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목 꽃에서 배우다 '하루하루가 행운이다'
[오마이뉴스 손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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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찾아 얻는 것일까? 스스로 찾아오는 것일까? 단어의 의미를 곱씹어 볼 때 아무래도 행운은 쟁취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막연히 기다리는 것도 답으로는 모자란 느낌이다. 누구라도 딱 집어 이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은 것이 바로 행운의 정의리라.
▲ 옥수수 잎 닮은 무성한 행운목에 전에 볼 수 없던 넝쿨이 늘어져 있다. 넝쿨엔 꽃 뭉치들이 주렁주렁 달렸다 |
ⓒ 손인식 |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산하던 <산빠람(인도네시아 한인 등산모임)> 일행이 누군가의 탄성에 놀라 걸음을 멈췄다. 옥수수 잎 닮은 무성한 행운목에 전에 볼 수 없던 넝쿨이 늘어져 있다. 넝쿨엔 꽃 뭉치들이 주렁주렁 달렸다. 행운목에 꽃이 피었다. 돌아보니 주변 행운목 몇 개가 함께 꽃을 뽐내고 있다.
"어 근데 꽃이 뭐 이래?"
▲ 와아∼ 행운목 꽃이다. 행운목이 꽃을 피우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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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과 사람의 삶 역시 발견이다. 행운목 꽃이 행운의 갈래를 제시할 줄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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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운목에 꽃이 피었다. 어 근데 꽃이 뭐 이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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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자마자 인터넷을 검색했다. 검색창이 열리자 행운목 꽃에 관한 포스팅이 줄줄이 뜬다. 꽃 사진도 다양하다. 희게 핀 꽃은 영락없이 커피 꽃 모양새다. 내용도 가지가지다. 정성으로 기른 결과 몇 년 동안 매년 꽃을 피웠다는 경우도 있고, 8~10년을 기다려야 꽃을 볼 수 있다고 강조한 내용도 있다. 어쨌든 인도네시아 자생지 현장과는 모두 조금씩 다른 내용이다.
▲ 인도네시아 산과 들엔 행운목이 많다. 도시 후미진 곳이나 시골 마을은 행운목 울타리가 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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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숲에서 곁살이 하는 행운목 묘목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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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래향 꽃몽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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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짝핀 야래향 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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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거다. 사람의 행운 또한 어찌 이와 다르랴. 행운을 맞을 상황을 항상 준비하는 사람, 행운이 왔어도 모르고 흘려버리는 사람, 아예 기회를 얻지 못하는 사람 등 행운이란 결과적으로 각자에게 달렸다는 의미다.
다만 이것으로 결론 맺지 말자. 밋밋하잖은가. 사람답지 못하잖은가. 필요한 것은 자기의 행운을 아는 것이리라. 자기의 행운을 행운으로 인정하는 것이리라. 생명을 가진 모든 이에게 오늘은 바로 행운이다.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 아닌가? 곧 자기의 현재를 축복으로 여기고 만족한다면 그것이 바로 행운을 누리는 것이리라. 그렇다. 뭐니 뭐니 해도 행운 역시 발견이다.
헉헉~ 가쁜 숨을 고르며 산에 올라갈 때는 보지 못한 행운목 꽃, 그러나 내려올 때도 바로 그 자리에 있는 꽃, 주변을 살필 여유를 가지고 내려올 때야 비로소 발견했던 것처럼 자기의 오늘 역시 행운임을 발견해야 한다.
지금 내가 사는 산마을은 행운목을 흔히 볼 수 있다. 행운목 꽃 발견을 계기로 마을 사람들에게 물었다. 자주 보는 꽃이라 했다. 그러고 보니 산마을 사람들이 행운목 꽃과 닮았다. 오늘과 현재 상황을 만족하며 늘 웃으며 산다. 그들이 사는 작은 집이 초라하다는 것은 내 판단이다. 그들의 삶이 궁색할 것이라는 판단도 내게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내 눈에 비친 현실과 그들의 느낌은 달라도 많이 다른 것이다.
▲ 우연히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운으로 여기는 꽃 행운목 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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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글은 손인식의 다음 블르그 <붓으로 먹으로>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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