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적 인성 갖춘 시민 키워낼 교육 예산 늘린다

윤석만 2017. 6. 23.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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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인성교육진흥법 개정안 발의
정직·책임·존중 등 시민역량 교육
학교에 행정·재정 지원 명문화
현재 6억5000만원 책정된 예산
연구비 지원 포함, 현실화하기로
제3회 대한민국 인성교육대상을 받은 경북 구미의 현일고 학생들. [중앙포토]
인성교육진흥법의 목표를 효(孝)·예(禮) 대신 ‘시민교육 강화’로 바꾸고 일선 학교의 인성교육에 재정을 지원토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22일 발의됐다. 앞서 이 법은 중앙일보와 국회·교육부 등이 2013년부터 함께 벌인 휴마트(Humart=Humanity+Smart) 캠페인을 계기로 이듬해 12월 국회 본회의 출석의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제정됐다.

이번에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협업과 주인의식 같은 시민 역량이 핵심 능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합리적이고 민주적 인성을 갖춘 시민을 육성해 국가와 세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교육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법안의 목적(1조) 자체를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인성을 갖춘 국민 육성’에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법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정직·책임·존중·배려·소통·협동·정의·참여·생명존중·평화 등 시민 됨의 가치’로 정의했다. 김종영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민주주의가 성숙된 사회일수록 국민보다는 시민이란 개념을 더욱 선호한다”며 “시민은 국민보다 능동적이고 사회의 주체라는 의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민 역량은 최근 국제사회에서 더욱 강조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유엔은 2030년까지 교육 분야 어젠다로 ‘세계시민교육’을 제안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해 다보스에서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제시했는데 핵심적인 5가지는 ▶문제해결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사람 관리 능력 ▶협업 능력 등 시민 역량과 관련된 것이었다.

개정안은 특히 ‘일선 학교에 정부 차원의 행정·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본지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를 명문화했다. 개정안의 11조 2항은 ‘학교 인성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연구비 지원을 포함한 행정·재정상의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의원은 “교육부·교육청이 학교의 인성·시민교육 예산을 적극 뒷받침할 수 있도록 근거규정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현장에선 지금까지 정부의 재정 등이 뒷받침되지 않아 법안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장은 “학교가 열정을 갖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도 예산이 없어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교육부 전체 예산(60조원) 중 순수 인성교육사업으로 책정된 예산은 6억5000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법안이 개정된다고 하더라도 법 실행의 주체인 교육부가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없다. 익명을 요청한 교육부 관계자는 “입시나 대학 등록금 문제처럼 정책 효과가 바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인성교육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늘 뒷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여론조사업체인 리서치앤리서치가 전국 학부모 5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52.8%)이 자녀가 재학 중인 학교의 인성교육 수준을 ‘미(그저 그렇다)’로 평가했다. 반면 학부모들은 학교가 중시해야 할 교육 ‘1순위’로 인성교육(44.8%)을 꼽았다. 창의성교육(20.4%), 진로·특기적성교육(14.4%)을 앞섰다. 66.4%는 인성교육을 통한 인격 함양이 진로·진학 대비(25.4%)나 교과 학습을 통한 지식 습득(8.2%)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초등 5학년 자녀를 둔 김은용(40·경기도 고양시)씨는 “요즘 가정엔 자녀들이 대부분 한두 명이다 보니 사회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영어·수학은 학원에서도 배울 수 있지만 인성교육·시민교육만큼은 학교에서 꼭 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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