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세] 무섭고도 슬픈 노인의 죽음, 노노개호(老老介護)의 끝
일본에서 시작된 ‘노노개호(老老介護)’라는 말을 아시는지요. 개호(介護)는 간호, 병수발이라는 뜻의 일본어입니다. 즉, ‘노노개호’ 란 노인이 노인을 수발하고 돌본다는 뜻인데요.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오늘은 노노개호 끝에 죽음을 맞이하는 일본 노인들의 슬프고도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 화장장에서 발견된 80대 노부부
2005년 11월 후쿠이현(福井県)오오노시(大野市)에 있는 화장장 소각로에서 2명의 유해가 발견됩니다. 이 화장장은 30년 넘게 사용하지 않았던 곳이었습니다. 유해에서 어렵게 찾아낸 치아의 치과기록 등을 살펴본 결과 이 유해의 주인은 80세 남성과 82세의 그의 아내로 확인됐습니다.

‘오후 4시 30분, 차에서 아내를 기다리고 있다’ ‘오후 8시, 아내와 함께 집을 나왔다’ ‘차로 형제의 집과 추억의 장소를 돌아본 뒤 화장장에 도착했다’ ‘아내는 아무런 말 없이 차에서 기다리고 있다’ ‘숯, 땔감으로 화장을 준비 한다’ ‘오전 0시 45분에 점화한다. 안녕’
![후쿠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만화 '기쁨의 노래' [사진=후쿠이신문]](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710/01/joongang/20171001090047576bpdc.jpg)

이들은 왜 이런 끔찍한 죽음을 택했던 걸까요. 부부에게는 자식이 없었다고 합니다. 아내는 당뇨병 환자로 거동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몇 년전부터는 치매증상까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차로 아내를 병원에 데려다주는 건 물론이고, 청소와 세탁 등 아내의 병수발을 도맡아해왔습니다. 부부는 사이도 좋았다고 합니다. “아저씨가 아내를 너무 좋아해서 두 사람은 항상 손을 잡고 함께다녔다”는 주민들의 증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병수발에 지친 남편은 함께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고 말았던 겁니다.
━ 집에서 간호하는 세대의 절반이 ‘노노개호’ 일본에선 '노노개호' 를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65세 이상의 고령자를 돌보는 경우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고령의 아내가 고령의 남편을 돌보거나, 65세 이상의 자식이 고령의 부모를 돌보는 케이스가 이에 해당합니다.
!['노노개호'의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그래픽=닛케이신문]\](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710/01/joongang/20171001090047859rdab.jpg)

━ '개호살인’ 가해자 70%가 남성 일본 후쿠시대학 유하라 에츠코(湯原悦子) 교수가 1998년부터 2015년까지 18년간 신문기사를 토대로 일본에서 발생한 ‘개호살인’, ‘개호자살’ 716건을 분석했습니다.
가해자가 남성이 경우가 512건(72%), 여성인 경우가 194건(27%)로 나타났습니다. 남편이 가해자인 경우 240건(72%), 아내가 가해자인 경우 93건(28%)로 부부간에도 남편이 가해자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자녀가 부모를 살해한 사건을 보더라도, 가해자가 아들이 경우가 235건(71%)으로 나타난 반면, 가해자가 딸인 경우는 76건(23%)으로 훨씬 적었습니다.
병수발을 하는 사람은 7대3의 비율로 여성이 훨씬 많은데(일본 후생노동성의 2013년 조사) 어째서 ‘개호살인’은 남자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은 걸까요. 유하라 교수는 “남자들은 병간호를 일과 동일시해, 완벽하게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일 중심으로 살아왔던 남성은 고민을 주변에 밝히는 일이 적고 고립되는 케이스가 많습니다. 개호의 부담을 껴안고, 우울병에 걸리기 쉬운 것으로 보입니다” “개호 경험이 있는사람과 가볍게 이야기할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등 상담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혼자 끌어안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합니다”
━ 언젠가 나에게도 닥칠 문제 치매 전문 온라인매체 ‘닌치쇼 온라인’은 ‘노노개호’의 배경으로 ‘생활 양식의 변화’를 꼽았습니다. 전에는 ‘장남이 부모님을 모신다’는 개념이 있어지만 지금은 자식이 있어도 따로 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출산으로 인해 가족의 규모가 축소되고 삶의 방식도 달라진 겁니다.
![병 든 어머니를 돌보는 아들 [사진=유튜브 캡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710/01/joongang/20171001090048149jakn.jpg)
하지만 “요양시설보다는 집이 편해서”, “나보다 더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 것같아서” 등의 이유로 집에서 병간호를 받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고 합니다.
![사진은 특정 내용과 관련없습니다 [사진=산케이 온라인]](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710/01/joongang/20171001090048297qgza.jpg)
리츠메이칸대 산업사회학부 카라카마 나오요시(唐鎌直義) 교수는 “노부부간의 개호에는 한계가 있다. 둘만 남지 않도록 가족과 행정이 개입할 기회를 확대하지 않으면 이같은 사건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 '노노개호' 행복한 결말도 있다.
■


‘마지막 밀월-오오바 미나코의 개호일지『終わりの蜜月 大庭みな子の介護日誌』新潮社(2002)와 ‘마지막 벚꽃-오오바 미나코의 날들’『最後の桜 妻・大庭みな子との日々』河出書房新社 (2013) 입니다.
그는 “병간호 기간은 두번째 허니문이었다”고 말합니다.
“매일 아내를 돌보며, 단순한 부부, 남녀관계가 아니라 한 몸이 되어버린 것 같다. 이런 일체감은 서로 건강했다면 맛볼 수 없는 감각일 것이다” (마지막 밀월)
개호복지사이자 개호 저널리스트인 고야마 아사코(小山朝子)는 산케이신문 기고문을 통해 이렇게 말합니다.
"1더하기 1이 2가 되지 않고 0.5더하기 0.5가 되는 걸로 충분합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끝났다’며 안도하는 '노노개호'의 일상, 거기에는 두 사람만의 느린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언론이 제대로 다루지 않는 평온한 노노개호가 있다는 점을 꼭 밝히고 싶습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