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총선]고이케의 오만이 아베의 오만을 가려버렸다
야당 분열로 아베 이롭게, 선거전 흐름 바꿔
아베 신조(安倍晋三)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는 적인가 아군인가. 고이케 도쿄도지사가 희망의당을 창당하며 이번 중의원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머릿속에 든 궁금증이었다. 두 사람은 TV에 출연해 함께 이 질문을 받았지만 둘 다 답변을 얼버무렸다. 고이케는 희망의당을 창당,직접 당 대표를 맡으며 선거전을 흔드는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아베 1강 정치에 긴장감을 줘야 한다. 낡은 정치, 기득권을 우선하는 세력과 싸우겠다"며 내걸었던 ‘일본 리셋’ 슬로건은 유권자들에게 어필했다. 선거 초반 여론조사에서 희망의당은 단숨에 10% 후반대의 지지율로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예상 의석수가 100석을 넘었다. 단숨에 아베를 위협하며 "이런 기세라면 정권 교체도 가능할 지 모른다"는 기대감까지 만들어냈다.
민진당 리버럴계를 배제하는 대신 정치경험이 없는 ‘고이케 키즈’를 ‘낙하산 공천’으로 내려꽂은데 대해서도 일본 유권자들의 반감은 컸다. 또 정작 본인은 선거에 출마하지 않은 것도 선거전 내내 논란거리가 됐다. 희망의당은 결국 고이케가 '배제했던' 민진당 출신들이 만든 입헌민주당과 2위 싸움을 해야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22일 오후 8시에 발표된 방송사 출구조사에서도 38~59석만 얻는 걸로 나타났다. "일본을 리셋하겠다"는 다짐과는 달리 결과적으로 희망의당은 ‘반(反)아베’ 표를 분산시켜주는 바람에 자민당의 압승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됐다. 특히 민진당을 분열시켜 개헌찬성파를 따로 모아놓은 것도 아베에겐 고마운 일이다. '아베의 대항마'라기 보다 '아베의 공신'으로 각인될 고이케, '아베의 오만에 대한 심판'이던 총선의 성격이 '고이케의 오만'때문에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버린 셈이다. 그는 지난 21일 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지구온난화 대책 관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 참담한 개표 결과를 출장지에서 지켜봤다. 윤설영 도쿄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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