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신드롬]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 세상 바꿀 신기술 vs 과대 포장 신기루
▶낙관론 |가상화폐는 금융시장 게임체인저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스타트업 코인원은 폭증하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거래량 때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코인원은 국내 최대 규모 가상화폐 거래소와 블록체인 해외 송금 서비스 ‘크로스(Cross)’를 운영한다. 이외 비트코인 온오프라인 결제 솔루션, 증권사와 협업한 비트코인 증권 예수금 입금 서비스 등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가상화폐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A 가상화폐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지난 5월 미국 가상화폐 콘퍼런스를 기점으로 호재가 쏟아졌다. 이에 따라 가격이 상승했고, 가격 상승은 신규 투자자를 불렀다. 투자자가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해 일시적인 과열 현상이 있었다. 현재는 과열이 진정됐고 시장이 안정화되지 않을까 보고 있다. 앞으로 블록체인을 상용화하는 사례가 많아진다면 시장이 더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판단한다.
Q비트코인의 한국 가격과 미국·중국 가격차가 벌어지는데.
A 국제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2000달러인 게 한국에서는 400만원대에 거래가 되기도 했다. 한때 국가 간 가격 격차가 30% 이상 벌어졌다. 국내 투기 수요 때문이다. 투기 수요가 잠잠해지고 지금은 5~10%대다. 여전히 국내 시장이 비싼 이유는 국내에서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차익이 크게 날 수는 없는 구조다. 미국보다 한국 가격이 높다면 해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한 뒤 한국에 송금하면 차익을 누린다. 그러나 이런 차익거래가 빈번해지면 결국 거래소끼리 가격은 비슷해진다.
Q일본은 비트코인을 새로운 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반면 국내에서 가상화폐는 아직 법적 지위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A 정부 차원에서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논의 중이다. 따라서 가상화폐의 제도권 진입은 어느 정도 가능성 있다고 전망한다. 새로운 법안이 만들어져야 하는 상황이라 애로점이 있겠으나 가상화폐를 인정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거래소와 소비자 등 모두가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누릴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나오길 기대한다.
Q비트코인·이더리움에 이은 대안 코인은 뭘까.
A 내부적으로 어떤 블록체인이 비전이 있을지 신규 기술에 대해 조사한다. 하지만 어떤 블록체인 혹은 가상화폐가 주목받을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투자자들이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많은 정보를 제공할 생각이다.
Q가상화폐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데.
A 비트코인은 국경을 넘어선 송금과 결제에서 시간과 비용을 절감시켜준다. 어떤 기술도 넘보지 못할 장점이다. 비트코인이 주도한 가상화폐 시장은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비트코인은 가상화폐 원조고, 인터넷상에서 사용 가능한 디지털 화폐로서 500억달러 가치로 통용된다. 이더리움은 스마트 컨트랙트란 개념의 원조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서비스, 산업적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다면 어떤 가상화폐도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가능성이 열린다.
▶비관론 | 화폐 인정 못 받으면 생존 장담 못 해
“너무 장밋빛 전망만 쏟아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 요구에 힘입어 과대 포장된 측면이 없잖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경제·경영학자로는 보기 드문 비트코인(가상화폐) 연구자다.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가 어려운 탓에 현재 비트코인 전문가와 업계 종사자의 대부분은 컴퓨터 공학자 출신이다. 홍 교수는 비트코인의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최근 관심이 폭증한 만큼 그 위험성과 한계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 새로운 금융자산의 출현이다. 사실 화폐로서 비트코인이 갖고 있는 의의는 몇 없다. 전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이른바 ‘세계 화폐’ 또는 중앙은행 통제에서 벗어난 화폐에 대한 글로벌 수요를 확인했다는 정도다.
자산 관점에서 본다면 비트코인은 명백한 ‘고위험·고수익’ 자산이다. 하지만 현재는 리스크에 대한 논의가 없다시피하다. 비트코인은 곧잘 금에 비유되지만 본질부터 다르다. 금은 실물이 존재하고 귀금속으로 수요도 있지만, 비트코인은 의미 부여가 없다면 그저 ‘전기 신호’에 불과할 뿐이다. 내재가치가 ‘제로’란 얘기다. 여기에 전문 투기 세력의 진입도 전혀 제재할 수 없는 등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가이드라인이 전무하다.
Q비트코인의 제도화, 즉 실물경제에서 화폐로 이용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A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화폐로 쓰이기 위한 요건은 두 가지다. 첫째는 많은 사람의 이용, 둘째는 낮은 변동성이다. 전자는 최근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듯 보인다. 문제는 높은 변동성이다. 하루 변동률이 수십 %에 달하는 화폐를 어떻게 마음 놓고 쓰겠나. 그렇다고 변동성이 낮아지면 이용자 이탈로 첫 번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다. 현재 비트코인에 관심이 쏠린 건 높은 변동성을 매력적으로 느낀 투기적 수요자가 몰려서다.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
Q앞으로도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나.
A 모든 화폐엔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개념이 있다. 현재는 비트코인 가치가 오르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어 디플레이션에 대한 위기감이 부족한 상황이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모든 비트코인 가치의 총합을 비트코인 총 개수로 나눈 결과다. 비트코인 채굴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채굴이 불가능해진다. 나누기 계산의 분모(비트코인 개수)가 늘어나지 않으니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치 자체가 폭락하면 아무 소용없다. 오히려 변동성만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Q비트코인 변동성이 큰 이유는 무엇일까.
A 사실 아무도 모른다. 비트코인 가격은 거래자 간 합의로 결정된다. 크게 보면 ‘거래소 해킹’ 같은 부정적 이슈가 나올 때 가치가 떨어지고, 각국에서 비트코인 제도화 논의가 나오면 올랐다. 재미있는 건 비트코인을 제도권으로 흡수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면 가치가 오르는 현상이다. 비트코인에 ‘공신력’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즉, 거래자 스스로가 아직 이 시장을 사설적이고 음성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단 얘기다. 오히려 제도화 이후에 생길 세금이나 수수료를 생각하면 가치가 떨어져야 하는 게 맞다. 비트코인 시장의 갈 길이 아직 멀었다는 걸 보여주는 단면이다.
Q비트코인을 위시해 이더리움, 리플 등 가상화폐들도 쏟아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A 이런 시장의 분위기를 이끄는 건 결국 새로운 투기에 대한 수요다. 대체 가상화폐, 이른바 ‘알트코인’들은 저마다 비트코인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왔다지만 사실 대동소이하다. 조만간 구조조정이 일어나 그 수가 확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코인의 실수요가 사라지면 투자자는 땡전 한 푼 챙기지 못하게 된다. 최근 범람하는 ICO(새로운 가상화폐 등록) 투자도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현재 대세로 자리 잡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도 화폐로서 기능을 갖추지 못한다면 그 수명을 장담하기 어렵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12호 (2017.06.14~06.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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