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지-케빈 하르 단독인터뷰]'신성' 물음에 '전설'이 답하다.."네 뒤에 공은 없다"

피주영 2017. 6.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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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피주영]

"한국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고 했더니 친구들이 다들 미쳤다고 하더라고요. 왜 낯선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려 하냐고요."(케빈 하르)

"너랑 비슷한 나이였을 때 나는 낮에는 용접공으로 일하면서 밤에 직장팀에서 뛰었어. 그곳에서는 프로가 되겠다는 말만으로도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지. 너를 보면 30년 전 프로의 꿈을 꾸던 내 생각이 난다."(김병지)

'골키퍼의 전설' 김병지(47)와 '미래의 김병지'를 꿈꾸는 케빈 하르(18·한국명 최민수·함부르크 2군)가 만났다.

독일인 아버지 헤르만 하르(63)와 한국인 어머니 수나 하르(54)씨 사이에서 태어난 케빈은 '골키퍼 왕국' 독일에서도 촉망받는 유망주다. 독일 16세 이하(U-16) 대표팀의 골키퍼로 뽑힐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의 꿈은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다. 자신에겐 어머니와 같은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그가 닮고자 하는 선수는 '꽁지머리' 김병지다. 1992년 프로에 데뷔한 김병지는 24시즌 동안 골문을 지키며 K리그 통산 706경기 출장 대기록을 세운 '살아있는 전설'이다. K리그 통산 최고령(45세5개월15일) 출전 기록도 그의 것이다.

김병지와 케빈은 27일 경기도 구리의 한 카페에서 마주했다. 평소 자신을 '롤모델'로 생각한다는 케빈의 이야기를 들은 김병지가 흔쾌히 만남을 추진한 덕분이다.

아들뻘인 후배를 본 김병지는 스스럼없이 "케빈 반갑다. 실제로 보니 더 잘 생겼구나"라며 손을 내밀었다. 케빈은 긴장한 말투로 "TV에서만 보던 분을 실제로 만나게 돼 영광입니다"라며 덥썩 전설의 손을 맞잡았다. '거미손들의 수다'는 그렇게 시작됐다.

케빈은 11세 때 독일 슈투트가르트 인근 소도시 나골트에서 처음 축구를 시작했다. 어머니의 고향인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기로 마음 먹은 것도 그 무렵이다.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그는 지난 3월 한국 U-20 대표팀에 '깜짝 승선'했다. 부상 선수를 대체하기 위한 1회성 발탁이긴 했지만 만 17세의 나이로 백승호(20·바르셀로나B)와 이승우(19·바르셀로나 후베닐A) 등이 주축인 팀에 '월반'한 것이다. 게다가 데뷔전(3월 30일 에콰도르전)까지 치르는 기쁨까지 누렸다.

케빈은 "한국 대표로 처음 나선 경기에서 제 이름을 목이 터져라 외쳐주시는 수만 명의 팬들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어요. 그날 이후로 다시 태극마크를 달아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케빈은 골키퍼 치고 작은 키(185cm)가 고민이다.

현재 세계 양대 수문장으로 통하는 마누엘 노이어(31·독일)와 잔루이지 부폰(39·이탈리아)의 키는 각각 193cm와 191cm다. 지난달 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한 송범근(20·고려대)도 194cm나 된다. 한창 더 자랄 나이지만 현재 케빈은 이들에 비해 한참 작은 편이다.

그런데 김병지는 183cm다. 웬만한 필드 플레이어보다 작은 신장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았고 그 누구보다 오래 현역 생활을 누렸다. 프로에선 최다 무실점 경기(229경기) 기록도 갖고 있다. 단신이면서도 잘 막을 수 있는 비결을 묻는 케빈에게 김병지는 "이건 비밀인데 사실 나는 축구화를 신어야 183cm가 돼, 스터드의 도움 없이는 182cm이야"라며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도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나는 크지는 않았지만 엄청 빨랐어. 잘 막으니까 키가 아무리 작아도 나를 기용할 수밖에 없게 되더라고. 너도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만의 '스킬'을 찾는 것이 중요해"라고 설명했다. 김병지는 강점인 스피드를 유지하기 위해 프로 생활 내내 몸무게 78㎏을 유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김병지는 강점 발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좋은 골키퍼'와 '스페셜한 골키퍼'의 예를 들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골키퍼는 10경기에서 10골 정도만 허용해 1점대 실점률을 기록하면 '좋은 골키퍼'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스페셜한 골키퍼'는 안주하지 않고 1~2골을 더 줄이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김병지는 "한 시즌을 40경기로 가정하고 '스페셜한 골키퍼'는 '좋은 골키퍼'보다 최소 4골에서 최대 8골까지 덜 허용하게 돼. 그럴 경우 2~3위 팀은 챔피언이 될 수 있고, 강등에 몰린 팀을 잔류를 할 수도 있어. 케빈도 남들이 하지 않는 연습을 해서 꼭 '스페셜한 골키퍼'가 되길 바랄게"라고 조언했다. 그가 또 "제 아무리 빌드업이 좋다는 독일의 노이어도 방어 능력이 없다면 '스페셜한 골키퍼'가 될 수 없었을 거야"라고 덧붙이자 케빈도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인터뷰 말미에 김병지는 케빈의 어깨를 두드리며 "태극마크를 다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을 거야.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린다면 하지 못할 이유도 없어. 즐겁게 하되 죽도록 열심히 해야 해"라고 격려했다. 그는 "혹시 알아? 내가 몇 년 뒤 케빈의 국가대표 데뷔전을 해설할 지? 아니면 대표팀에 들어왔는데 내가 지도자로 있을 수도 있고"라며 또 한 번 크게 웃었다.

헤어지며 골키퍼 장갑에 사인을 요청하는 케빈에게 김병지는 주저하지 않고 이렇게 적었다.

"내 뒤에 공은 없다."

구리=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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