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S] 뜨겁게 안녕 | ① 월드컵 탈락 이끈 벤투라의 '사퇴 거부' 소동

김정용 기자 2017. 11. 1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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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야 아름답다. 아무리 시작이 좋아도 끝이 좋지 못하면 좋은 평가를 들을 수 없다. 다른 직업과 많은 부분이 다른 감독은 더 그렇다. 감독은 정해진 임기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떠나야 할 때 떠나지 않았다는 것은 현실감각이 떨어진다는 것과 같다. 떠나야할 때를 몰랐던, 끝이 매우 좋지 않았던 감독을 모아봤다.

#잠피에로 벤투라

벤투라 감독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선수 시절 3~4부 리그에서 주로 활동하는 무명이었고 감독이 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1981년 감독 생활을 시작했고, 1995년이 돼서야 레체를 3부부터 1부(세리에A)로 끌어올리며 처음 빛을 봤다. 최근에는 하위권에 있던 토리노를 최고 7위까지 올려놓으며 인정받았다. 토리노를 5시즌 동안 지휘한 뒤 이탈리아 축구협회의 러브콜을 받자 바로 지휘봉을 내려놓고 이직했다. 안토니오 콘테 전임 감독이 `유로 2016` 종료 직후 첼시로 간다는 사실이 이미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이탈리아축구협회(FIGC)는 감독을 선임할 시간이 충분했다. 그러나 카를로 안첼로티, 로베르토 만치니 등 쟁쟁한 감독들은 명문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비교적 무명인 벤투라 감독에겐 좋은 타이밍이었다.

#이탈리아 재임 기간: 1년 5개월, 월드컵 예선을 책임지다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 예선 전체를 함께 했다.

#60년 만의 월드컵 탈락을 초래한 원흉

`2018 러시아월드컵` 예선 탈락의 원흉. 이탈리아가 월드컵에 아예 불참한 경우를 제외하면 탈락한 건 이번이 겨우 두 번째다. `1958 스웨덴월드컵` 이후 60년 만에 탈락했다. 조별리그에서 스페인과 한 조에 편성됐다는 건 분명 불운했지만, 바로 직전인 유로 2016 본선에서 스페인에 완승을 거뒀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벤투라 감독의 역량 부족을 바로 알 수 있다. 특히 심각한 건 예선이 진행될수록 경기력이 나빠졌다는 점이다. 한국의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과정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스페인을 꺾어 조 1위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에서 무리한 공격 전술로 자충수를 두며 0-3 대패를 당했다. 결국 조 2위로 예선을 마친 뒤 플레이오프에 참가했는데, 스웨덴 원정에서 0-1로 진 뒤 밀라노에서 열린 홈 경기는 0-0 무승부에 그쳤다. 공격 전술이 심각하게 엉망이었다.

#데로시가 코치에게 `항명`한 이유

세리에A에서 늘 약팀을 지도해 온 벤투라 감독에겐 고급스런 선수들을 잘 조합하는 능력이 없었다. 참으로 이탈리아 전술가답지 않은 인물이었다. 특히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반드시 한 골을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3-5-2 포메이션을 바꾸지 않았고, 여기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장 위협적인 선수인 로렌초 인시녜를 배제한 것은 블랙 코미디였다. 베테랑 미드필더 다니엘레 데로시는 경기 중 몸을 풀라는 지시를 받자 욕설과 함께 "나 말고 인시녜를 투입하라고"라는 고함을 질렀다. 데로시는 이 경기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해 버렸다.

#사퇴 거부 소동

월드컵을 염두에 두고 계약한 감독이었기 때문에 본선 진출이 좌절된 순간 사퇴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잔루이지 부폰 등 선수들이 줄줄이 은퇴한 뒤에 뒤늦게 인터뷰를 갖고 사퇴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촌극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밀라노를 떠나는 비행기에 막 탑승할 때 뒤따라온 방송 취재진과 짧은 인터뷰를 했는데, 사퇴할 거냐는 질문에 얼떨결에 "그렇다"라고 답해놓고 나중에 통신사 기자에게 "사퇴한다고 말한 적 없다"는 문자를 보낸 것이다. 그 뒤로도 괴상한 인터뷰를 잔뜩 남겼고, 결국 FIGC로부터 결별을 통보 받았다.

"결과는 미안하게 됐지만 우리는 노력했다."

"축구계에서 오래 일했기 때문에 탈락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잘 안다."

"내가 지난 2년 동안 남긴 성적을 보면 패배가 겨우 두 번뿐이다. 난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총평 : 전술만 모르는 것이 아니고 처신할 줄도 몰랐던 남자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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