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라우치 총독이 옮긴 '청와대 석불좌상' .. 경주 시민 "고향에 돌려달라"
청와대 "안 치웠다" 공개해 알려져
시민단체 "문화재 제자리 찾아야"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는 22일 성명을 내고 “청와대 석불좌상을 본래 있던 경주시로 즉각 반환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필요한 조치를 관련 기관에 직접 지시하길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이 불상은 대한제국이 일본의 식민지로 병탄(1910년)된 지 2년 뒤인 1912년 경주를 찾은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초대 총독에 의해 서울로 옮겨졌다.
총독은 당시 경주금융조합 이사인 오히라 료조(小平亮三)라는 일본인의 집 정원에서 이 불상을 봤다. 그 전에 불상이 어디에 있었던 것인지는 주장이 엇갈린다. 경주 남산, 지금은 터만 남아 있는 경주시 도지동의 사찰 유덕사(有德寺) 또는 이거사(移車寺)에 있었다는 연구들이 있다.
총독이 불상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을 눈치챈 오히라는 서울 남산에 있었던 총독 관저로 불상을 옮겼다. 이렇게 고향을 떠나게 된 불상은 27년 총독부 관저(현 청와대)를 새로 지으면서 다시 자리를 옮겨 현재의 위치에 자리 잡았다.
이 불상은 청와대 경내에 있다 보니 세상 사람들로부터 잊혔다. 그러다 이 불상의 존재가 세간의 관심을 끈 것은 94년이었다. 구포역 열차전복사건,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사건, 서해 페리호 침몰사건, 성수대교 붕괴사건 등 대형 참사가 잇따라 일어나던 때였다.
기독교 신자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면서 경내 불상을 모두 치워버린 것이 원인이라는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그러자 청와대는 고심 끝에 그해 10월 27일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불상이 제자리에 있음을 공개했다.
불상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면서 경주시로의 반환 문제도 떠오르기 시작했다. 2000년대 경주시 문화재 전문가들과 문화단체들은 석불좌상의 존재를 시민에게 알리고 경주시로의 반환운동에 들어갔다.
해외로 밀반출된 문화재를 국내로 환수한 사례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국내에서 함부로 옮겨진 문화재에 대한 반환 요청은 이례적이다. 박승규 영남문화재연구원 원장은 “국내에서 본래 위치를 찾지 못한 문화재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함부로 옮겨진 문화재가 제자리에 돌아오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불상이 현재 청와대 경내에 있지만, 관리는 문화재청에서 하고 있다”며 “문화재의 안전한 보존을 가장 우선시하면서 문화재청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주=김정석 기자, 위문희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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