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김정은 'DOTARD' 피켓 등장한 반미 시위

이은지 2017. 10. 19.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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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내셔널부 기자
18일 오전 7시30분 부산시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앞. 부산민중연대 소속 회원들이 ‘DOTARD Trump, STOP LUNACY! (노망난 늙은이 트럼프, 바보짓 그만!)’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었다. 일주일째다.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사용했던 ‘DOTARD’라는 단어를 쓰며 미군을 조롱할 뿐 아니라 욕설도 한다. 이곳에 근무하는 미 해군 소속 군인들을 향해서다. 부산 남부경찰서에 욕설 시위대를 잡아 달라는 민원이 들어올 정도다. <중앙일보 10월 18일자 12면>
18일 부산시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앞에서 시위 중인 부산민중연대 회원들. [사진 독자제공]
이 단체는 지난 14일 부산 해운대 호텔에서 열린 미 해군 창설 242주년 기념행사에도 나타나 ‘DOTARD’ ‘양키 고 홈’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이날 행사에는 마크 내퍼 주한 미 대사대리,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을 비롯해 미 해군사령부 소속 4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 측에선 서병수 부산시장, 정진섭 해군 작전사령관이 참석했고 부산 지역 주요 기관장 등 250여 명이 초대됐다. 당시 시위대와 행사 참가자들이 뒤엉키면서 행사장 앞에서는 일대 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표현과 집회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반미 성향의 단체가 미군 철수 등을 외치며 시위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똑같은 행동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해군 창설 기념행사에 참석한 서병수 부산시장은 “굳건한 한·미 동맹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생일잔치라 할 수 있는 기념식장에 나타나 반미 구호를 외치고 욕설을 퍼부은 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실험 등으로 한반도는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고조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 파괴”를 말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맞받아친다. 불안감이 고조될수록 공고한 한·미 동맹을 기대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

현시점은 어느 때보다 외교와 안보의 국론 통일이 중요하다. 북한이 미 대통령을 비난할 때 쓰던 저속한 말까지 사용하면서 미군 앞에서 연일 시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교안보에서 국민이 한목소리를 내도 시원치 않은 시점에 일부 단체의 반미 시위는 국론 분열로 비칠 수 있다. 이런 시위가 국익에 도움이 될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은지 내셔널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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