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해, 선택의 주체가 되기 위해 저는 오늘 수능시험장에 가지 않았습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3일 전국 85개 시험지구, 1180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행되고 있지만 고등학교 3학년인 박성우(18)군이 찾은 곳은 시험장이 아닌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이었다.

그곳에서는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소속 참가자 20여명이 2018년도 수학능력시험에 대한 거부선언을 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었다. 이날 참가자 중 고등학교 자퇴나 응시 거부 등으로 수능을 치르지 않은 청소년은 8명이었다.

충주에서 온 피아(18·가명)양은 "저도 한때 소위 '인 서울'을 목표하는 학생이었지만 하루 16시간을 공부하며 우울증, 변비, 목 디스크 등 병이란 병은 다 앓게 됐다"며 "대체 왜 '지금의 나'를 바라보지 않고 '미래의 나'를 신경 써야 하는지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피아양은 올해 학교를 자퇴한 후 수능을 거부했다.

이글(18·가명)군은 "(자퇴 당시) 많은 사람들이 학교 조금만 더 다니면 졸업하는데 왜 인생 힘들게 사느냐고 물었지만 제겐 (기간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며 "수능 자습만 시키고 아무런 교육적 목적이 없는 공간에 나와야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돼 자퇴했다"고 설명했다.

투명가방끈은 성명서에서 "우리의 행복과 불행은 고작 대학에 가느냐 마느냐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며 "혹 우리가 불행하다면 그것은 모든 사람이 대학을 다닐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 때문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평가와 줄 세우기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존중받을 수 있는 교육과 사회를 원한다"며 "대학은 원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교육의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3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 위한 사회적교육위원회가 주최한 '대입자격고사-대학평준화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 참가한 청소년이 수능 거부 선언을 하고 있다./사진=강진형 기자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3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 위한 사회적교육위원회 관계자들이 '대입자격고사-대학평준화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강진형 기자


이날 청계광장 바로 인접한 곳에서는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사회적교육위원회'가 주최한 입시경쟁교육 폐지와 대학평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수능을 '죽음의 입시경쟁교육'이라고 부르며 즉각적으로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학생부 종합전형을 축소·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대입입학자격고사를 도입하고 대학을 평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준영 기자 labr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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