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0km 주행 '차세대 수소차' 포문 연 현대차 日(토요타) 견제·시장 선점..전기·수소 '투트랙'

지난 8월 17일 현대차는 차세대 FCEV를 공개했다. 무엇보다 대폭 늘어난 주행거리와 강화된 안전장치 등이 눈에 띈다. 차세대 모델은 일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580㎞ 이상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공인한 토요타 수소차 ‘미라이’의 주행거리 312마일(약 502㎞)보다 더 길다.
연료전지 시스템 압력 가변 제어기술을 적용해 차량의 최대 출력도 기존 대비 약 20% 이상 향상된 163마력(PS)에 달한다.
안전장치도 크게 향상됐다. 이 모델은 안전운행을 돕는 최신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원격 자동 주차 보조,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을 갖춰 주행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였다.
실제 판매는 내년 초 평창동계올림픽과 연계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수소차 국가 보조금(2750만원)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450만~500만원) 혜택을 합쳐 4000만원 아래 수준에서 살 수 있도록 출고가 설계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차가 당초 예상보다 빨리 차세대 수소차를 전격 공개한 것은 최근 실적 부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차세대 수소차를 선보여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관련 시장 선점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게 현대차 계획이다.
2020년 토요타의 차세대 수소차 미라이의 출시를 의식했다는 시각도 있다. 수소차 시장은 아직 본격 개화 전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일본의 토요타와 한국 현대차 정도가 양산차를 선보이는 단계다.
현대차는 수소차에서만큼은 경쟁사 대비 비교 우위의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최근 현대차는 FCEV 연료전지의 3대 핵심 기술(MEA·전극막접합체, 분리판, GDL) 가운데 난도가 가장 높다는 MEA와 금속 분리판의 독자 개발을 완료했다. 현대차 측은 이번 핵심 기술 확보로 수소차의 대당 생산원가를 상당 부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2000년 중반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차세대 자동차 시장 패권을 두고 일본 토요타를 필두로 한 하이브리드, 유럽의 클린 디젤, 궁극의 친환경차로 평가받던 수소차, 수소차 대비 상대적으로 기술 난도가 낮은 전기차 등으로 나뉘어 있었다. 유럽 자동차 업계가 클린 디젤로 시장을 평정한 틈을 타 일본은 하이브리드로 친환경차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이때 현대차는 홀로 수소차를 선택했다.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었고, 첫발은 나쁘지 않았다. 2005년 한국에서 첫 번째 수소차를 선보였을 때만 해도 현대차 내부에서는 “하이브리드는 미풍이고, 결국 친환경차 패권은 수소차가 쥐게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들어 친환경차 시장 무게중심은 전기차로 이동했다. 배터리 성능 한계에 따른 충전거리 제약은 기술 진보로 빠른 속도로 완화됐고 시장 외형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물론 현대차의 전기차 시장 대응이 마냥 늦었다고만 보기는 힘들다. 아쉬운 점은 어느 친환경 차종에서도 시장을 주도한다는 인상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경쟁력을 자신하던 수소차마저 제품화에서는 토요타에 뒤처지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투싼ix’를 내놓고, 그해 27대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4년간 총 666대를 팔았다. 워낙 일찍 내놓은 탓에 모델 노후화로 토요타 미라이와의 경쟁에선 밀렸다. 미라이는 2014년 출시 후 지난해까지 2843대가 팔렸다.
현시점에서 친환경차 시장의 패권 구도가 수소차에 유리하다고 보기 힘들다는 점도 현대차 입장에선 우려 요인이다. 지난 2015년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수소 생산·수송 인프라에 드는 비용이 막대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수소차 개발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대놓고 비판했다.
실제 현대차와 함께 수소차 시장의 미래를 낙관하던 토요타도 전기차와 함께 개발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 토요타의 전기차 사업은 회사 창업자의 손자인 토요타 아키오 사장이 직접 이끌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전문가들은 현대차 또한 수소차와 전기차 중 어느 한쪽에 무게중심을 싣기보단 동시다발적으로 개발 전략을 펼 것을 조언한다. 한 예로 현재 대세로 평가받는 전기차 또한 앞으로 10년, 20년 뒤는 미래를 낙관하기 힘들다. 에너지 원천인 전기를 생산하는 데 화석연료가 많이 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이산화탄소 이슈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친환경차 시장 패권에 관한 시장조사기관들의 전망도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KPMG가 올 초 펴낸 ‘글로벌 자동차 산업 경영 조사 보고서 2017(Global Automotive Executive Survey 2017)’에 따르면 2025년까지 자동차 산업을 이끌 핵심 트렌드(key trend) 1위로 전기차가 꼽혔지만 충전 인프라 문제로 종국에는 수소차가 미래 기술로 낙점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당장 친환경차 부문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전기차, 수소차 등에 고른 투자를 해가면서 이익률이 높은 압축된 차종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미래 성장동력에 재투자하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특히 수소차는 일반 주유소의 수십 배에 달하는 충전소 건립 비용과 폭발 등 불안감 해결이 급선무다. 한국이 수소차 시장 주도권을 쥐려면 안정성과 기능, 가격 등 모든 면에서 경쟁사를 압도할 만한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닮은 듯 다른 수소차 vs 전기차
전기로 구동 공통점…주행거리는 수소차 앞서

전기차는 내장된 배터리에 전기를 충전한다. 국내에서는 전기의 상당량을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으로 생산하고 있기에 전기 생성 과정에서 환경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
반면, 수소차는 연료전지 스택(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와 물을 만드는 주요 장치)에서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생산된 전기로 모터를 구동시킨다. 때문에 대기오염 물질이 전혀 배출되지 않는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도 커 수소차 100만대를 운행할 경우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연간 210만t가량 줄어드는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도 알려진다.
수소차는 전기차와 달리 에너지를 직접 생산할 수 있어 비상시 가정이나 산업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와 에너지저장소(Energy Storage System) 역할도 할 수 있다. 수소차로 전기차 충전도 가능하다. 또 수 분 내 충전이 완료돼 일반 자동차의 주유 시간과 비슷하다는 점, 한 번 충전으로 500~700㎞를 주행할 수 있다는 점이 전기차 대비 상대적인 강점으로 평가된다.
수소차 확산의 최대 걸림돌은 기당 수십억원이 드는 고가의 충전소 구축 비용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수소 충전소가 10여곳에 불과하다. 비싼 가격과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도 수소차 시장 성장을 위해 자동차 업계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현재는 대부분 차량 가격이 대당 1억원을 훌쩍 넘는다. 소비자들이 구입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수소차는 항상 폭발 위험을 안고 있다’는 인식을 불식하는 것도 해묵은 숙제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22호 (2017.08.23~08.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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