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샤토 라피트 로칠드(Chateau Lafite Rothschild) 루이 15세가 즐긴 100점짜리(로버트 파커 평점) '황제의 와인'

2017. 6. 1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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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와인 생산지라고 하면 단연 프랑스 보르도가 꼽힌다. 보르도의 가론강과 지롱드강 왼쪽에 위치한 메독의 포이약 산지는 가장 힘차고 무게감 있는 장기 숙성형 풀보디 레드 와인이 생산되는 곳이다. 이 지역 와인들은 구조감, 균형감, 세련미 모두 나무랄 데가 없다.

포이약의 대표적인 와이너리는 샤토 라피트 로칠드다. 나폴레옹 3세는 1855년 파리박람회를 개최하며 보르도 와인에 등급을 부여했다. 샤토 라피트 로칠드는 특급 와인 중에서도 1등급(그랑 크뤼)으로 지정한 4개 샤토 중 하나였는데, 그중에서도 최초로 1등급에 지정돼 ‘1등급 와인 중의 최고’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도 6권, 7권에서 ‘무통 로칠드, 오브리옹, 마고, 라투르의 5대 샤토’ 중에 최고 와인으로 치켜세웠다.

샤토 라피트 로칠드의 역사는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후 1868년 제임스 마이어 로칠드 남작이 인수하며 본격적인 와인 생산을 시작했다.

샤토 라피트 로칠드의 최초 이름은 ‘샤토 라피트’였다. ‘라피트’는 ‘작은 언덕’, 보르도는 ‘강가’라는 뜻이다. 즉 샤토 라피트는 ‘강가의 작은 언덕에 있는 와이너리’라는 의미다. ‘최고의 테루아에서 생산되는 와인’임의 또 다른 표현이다. 제임스 로칠드 남작은 와이너리를 인수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넣어 ‘샤토 라피트 로칠드’로 변경했다. 그는 죽기 전 자신의 다섯 아들에게 “한 개의 화살은 쉽게 꺾이지만 여러 개를 뭉치면 꺾을 수 없다”는 탈무드 이야기를 유언으로 남기며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했다. 이런 교훈이 담긴 ‘5개의 화살’이 와인병에 새겨져 샤토 라피트 로칠드 와인의 상징 문양이 됐다.

샤토 라피트 로칠드는 현재 제임스 로칠드 남작의 직계 5대손인 에릭 드 로칠드 남작이 관장한다. 그는 금융인으로도 유명하지만, 보르도대에서 양조학과 포도 재배학을 전공한 와인 전문가기도 하다. 수석 와인메이커 슈발리에는 샤토 라피트 로칠드 와이너리에 대해 “토양층이 자갈과 석회석, 진흙 등으로 구성돼 있고, 지롱드강의 영향으로 습도도 적절하다. 포도 재배를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춘 밭에서 최고의 와인이 생산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샤토 라피트 로칠드 와인이 유명세를 타게 된 일화가 있다. 1985년 12월 5일 런던 크리스티스 경매장에서 제3대 미국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의 것으로 추정되는 ‘Th.J’라는 이니셜이 있는, 220년 묵은 1787년산 샤토 라피트 와인이 23만달러에 팔려 세상을 놀라게 했다. 1787년은 토마스 제퍼슨이 미국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해기도 하다. 와인 애호가로도 잘 알려진 그는 1784년 프랑스 보르도를 방문하면서 샤토 마고와 샤토 디켐을 구입한 바 있다. 그가 샤토 라피트에 와인을 주문한 메모지가 발견되면서 경매 와인의 진실성에 무게가 실렸다. 이 밖에도 샤토 라피트 와인의 명성을 보여주는 일화는 많다. 프랑스 루이 15세의 식탁에 공식 와인으로 오르면서 ‘황제의 와인’이라 불렸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1982년, 1996년, 2000년, 2003년 빈티지에 100점 만점을 부여하기도 했다.

현재 샤토 라피트 로칠드는 해외로 눈을 돌려 칠레의 ‘로스바스코스’, 아르헨티나의 ‘보데가스 카로’로 진출했고, 최근에는 중국 산둥성 연태 봉래 지역에서도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전통적인 양조 방법에 과학적인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포도 품종(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프티 베르도 등)을 직접 재배·관리하고 수확, 선별 작업까지 모두 수작업을 고수한다.

샤토 라피트 로칠드는 짙은 자줏빛이 감도는 루비색에 섬세하고 절제된 타닌, 단단한 보디감을 지녔다. 체리, 아몬드, 초콜릿, 자두, 블랙베리, 미네랄, 스파이시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향과 풍미가 일품이다. 여운이 매우 길고 25~50년 이상 장기 숙성이 가능한 와인이다. 음식과의 조화는 쇠고기, 양고기, 양념갈비 등과 잘 어울린다. 가격은 빈티지별로 차이가 나는데, 2002년산 기준 150만~180만원에 달하는 최고급 와인이다.

[고재윤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12호 (2017.06.14~06.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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