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엔 백일홍, 길섶엔 채송화.. 꽃에 파묻힌 섬
[오마이뉴스 글:이돈삼, 편집:이주영]
▲ 삼각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손죽도 풍경. 마을 앞으로 모래 고운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손죽도는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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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죽도는 여수 거문도로 가는 길목에 있는 섬이다. 행정구역은 전라남도 여수시 삼산면에 속한다. 지리적으로는 고흥에 가깝다. 손죽도는 본디 고흥 땅이었다. 1896년 돌산군이 새로 생기면서 관할이 바뀌었다. 돌산군이 여수로 편입되면서 손죽도도 여수의 품에 안겼다.
▲ 마을 앞에서 본 손죽도 백사장 풍경. 고운 모래가 파란 바닷물과 어우러져 발길을 유혹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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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죽도 마을의 골목길. 다소곳한 돌담 위로 갖가지 넝쿨식물이 어우러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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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광도 풍광이지만, 마을이 품고 있는 돌담이 더 아름답다. 손죽도의 돌담은 부드럽게 굽은 골목을 따라 이어진다. 이 돌담이 여러 가지 꽃, 넝쿨식물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예술작품 같다.
돌담이 둘러싸고 있는 집집마다에는 마당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잘 다듬어 놓은 정원이다. 채송화, 봉숭아, 백일홍, 황화코스모스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제법 너른 마당은 울창한 숲을 연상케 한다.
▲ 손죽도의 한 가정집 앞 마당. 나무와 꽃이 어우러져 흡사 수목원을 연상케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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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죽도 골목 담장에 핀 채송화. 마을주민이 돌담에 플라스틱 홈통을 연결하고, 거기에 꽃을 심어 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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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애틋한 건 섬마을 주민이 대부분 70대 이상이란 사실이다. 젊은이도 아니고, 형편이 넉넉한 주민들도 아니다. 자신의 몸조차도 지탱하기 힘든 어르신들이 집집마다 훌륭한 정원을 가꿔 놓았다. 어르신들이 조경 전문가보다도 더 나은 솜씨로 섬을 아름답게 꾸몄다.
손죽도 주민들은 매 정월대보름이면 당제와 용왕제를 지내고 있다. 3월엔 이순신 장군도 그의 죽음을 애통해 했다는, 22살의 나이로 전사한 녹도만호 이대원 장군 추모제를 지낸다. 5월엔 가면을 쓰고 '원조 복면가왕' 놀이를 하며 전통 화전놀이까지 즐긴다. 다양한 문화를 이어오며 지난해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됐다.
▲ 손죽도 마을과 골목길 풍경. 유려한 골목마다 돌담이 멋스럽다. 돌담에는 갖가지 나무와 넝쿨식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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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의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모여서 쉬고 있는 손죽도 주민들. 70대부터 9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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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게 화근이었다. 이대원은 상급자인 전라좌수사 심암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채 나가서 싸웠다. 갑작스레 닥친 왜군을 앞에 두고 경황이 없었다. 심암은 승전의 공을 이대원이 독차지하려고 부러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여기며 시기했다.
얼마 후 왜군이 손죽도에 쳐들어왔다. 심암은 이대원에 100명의 군사만 이끌고 야밤에 출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대원은 날이 밝으면 군사를 제대로 모아서 출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암은 바로 출전하라는 명을 내렸다.
이대원은 손죽도로 가면서 심암에게 바로 지원군을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싸움이 끝날 때까지 지원군은 오지 않았다. 이 싸움에서 이대원은 끝까지 싸우다가 왜군에 붙잡혀 죽었다. 이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분개했다. 그 사실이 조정에까지 전해졌다. 결국 심암이 패전의 책임을 지고 압송됐다.
▲ 손죽도 산자락에 우뚝 서 있는 이대원 장군 동상. 장군에 얽힌 이야기는 손죽도의 지명 유래와 연결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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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원 장군을 추모하는 사당 충렬사. 투박하면서도 조악한 느낌을 주는 장군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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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죽도에 이대원 장군 동상과 사당이 선 연유다. 손죽도 선착장과 섬의 남쪽,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에 갑옷을 입은 이대원 장군 동상이 서 있다. 사당 충렬사에 장군의 영정도 모셔져 있다.
동상과 영정도 근엄하고 위압적인 게 아니다. 투박하면서도 조악한 느낌까지 준다. 손죽도 사람들의 마음을 닮은 동상이고 영정이다. 남쪽 산자락의 동상에서 가까운 데에 장군의 가묘도 있다. 여기서 해마다 3월에 숭모제를 올리고 있다.
▲ 손죽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삼각산으로 가는 산책길 데크. 손죽도의 해안 벼랑을 따라 나무 데크를 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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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죽도 산책길에서 본 풍경. 파란 바다에 크고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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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벼랑을 끼고 이어지는 길에서는 푸른 바다가 눈부시게 반짝인다. 자연스레 발길이 머문다. 바람이 섬의 능선을 타고 넘는 곳에선 먼바다에 올망졸망 떠있는 크고 작은 섬을 조망할 수 있다. 둥글게 감싸고 있는 포구에 평화롭게 들어앉은 마을 풍경도 오래 눈길을 붙잡는다.
▲ 산책로에서 본 손죽도 마을 전경. 섬마을 특유의 건물 지붕이 파란 바다와 하늘, 그리고 초록의 풍경과 어우러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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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죽도에 들른 여수-거문도 간 쾌속선. 손죽도에는 여수항과 거문도에서 출발한 여객선이 하루 세 번 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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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수 손죽도는 교통편이 그리 좋은 섬은 아니다. 여수항 여객터미널에서 거문도로 가는 쾌속선이 하루 4회 떠난다. 이 배가 고흥 외나로도 축정항을 거쳐 3회 손죽도에 들른다. 여수항에서 오전 7시 40분, 10시 30분, 오후 1시 40분 출발한다. 여수항에서 배를 타면 1시간 20분, 고흥 축정항에서 타면 20여 분만에 데려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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