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 셰프의 푸드오디세이] 숭어알 절여 만든 '카라스미' 고노와다(해삼 내장)·우니(성게알)와 함께 일본 3대 진미

2017. 6. 1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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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풍미와 특유의 식감으로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생선알! 우리는 명란을 비롯해 날치알, 청어알, 캐비아 등 다양한 종류의 생선알을 식탁에 올려왔다. 그중에서도 숭어알을 절여 말린 카라스미(カラスミ)는 해산물 요리가 발달한 일본에서도 고노와다(해삼 내장), 우니(성게알)와 함께 3대 진미로 꼽는 귀한 음식이다.

숭어의 알을 절여 말린 음식은 일본의 카라스미뿐 아니다. 지중해 연안에서 은숭어나 백숭어의 알로 만든 보타르가(Bottarga)도 유명하고, 대만의 유우즈(烏魚子)도 많은 양이 생산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보타르가는 매우 짭짤하게 만들어 얇게 썰거나 갈아서 파스타나 피자, 샐러드 등에 뿌려 먹는다. 지역에 따라 참치의 알로 보타르가를 만들기도 하는데 참치알은 굵어서 숭어알로 만든 것처럼 얇게 썰리지 않고 부서지며 식감이 거친 편이다.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숭어를 염장해 말려 즐겨왔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도 보타르가가 발견됐고, 페니키아와 그리스·로마 사람들도 즐겨 먹었던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 숭어가 많이 잡히는 우리나라에서도 숭어알로 어란을 만들었다. 조선시대 기록을 보면 매년 어란을 궁중으로 진상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어란을 만드는 전통 비법은 현재까지 잘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전남 영암에 사시는 할머니 한 분이 60년 이상 어란을 만들어 오셨다고 해 해양수산부에서는 1999년에 이분을 어란 제조 부분 명인으로 지정했다. 서해의 소래 지역에서는 숭어 대신 민어로 어란을 만들기도 하는데 숭어보다 좀 못하지만 역시 맛있다.

‘카라’는 좋은·비싼, ‘스미’는 먹이란 뜻이다. 먹처럼 생겼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사진 : 최영재 기자>
만드는 법은 세계 어느 나라나 대체로 비슷하다. 알이 들어 있는 알집이 상하지 않게 숭어의 알을 잘 꺼내서 소금에 절여 수분을 제거하고 짠맛을 들인 다음 오랜 기간에 걸쳐 말린다. 한국에선 참기름을 바르며 말리는데 일본에서는 거의 기름을 바르지 않고 말린다는 점이 다르다. 일본에서는 한국의 어란처럼 간장과 소금으로 절이지 않고 오로지 소금으로만 절인다. 또한 우리나라 어란처럼 위아래로 눌러서 납작하게 만들지 않고 대부분 평평한 판에 놓고 말린다.

현재 카라스미는 일본의 규슈, 나가사키를 중심으로 생산·유통된다. 한자를 보면 아시겠지만 ‘카라’는 ‘좋은’ ‘비싼’을 의미하고 ‘스미’는 ‘먹’이란 뜻이다. 완성된 카라스미가 먹처럼 생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카라스미의 노란빛은 마치 망고와 비슷하다. 식감이 촉촉하고 부드러워 흡사 곤약이나 경질치즈를 씹는 느낌이다. 얇게 썰어 혀에 올리면 숭어알의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그냥 먹어도 되지만 가늘게 썬 무를 곁들이면 아주 맛있다. 또는 마랑 같이 먹어도 좋고 구워 먹어도 별미다. 카라스미의 짭짤한 맛과 알의 진한 풍미는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그런데 카라스미 가격대가 만만치 않다. 물론 그 정성을 생각한다면야 결코 비싸다고 할 수 없겠지만. 비싸고 귀해서 얇게 썬 것을 어금니 뒤쪽에 넣어두고 빨아 먹으면서 술을 마신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 거 같기도 하다.

필자가 처음으로 카라스미를 맛본 건 24살 무렵, 서울의 유명한 일식당에서 일할 때였다. 일단 크기에 놀랐다. 맛을 보니 간간하니 쫀득한 식감이 생소했다. 처음에는 솔직히 별맛을 못 느꼈다. 왠지 간고등어처럼 소금에 절여 만든 흔하디 흔한 음식인 줄 알았다. 고향이 포항 바닷가인 필자는 제사 때마다 올라오던 염장 상어고기에 물려 있던 터라 짭짤한 맛의 생선이나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때였다.

하지만 그 카라스미가 너무 귀하고 비싸다는 말을 들으니 자꾸 눈이 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진미를 알게 됐고, 급기야는 틈만 나면 몰래 가서 카라스미 몇 점을 먹어보기도 했다. 카라스미를 무슨 알로 만드냐고 물어보니 참치알이라고 했다. 그 대답 한마디로 카라스미는 참치알로 만드는 것인 줄 알았다. 3년 뒤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야 진짜 카라스미는 숭어알로 만든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나름 한국 스타일의 참치알 카라스미도 괜찮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는 알을 잘 다듬어 깨끗이 손질한 후 소금에 절이고 물기를 빼고 다시 소스에 담갔다가 꺼내어 참기름을 발라가면서 말렸다. 그 작업을 하는 날은 파리와의 전쟁이 벌어지곤 했다. 얼마나 많은 파리들이 날아오는지! 망으로 숭어알을 덮어가며 정성을 다해서 지켰던 기억이 선연하다.

숭어알집 상하지 않게 잘 꺼내 소금에 절여 오래 말리는 게 핵심 미쉐린 3스타 취득한 일본 레스토랑 ‘류긴’의 카라스미 발군

지금 생각해보면 참기름을 바르면 겉모습이나 색은 좋아 보일지 모르나 햇빛을 받은 참기름이 산화돼 색이나 맛이 변질되지 않을까 좀 우려가 된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고 잘못된 방법으로 만들 때 그런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 싶다. 그리고 소스에 너무 재워두는 것보다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술을 잘 발라가며 말리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다.

예전에 시메사바(절인 고등어)를 만들 때는 다시마, 레몬 등등 이것저것을 넣어 만들었는데 지금은 오로지 소금과 식초로만 절여 만든다. 다른 맛으로 그 재료의 본질적인 맛을 방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카라스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레스토랑, 슈밍화미코에서 카라스미를 만들 때도 최대한 숭어알의 맛을 살리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살아 있는 숭어의 알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 만들지 못할 때가 많다. 요즘 카라스미를 만들기에 좋은 때인데, 어떻게든 구해보려고 마음먹고 있다.

내 인생 최고의 카라스미를 맛본 곳은 미쉐린 3스타를 취득한 일본 요리 레스토랑 ‘류긴’에서였다. 이곳에서는 반건조시킨 카라스미를 도톰하게 썰어 숯으로 타타키 형태로 구워 손님에게 제공한다. 일반 가스불로 카라스미를 구우면 겉이 타기 십상이지만 숯으로 은은히 구우면 표면이 살짝 구워지며 카라스미의 맛과 숯에 그을린 향이 더해져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룬다.

한국에서 유명하다는 카라스미를 두루 맛봤는데, 그중 양재중 셰프가 만든 카라스미의 맛이 단연 돋보였다. 카라스미의 상태, 맛, 식감 등 모든 요소의 밸런스가 월등하게 좋아서, 필자도 종종 양재중표 카라스미를 구매해서 술 한잔을 기울이곤 한다.

▶신동민 셰프의 Cooking Tip

▷카라스미 마끼

재료 : 카라스미 슬라이스 4장, 오이 1/4개, 무 1/9개, 김 2장

-만드는 법

➊ 김은 열십자로 잘라 4등분한다.

➋ 오이와 무는 5㎝ 길이의 채로 썬다.

➌ 김 한 장에 카라스미 한 장, 오이와 무채를 적당히 놓고 콘 모양으로 말아서 마무리한다.

▷카라스미 파스타

재료 : 카라스미 슬라이스 8장, 칼국수면 2인분, 마늘 5쪽, 페페론치노 2개, 치킨스톡 600g, 올리브오일 20g, 소금·후추 조금씩, 다진

파슬리·파마산 치즈 적당량씩

-만드는 법

➊ 마늘은 얇게 저미고, 페페론치노는 잘게 부순다.

➋ 달군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➊의 마늘과 페페론치노를 넣어 약불에서 노릇하게 볶는다.

➌ 끓는 물에 칼국수를 넣고 익으면 건져서 찬물로 헹궈 밀가루의 점성을 제거해 놓는다.

➍ 칼국수면에 치킨스톡을 넣고 간이 배도록 볶는다. 이때 농도를 보면서 뻑뻑하면 물을 첨가한다.

➎ 재료가 자작하게 잘 어우러지면 소금, 후추로 간을 하고 파마산 치즈가루를 넣고 버무린 후 접시에 담고 카라스미를 올

려서 마무리한다.

[신동민 슈밍화미코 오너 셰프 / 사진 : 최영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11호 (2017.06.07~06.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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