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다툼인가 권력투쟁인가 .. 리콴유 가문 '형제의 난'
부친 유언 싸고 장남 리셴룽과 충돌
동생들 "정치적 야심 위해 유적지화"
리 총리 부인했지만 정치 입지 흔들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유산처리 문제로 리셴룽(李顯龍·65) 현 총리와 형제들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리콴유 전 총리의 자택 처리 문제가 표면적 이유지만, 후계 권력 구도를 둘러싼 형제간의 권력 투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건의 발단은 리셴룽 총리의 남동생 리셴양(李顯陽·60)과 여동생 리웨이링(李瑋玲·62)이 지난 14일 발표한 성명이었다. 이들은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을 통해 “리셴룽을 형제로서도 리더로서도 신뢰하지 않는다. (우리는) 정부기관에 의해 감시와 협박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리콴유 전 총리의 자택 처리를 문제 삼았다. 2015년 3월 29일 사망한 리콴유 전 총리는 자택이 우상화의 장소로 사용될 것을 우려해 “내가 죽으면 집을 기념관으로 만들지 말고 헐어버리라”고 유언을 남긴 바 있다.
![싱가포르 옥슬리 38번가에 있는 리콴유 전 총리의 자택. [사진 스트레이트 타임즈]](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706/22/joongang/20170622010823483bfqz.jpg)
호주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리셴룽 총리는 즉각 반박 입장을 냈다. 리 총리는 “아버지의 유언을 둘러싸고 3명의 남매가 최근 몇 년에 걸쳐 대립하고 있다”며 유언장이 리셴양의 부인이자 변호사인 리 수엣펀에 의해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당초 유언장 5판과 6판에는 없었던 자택 철거에 관한 내용이 최종판인 7판에 들어간 것이라면서 “리콴유 전 총리가 이 내용을 알고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형제간의 갈등이 확대되자 싱가포르 원로들이 나섰다. 싱가포르 총리를 지낸 고촉통(吳作棟) 명예선임장관은 형제들의 원만한 해결을 촉구했다. K 산무감 싱가포르 내무부 장관 겸 법무부 장관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국민 대부분이 근거없는 주장과 싸움에 신물 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리 총리는 “내가 집을 소유하지도 않고, 정부의 자택처리 문제에 관여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다음달 3일 국회에서 공개 성명을 통해 재차 의혹에 대해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1일에는 리 총리가 2011년 리콴유 전 총리에게 “자택을 유적지로 선포하겠다”고 한 이메일을 리셴양이 공개하는 등 형제간의 갈등은 폭로전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번 사건으로 리셴룽 총리는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가장 가까운 가족들 조차 리셴룽 총리를 믿지 못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남아시아 지역 전문가인 주 하일롱 지난대 교수도 “이 사건은 리셴륭 총리의 정치적 근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자신의 가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땐 국가를 운영할 능력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리셴룽 총리 ‘형제의 난’ 일지 「6월 14일 리셴양·리웨이링 “리셴룽, 유언 어기고 리콴유 자택 정치적 이용” 성명 발표 15일 리셴룽 “유언장 조작 가능성” 제기 17일 고촉통 명예선임장관, 원만한 해결 촉구 19일 리셴룽 대국민사과 “정치적 의혹 터무니없어” 21일 “자택 유적지화 하겠다” 리셴룽 이메일 공개 」
윤설영 기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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